"중개사 없이 집 거래" 벌집 쑤신 정부…'제2 타다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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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08. 오전 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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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도입 땐 중개업소 사라질 듯
공인중개사들 여의도 항의 집회

반발 커지자 기재부·국토부·과기부
서로 "우리 업무 아니다" 발뺌
< 민주당사에 몰려간 중개사들 >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부 정책을 규탄하는 피켓과 현수막을 들고 '공인중개사 생존권 사수' 시위를 벌이고 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공인중개사 없이 부동산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을 개발한다는 정부 발표에 공인중개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정책이 추진되면 공인중개사란 직업 자체가 사라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담당 부처인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서로 소관업무가 아니라고 떠밀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중개업소 사라질 것”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7일 국회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정부가 추진을 검토한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시스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달 22일 첫 집회 이후 두 번째다.

집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 자료에 담긴 ‘한 문구’가 계기가 됐다. 기재부는 지난달 1일 내년도 예산안을 발표했다. 예산안 보도자료를 보면, 기재부는 ‘19개 분야 블록체인 활용 실증’이란 내역에 예산 133억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중개인 없는 부동산 거래’라는 항목도 있다.

협회는 이 ‘중개인 없는’이란 문구에 반발하고 있다. 정부 계획대로 이런 기술이 개발되면 공인중개사란 직업은 사라질 수밖에 없어서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동산 거래 중개업은 공인중개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만 할 수 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직거래할 수는 있다. 직거래 매물은 매년 크게 늘고 있다. 협회는 그러나 “부동산 거래 사기를 막고, 수요자의 다양한 요구에 부응하려면 지역 사정에 밝은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중개인 없는 거래는 소비자 피해를 야기한다”고 주장했다.
발 뺀 정부 “실제 도입은 아니다”
중개사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정부는 “실제 도입은 아니다”며 발을 빼고 있다. 이 사업에 관여된 부처는 기재부 과기정통부 국토부 세 곳이다. 지난 7월 과기정통부는 국토부 등과 함께 ‘디지털 뉴딜’ 관련 보도자료를 내며 ‘블록체인을 활용한 부동산 거래’를 언급했다. 계약 체결, 등기 등 부동산 거래 과정에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면 공문서 위조 같은 범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이 사업이 기재부 예산안 보도자료에 반영되면서 ‘중개인 없는 거래’라는 문구가 붙게 됐다.

기재부 관계자는 “위조 방지 등 보안성을 높이기 위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안을 실증 연구하는 단계”라며 “공인중개사를 없애려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해명에도 정부를 향한 중개업계 반발은 거세다. 더구나 ‘임대차 3법’(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정부의 고강도 대책으로 최근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면서 업계 사정이 어려워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8월 부동산업종 매출은 전월 대비 6.7% 떨어지며 7년1개월 만에 최대 하락폭을 보였다. 대구에서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여모씨(65)는 “임대차 3법 등으로 전세 매물이 실종되면서 마지막으로 거래를 중개한 게 6월 말”이라며 “1000만원짜리 적금을 깨서 간신히 월세를 내고 있다”고 했다.

기술 도입을 두고 ‘타다 사태’처럼 정부와 협회 간 갈등이 장기화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협회 관계자는 “협회와 단 한마디 상의 없이 중개인 없는 거래 연구에 예산을 편성하고 검토한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반대 집회를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양길성/오현아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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