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 몰랐지만 교수님이 이름 넣자 해" 공주대 대학원생 증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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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4.22. 오후 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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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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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지난해 10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 우상조 기자
"교수님께서 그러자고 하셨습니다"

조국(55)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 정경심(58) 동양대 교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공주대 전 대학원생 A씨는 뜸을 들이다 이렇게 말했다. 검찰이 2009년 일본 조류학회에서 발표한 논문 포스터에 정 교수의 딸 조민(29)씨의 이름이 왜 등장하냐고 묻자 나온 대답이었다. A씨는 2010년 공주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A씨의 전 지도교수 김모씨는 정 교수와 서울대 동창이다.

조씨는 이 포스터와, 이 포스터의 기초가 된 논문 초록 등에 제3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해당 경력을 대학과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활용했다. 포스터는 학술대회에서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결과를 축약해 발표하는 발표문이다. 검찰은 이를 '허위인턴 경력'이라 보고 정 교수에게 대학 입시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25-2부(임정엽 부장판사)에서 열린 A씨의 증인신문 중 포스터 저자 관련 부분을 발췌했다.

A씨 증인신문 중 일부
검찰=일본 학회 포스터 실험에 조민 참여한 사실 없는데 갑자기 이름이 등장. 누가 저자로 넣어주자고 했나요.
대학원생 A씨=(대답 안함)
재판장=기억이 나면 답변할 의무가 있습니다. 누굴 곤란하게해도 답변하세요.
A씨=네, 교수님께서 그러자고 하셨습니다.
(일부 중략)
검=교수님이 조민이 학회를 가고 싶어하는데 낮은 비율이지만 연구 기여도가 있고 영어도 잘하니 논문에 같이 넣자고 했고 포스터와 초록에 이름을 넣자고 한것이 맞나요
A씨=정확한 시기는 기억 안납니다.
검=그럼 낮은 비율이지만 기여도가 있다고 한 부분은 (식물) 물갈이?
A씨=네

조씨는 이 논문 포스터에 기초가 된 논문 초록에도 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문제는 이 초록이 일본학회에 제출된 시점엔 A씨가 조씨를 만난 적이 없다고 한 점이다. 논문초록은 2009년 4월경 학회에 제출됐고 A씨는 조씨를 그해 5~6월 만났다고 증언했다. 조씨의 논문 초록 저자 부분에 대한 A씨 증인신문 중 일부를 발췌했다.

A씨 증인신문 중 일부
검=(일본 학회 제출한) 영문 초록 보면 조민이 제3저자로 등재. 3.30일자 일본학회 영문 초록에 조민이 저자로 들어가 있는 것 당시에 알고 있었나요
A씨=저 초록은 제가 쓴 것이 맞는데, 저 당시에 이름이 있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습니다.
검=검찰조사 시 증인은 2009년 5~6월경 조민을 처음 보았다고 진술. 근데 영문 초록 완성된 시기는 3.30일경. 초록 보내진 건 4월경. 이 시기는 증인이 조민을 만난 적도 없는 시기였죠
A씨=네, 그렇습니다.
검=증인이 대학원 재직 내내 연구한 논문 초록에 만난 적도 없는 조민 이름 추가하기로 한 것은 지도 교수 결정이었나
A씨=네, 그렇습니다.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조씨가 2009년 공주대 생물학연구소에 와서 만났던 사실은 인정했다. 이는 검찰도 공소장에 기재한 내용이다. 자신이 연구내용을 조민에게 한차례 정도 알려줬다고도 했다. 다만 구체적으로 연구실에서 조민을 몇번 만났는지는 기억하지 못했다. 이날 공개된 검찰 조서에서 A씨는 조씨의 연구 기여도를 1~5%라 진술했다.

지난해 10월 국감에 출석한 원성수 공주대학교 총장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민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볼 순 없어"
A씨는 조씨가 홍조식물 연구와 관련한 물갈이를 해줬다고 말했다. A씨는 "제가 그때 손이 필요하던 시기였다. (물갈이 등은) 쉬워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일이였다"고 했다. 조씨가 학회 참석과 관련해 통역이나 번역을 해줬다는 주장에 대해선 "번역 도움을 받진 않았고 통역 과정에서 설명하다가 막히면 학생이 한 두 단어 알려주는 식이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정 교수의 변호인이 "조민이 홍조식물을 주도적으로 배양하지 않더라도 일부 과정에 참여한 것은 맞지 않냐"는 질문에 "제 생각엔 그렇다… 조씨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보긴 어렵다"고 답했다.

정 교수의 변호인은 조씨가 A씨가 모르게 공주대 연구소에 방문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이어 A씨에게 "조씨를 저자로 넣은 것은 논문이 아닌 학회 포스터라 큰 문제가 안될 것이라 판단해 동의했냐"고 물었고 A씨는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A씨는 "그때 당시도 이런 상황을 알았다면 (조씨 이름을) 안 넣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지도교수 관련 증언엔 진땀
A씨는 이날 재판에서 자신의 전 지도교수 김씨와 관련한 질문에는 뜸을 들였다. 한국의 조류학회는 좁다. 정 교수와 대학 동창인 공주대 생물학과 김 교수와 척을 지는 것은 A씨에겐 부담이다. A씨는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김 교수가 자신에게 조민을 소개해준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재판에선 "기억이 난다"고 진술을 바꿨다. 그 이유로 A씨는 "당시 교수님께 누가 될까봐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공주대는 지난해 조민의 허위 인턴 의혹과 관련한 자체 진상조사에서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검찰은 '허위 인턴'이 맞다며 법원의 판단을 받겠다는 입장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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