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유형숙박' 오피스텔, 엄연한 불법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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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12. 오전 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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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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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도시민박업 신고 업체 36곳…에어비앤비 통해 '대구' 검색하면 700여 곳, 대부분 불법
탈세 문제 있지만 단속 미비…에이앤비 "주소 삭제 조치"
11일 오전 대구국제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끝낸 관광객들이 캐리어를 끌고 이동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imaeil.com


"누군가에겐 하룻밤 즐기다 가는 관광 숙소이지만, 다른 누군가는 편안한 휴식을 취해야 하는 집입니다."

지난해 반월당 한 오피스텔로 이사한 A(29) 씨는 밤이고 낮이고 여행 트렁크를 끌고 드나드는 관광객들 탓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A씨는 "여행 기분에 들뜬 이들이 밤늦은 시간까지 소음을 일으키는 일도 잦다"며 "입주민이 아닌 낯선 사람이 부지기수로 왕래하면서 안전하고 편안해야 할 내 주거공간이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에어비앤비로 대표되는 공유형숙박업이 법 사각지대에서 기승을 부리면서 기존 거주자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특히 오피스텔은 에어비앤비 영업이 제한돼 있음에도 온라인 사이트에는 수백 개의 불법 영업이 활개치는 실정이다.

11일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대구에서 '도시민박업'으로 신고해 운영 중인 곳은 36곳이다. 하지만 공유 숙박사이트인 에어비앤비를 통해 '대구'를 검색하면 700여 곳의 공유 숙박 시설이 등록돼 있다. 극소수를 제외하고 대다수가 '불법'인 셈이다.

일각에선 이런 상황임에도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거주민 등 생활불편 초래뿐 아니라 범죄 발생 우려와 탈세 등의 문제가 그대로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피스텔 분양업자들은 에어비앤비를 '수익 좋은 사업'으로 홍보·권유하고 있을 정도다.

퇴직을 앞둔 B(59) 씨는 "친구 아들이 오피스텔 몇 채를 갖고 에어비앤비로 좋은 수익을 내는데 세금도 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얼마 전 아내와 오피스텔 분양홍보실에 찾아가 상담했다. 분양 담당자는 '필요할 경우 청소·관리 대행업체까지 소개해주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엄연한 불법 영업이지만 이에 대한 단속은 미미한 실정이다.

지난 6월 문화체육관광부와 대구시, 8개 구·군 합동조사에서 행정처분 주의·계도 등으로 적발된 것은 10건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행정기관에 등록된 숙박업을 대상으로 진행돼 사실상 대부분의 공유 숙박시설은 감시의 눈길을 벗어나 있다.

에어비앤비 관계자는 "해당 지자체에서 불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오는 즉시 사이트에서 주소를 삭제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제재에 손을 놓고 있는 건 아니다"고 해명했다.

※에어비앤비=2008년 8월에 창립된 숙박 공유 플랫폼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뒀으며, 세계 191개 이상의 국가, 3만4천개 이상의 도시에 진출해 있다. 애초 '어차피 남는 방'을 공유하자는 개념에서 출발했지만, 전문적으로 방을 임대하는 업자들이 늘면서 기존 숙박업체들과 세계 곳곳에서 마찰을 빚고 있다.

김우정 기자 kwj@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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