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스플 인터뷰] 이천웅 "트레이드 소문? 오히려 나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입력2019.08.02. 오전 9:55
수정2024.04.24. 오전 2:56
기사원문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본문 듣기를 종료하였습니다.

-LG 트윈스 외야수 이천웅, 올 시즌 중견수 리드오프 주전 맹활약
-"내가 어떤 타자인지 깨닫는 과정, 타격 콘택트에만 집중"
-"비시즌부터 이어진 트레이드 소문, 오히려 강한 동기부여로 작용"
-"하루에 최소 두 차례 출루 목표, 두 번째 가을야구 향해 달려간다."

LG 외야수 이천웅은 팀의 중견수이자 리드오프로 꾸준한 타격 콘택트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팀에서 없어선 안 될 존재다(사진=엠스플뉴스 김근한 기자)

[엠스플뉴스]

소문은 또 다른 소문을 낳는다. 그 소문의 당사자는 답답함을 느낀다. LG 트윈스 외야수 이천웅이 그랬다. 이천웅은 지난해 겨울부터 쏟아진 트레이드 소문의 당사자였다. LG 차명석 단장은 부임 뒤 적극적으로 트레이드를 추진했다. 혹시나 나올 수 있는 '빅딜'의 명단엔 주로 이천웅의 이름이 포함돼 있었다.

이런 소문들이 이천웅의 귀에 안 들어갈 순 없었다. 내심 기분이 상했지만, 이천웅은 오히려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보여주고자 이를 더 악물었다. 트레이드 소문은 곧 강한 동기부여로 이어졌다. 그 결과 이천웅은 이제 트레이드 불가 명단에 올랐다. 올 시즌 LG 중견수 겸 리드오프는 분명히 이천웅의 자리다.

이천웅의 최근 4시즌 동안 개인 기록표. 2019시즌 기록은 8월 2일 기준 기록(표=엠스플뉴스)

'콘택트 능력 극대화'라는 이천웅만의 야구관 정립도 이뤄졌다. 올 시즌 8월 2일 기준으로 이천웅은 97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2/ 119안타/ 2홈런/ 38타점/ 58득점/ 14도루/ 출루율 0.381/ 장타율 0.390을 기록 중이다. 올 시즌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 중인 이천웅은 그야말로 리드오프 역할에 딱 맞는 기록 생산에 최적화됐다. 여기에다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까지 이룬 LG의 '트레이드 불가 리드오프' 이천웅의 얘길 엠스플뉴스가 직접 들어봤다.

'나만의 야구관' 정립해 가는 이천웅 "콘택트에 최대한 집중"

이천웅은 장타 욕심 없이 오로지 콘택트 능력과 출루에만 집중하며 리드오프 역할을 100% 수행하고자 노력한다(사진=LG)

주전 중견수 겸 리드오프. 최근 무더위 날씨에 말만 들어도 지치는 기분입니다.

솔직히 체력적으로 힘들어지는 시기는 맞아요. 경기가 잘 풀리면 덜 피곤한데 안 풀리면 피로가 배로 쌓이는 기분이죠. 잘 먹고 잘 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웃음).

이제 1번 타순이 제법 익숙해졌습니다. 경기에서 가장 먼저 타석에 들어서는 의미가 궁금합니다.

처음엔 1번 타순이 무언가 다를 줄 알았는데 이제 익숙해져서 큰 차이점은 없어요. 어떻게 하면 출루율을 높이고 더 잘 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경기 첫 타석에서 상대 선발 투수 공을 어느 정도 지켜봐야 할지 고민은 들어요. 경기 전 전력분석 자료를 통해 상대 선발 투수 스타일이 제구력이 좋은 유형인지 아니면 구위를 앞세우는 유형인지 미리 공부하는 거죠. 거기서 초구에 빠른 공략을 할지 결정하게 됩니다.

잠시 기다려야 할 때도 있겠습니다.

후반기 시작 뒤 스윙 밸런스가 약간 흔들린 상태예요. 이럴 땐 무조건 빨리 치려고 하는 것보단 공을 조금 더 보고 볼넷을 얻는 데 더 집중할 수도 있죠. 또 진루타와 희생타를 만드는 것에 더 신경을 써야 할 때도 있습니다. 상황에 따라 적절히 대처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확실히 콘택트 능력이 극대화된 느낌입니다.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안타(119안타)를 기록 중인데 개인 커리어 하이(2018년·122안타)를 넘어 데뷔 첫 150안타까지 도전할 분위기입니다.

예를 들어 안타가 한 경기에서 2~3개 이상 나올 수도 있어요. 그런데 반대로 잘 안 풀리면 안타 1개도 나오기가 힘들죠. 안타 개수보단 한 경기 한 경기에 임하는 집중력이 더 중요한 듯싶습니다. 그래서 시즌 150안타 달성은 전혀 생각 안 하고 있어요.

장타 스트레스는 아예 없는 편입니까.

솔직히 장타는 아예 신경을 안 쓰고 있습니다. 장타 스트레스 자체가 없죠(웃음). 공을 정확히 맞히는 데만 집중하려고요. 그러다 보면 가끔 타구가 멀리 날아가지 않을까요.

이제 자신만의 야구관을 찾아가는 느낌입니다.

제가 어떤 타자고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깨닫고 있어요. 저만의 야구관을 정립하는 과정이죠. 물론 어려움을 겪을 때도 있습니다. 제가 안 좋을 때 가장 먼저 알아봐 주시는 분이 신경식 코치님이세요. 그다음 제가 찾아가 물어보는 분은 이병규 코치님이시고요. 제가 지금까지 버틴 건 코치님 덕분입니다.

중견수 수비에서도 큰 어려움이 없어 보입니다.

여전히 수비는 어려워요(웃음). 외야 쪽에서 실수가 나오면 바로 장타로 이어지니까요. 수비할 때 생각이 많아지긴 해요. 바로 옆에서 (김)현수 형이 항상 도와주고 있어요. 투수가 바뀔 때 외야수들끼리 모이는데 현수 형이 '수비 때 어떻게 하자. 이번에 점수를 주면 안 된다. 홈에서 승부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집중력을 높여줘요. 야구할 때든 일상생활에서든 항상 본받을 점이 많은 형입니다.

"트레이드 소문? 오히려 나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이천웅은 비시즌부터 올 시즌 중반까지 LG 트레이드 소문의 중심에 서 있었다. 하지만, 이를 강한 동기부여로 이어간 이천웅은 트레이드 불가 선수로 확실히 성장했다(사진=LG)

사실 비시즌 때부터 올 시즌 중반까지 트레이드 소문의 중심에 서 있었어요. 마음 다잡고 야구에 집중하는 게 쉽지 않았을 듯싶습니다.

(잠시 머뭇거린 뒤) 솔직히 트레이드 소문을 들었을 때 기분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입니다. 그래도 다른 팀이 저를 원한단 얘기는 어디서라도 필요한 존재라는 뜻이잖아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마음먹었죠. 또 LG에서 더 열심히 야구해 입지를 잘 다지면 그런 얘기도 더 나오지 않을 거로 생각했어요. 행동과 말을 더 조심하려고 노력했죠. 동기부여가 안 됐다면 거짓말이에요. 확실히 야구에만 더 집중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그런 소문들이 저를 더 강하게 만들었어요.

그렇게 강해진 덕분에 생애 첫 올스타전 출전까지 이뤄졌습니다.

LG 팬들이 정말 대단하세요(웃음). 팬들이 열정적이고 선수들에게 보내주시는 사랑이 엄청나게 크단 걸 다시 느꼈습니다. 솔직히 올스타전에 갈 거라고 전혀 생각 못 했습니다. 말 그대로 '되겠어요?'였는데 LG 팬들의 힘을 느꼈죠. 야구로 최대한 보답해드리려고요. 내년에도 또 올스타전에 나갈 수 있도록 꾸준한 활약을 보여드리겠습니다.

후반기에선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에 집중하고 있습니까.

전반기 때처럼 내가 해야 할 일을 열심히 하자는 마음은 후반기에도 똑같아요. 하루에 출루를 최소한 두 차례는 하자는 생각입니다. 그 목표에 실패하면 잠을 잘 자지 못하겠더라고요. 어떤 게 잘못된 건가 고민하기도 하고요. 또 가을야구도 분명한 목표죠.

2016시즌 포스트시즌이 지금까지 이천웅의 처음이자 마지막 가을야구였습니다.(이천웅은 2016년 포스트시즌에서 10경기에 출전해 타율 0.200/ 5안타/ 7볼넷/ 3득점을 기록했다)

딱 한 차례 가을야구를 경험해봤어요. 올 시즌 가을야구를 생각하면 기대되고 설레죠. 물론 지금 순위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우승을 향해 더 올라가고 싶어요.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거로 믿습니다. 만약 가을야구에서도 1번 타순으로 나간다면 중책을 맡는 셈이에요. 상대 전력분석이나 컨디션 관리에서 철두철미하게 준비하겠습니다.

더운 날씨에도 야구장을 찾아오는 LG 팬들에게도 할 말이 있을 듯싶습니다.

날씨가 최근 정말 더워졌습니다. 그래도 야구장에 오셔서 응원해주시는 LG 팬들을 보면 감동적이에요. 그래서 경기가 잘 안 풀리면 정말 죄송하긴 해요. 야구장에서 보내주시는 응원이 정말 큰 힘이 돼요. 덥더라도 자주 야구장에 찾아와주시면 좋은 야구로 꼭 보답해드리겠습니다. 항상 감사합니다(웃음).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김근한 기자

기자의 기사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구독에서 해당 기자의 기사가 제외됩니다.

Copyright ⓒ 스포츠춘추 All Rights Reserved.
기사 섹션 분류 안내오분류 제보하기

주요뉴스

해당 언론사에서 선정하며 언론사 페이지(아웃링크)로 이동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