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무법자, 전동킥보드]②시속 25km 안돼 헬멧 필요없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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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1.11. 오전 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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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병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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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법근거 마련, 신산업 고려"…교육·홍보 외치는 警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동일 규제에 사용자들도 의구심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6일 오후 경기도 하남에서 전동킥보드를 타던 50대 남성이 화물차에 치어 사망했다. 지난달 24일에는 인천 계양구에서 전동킥보드를 몰던 고등학생이 택시에 치어 숨졌다. 둘 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전동킥보드 사망사고는 2018년 1건, 작년 2건이었는데 올해는 지난 4월 부산에서 한 남성이 사망한 이후 최근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서울 송파구 잠실에 사는 임모(37)씨는 최근 길을 가다 아찔한 광경을 봤다. 배달 오토바이가 도로를 달리던 중 배달통에서 어떤 물건이 떨어졌고, 뒤에 달리던 전동킥보드가 놀라 넘어졌던 것. 전동킥보드에는 남녀 두 명이 타고 있었고 그 도로는 평소 차가 쌩쌩 달리는 곳이었다. 임씨는 “차량 통행이 별로 없는 시간대여서 망정이지 넘어진 킥보드 운전자가 차에 칠 수도 있었던 상황”이라며 “만약 어떤 운전자가 갑자기 넘어진 킥보드 이용자를 쳤다면 운전자는 무슨 죄인가”라고 한숨을 쉬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제공.


지난 6월 경찰청과·행정안전부는 도로교통법·자전거이용법 개정안을 공포했고, 12월10일 시행을 앞뒀다. 바뀐 규정은 이렇다. 기존에는 전동 킥보드를 타기 위해서는 나이 16세 이상에 원동기 면허 소지가 필요했지만 내달 10일부터 13세 이상이면 무면허로 운전 가능하다. 헬멧을 착용하지 않을 시 범칙금을 부과했지만 범칙금 규정도 없앴다.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을 금지하고 자전거 도로로 다닐 수 있도록 했다.

경찰 “최소한 법적 근거 마련…신산업 규제 완화도 고려해야”

경찰은 규제 완화처럼 보이는 점이 있지만 다소 오해가 있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상 전동 킥보드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를 명확히 규정하는 법률이 없어 도로교통법상 넓은 의미로 ‘원동기장치 자전거’에 해당한다고 보고 신종 교통수단에 대한 법률적 근거를 먼저 마련했다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국민 우려를 잘 알고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안전을 위해 차도나 보도가 아닌 자전거도로를 우선 이용하도록 했다”며 “자전거도로 이용자에게도 위협이 돼선 안 되기 때문에 이미 자전거도로 통행이 허용된 전기자전거와 동일한 규격(최고속도 시속 25km 미만·총중량 30kg 미만)을 갖춘 것만 통행을 허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전기자전거는 만 13세 이상이면 운전면허 없이 자전거도로 주행이 가능하다.

경찰 관계자는 또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전동킥보드가 확산해 ‘신산업 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고려도 작용한 것”이라며 “결국 산업 활성화를 위해 운전면허로 이용을 제한하기 보다는 킥보드 등 퍼스널 모빌리티를 새로운 교통수단의 한 종류로 인정하고 교육ㆍ홍보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나 스마트 모빌리티 활성화 목적을 위한 일시적 과도기라고 보기에 전동킥보드가 품고 있는 안전 문제는 심각하다. 서울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작년 전동킥보드 사고는 117건으로 전년대비 2배 증가했다. 자전거 사고 증가율은 같은 기간 9.5% 늘어났다.

자전거도로를 우선 달리고 자전거도로가 없을 시 차도 가장자리에서 운행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사실상 차도를 달려도 된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특히 인도 주행은 현재도 금지인데, 수많은 킥보드 이용자들이 버젓이 인도에서 달리고 있는 점을 볼 때 제대로 단속이 이뤄질 지도 미지수다.

도로 달려도 되는데 시속 25km 안된다고 헬멧 필요 없다?

사실상 전동킥보드가 차도를 달릴 수 있는데도 안전장구(헬멧) 착용 의무를 없앤 것도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구에 사는 자전거 운전자 A씨는 “사실상 전동킥보드를 자전거와 동일하게 규제한다는 얘기인데 ‘자전거족’들은 열이면 열, 차도를 달릴 때 개인 헬멧을 꼭 착용한다”며 “그러나 개인 소유가 아닌 업체 통한 공유 서비스인 전동킥보드의 이용자가 번거롭게 헬멧을 직접 갖고 다니겠나”라고 비판했다.

킥보드 업체에서도 헬멧 비치 문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전동킥보드 이용자가 헬멧을 들고 다니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운데 곳곳에 비치하기란 분실 문제도 있어서 어렵다”며 “최대 속도가 시속 25km 미만으로 규정돼 있으니 안전하게 운행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아직 시행 초기다 보니 법안에 미비한 점이 있을 수 있지만 국회에서 보완하는 법안들이 여럿 나오고 있다”며 “부정적인 부분을 최대한 배제하고, 긍정적인 요소를 부각시키는 쪽으로 법 개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전동킥보드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은 ‘전동킥보드 속도 개조 및 과속운행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골자로 한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 안, ‘전동킥보드 운전자의 안전 장구 미착용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한 김예지 국민의힘 의원 안 등이 국회에서 발의된 상태다.

정병묵 (honnez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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