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땅값이 얼만데…” 분통 터진 강남3구 재건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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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23. 오전 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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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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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적용하면 집값 30% 떨어질수도

서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울상이다. 지난해 9·13 부동산대책 발표 이후 수개월 동안 하락세를 보인 집값이 최근 들어 오름세로 전환됐지만 정부가 다시 분양가상한제 등 추가규제를 예고해 긴장감이 드리운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분양가가 최대 30% 내려가 사업성도 동반 하락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서울시 방침에 따라 재건축 추진에 속도를 내던 단지는 인허가 지연으로 무기한 농성에 들어갔다. 눈치를 살피던 일부 단지는 발 빠르게 리모델링으로 눈을 돌려 새 단장에 나섰다. 오리무중으로 흐르는 강남일대 재건축사업의 앞날은 어떻게 흘러갈까.

대치동 은마아파트 입구. /사진=김창성 기자

◆강남- 규제 앞에 여기저기 ‘분통’

노후아파트가 밀집한 대치동 일대 주민들은 한결같이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이다. 지은 지 30~40년 된 아파트가 즐비한 만큼 수년 전부터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35층 층수 제한’ 등 정부와 서울시 정책에 가로막혀 사업은 제자리걸음이다.

최근에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분양가상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자 사업성 하락까지 걱정해야 할 처지다.
대치 쌍용1차 입주민 A씨는 “아직 제대로 한 게 없는데 분양가상한제라니 분통 터진다”고 토로했다. 쌍용2차 입주민 B씨는 “강남 땅값이 얼마인지 아냐”고 반문하며 “정말 해도 너무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매번 재건축 추진의 고배를 마셨던 은마아파트의 분위기는 침울하다. 은마아파트 입주민 C씨는 “벽에 금이 간 아파트에서 평생 살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냐”며 “팔려고 시세보다 낮게 내놔도 안 나가고 그렇다고 매수자가 나타나도 그동안 버틴 게 억울해서 못 팔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때 20억원 이상을 호가하며 강남 최고의 재건축 대장주로 이름을 떨치던 은마아파트는 계속된 사업 추진 좌절에 정부규제까지 겹쳐 시장 반응은 갈수록 시큰둥한 분위기다.

인근 D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때 은마아파트에 대한 재건축 기대가 컸지만 주변에 새 아파트가 속속 들어선 데다 계속된 정부규제에 앞날을 장담할 수 없게 되면서 시장 기대감도 갈수록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사진=김창성 기자

◆서초- 이러다 재건축 ‘올스톱?’

“규제 변수가 많아 앞으로 재건축은 더 어려울 겁니다.”- 신반포4차 입주민 E씨
“분양가상한제 소식에 지역 주민의 신경이 곤두섰어요.”- 반포 F공인중개업소

‘래미안’, ‘아크로’, ‘자이’ 등 대형건설사의 새 브랜드아파트와 노후 아파트가 뒤섞인 서초구 반포 일대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계속되는 정부규제의 방향을 예측하기 힘들어서다.

신반포3차·반포경남 통합재건축조합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분양가를 주변 시세 수준으로 낮추기로 하면서 후분양 검토에 들어갔다가 김 장관의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발언에 원점 재검토로 돌아갔다.

반포 G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선분양을 해도, 후분양을 해도 모두 분양가 규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며 “조합이 사업성을 고려해 판단하겠지만 결단을 내리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사업이라 불리는 반포주공1단지 1·2·4주구 역시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현재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일반분양을 준비 중인 가운데 분양가상한제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경우 재건축사업을 올스톱해야 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다.

입주민 H씨는 “곧 이주를 시작해 내년 상반기 철거 뒤 하반기 착공 예정인데 규제 불똥이 튀면 모든 일정이 꼬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잠실주공5단지. /사진=김창성 기자

◆송파- 정부·서울시는 거짓말쟁이

최근 송파구 일대에서 가장 핫 한 곳은 잠실주공5단지다. 강남3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대장주로 꼽히지만 재건축 추진은 첩첩산중이다.

잠실주공5단지는 그동안 서울시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에 따른 정비계획 수립, 국제설계공모 등 모든 요구조건을 수용해 사업을 추진했지만 아직까지 인·허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이들은 단지 외벽에 ‘정치인의 생명은 약속이다’, ‘박원순 거짓말쟁이’ 등의 현수막을 걸고 약속 이행을 요구하며 무기한 고공농성에 들어간 상황.

입주민 I씨는 “우리가 재건축을 하려면 조합은 정부와 서울시의 방침에 따라야 하지 않냐”며 “그동안 하라는 대로 다 했는데 피해는 피해대로 보고 진행된 게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입주민 J씨는 “그동안 박원순 시장은 통개발이니 뭐니 본인 이름 알리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다녔으면서 조합과의 약속은 지키지 않았다”며 “오죽하면 입주민들이 ‘재건축해서 하루라도 살다 죽겠다’는 말을 했겠냐. 거짓말을 일삼지 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잠실주공5단지가 3930세대에 이르는 대단지인데다 송파구 일대에서 상징성이 큰 곳인 만큼 사업 추진 여부는 인근 단지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장미아파트 입주민 K씨는 “정부규제는 재건축 추진 단지의 발목을 잡을 뿐 아파트값은 못 잡지 않았냐”며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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