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문소 총기사고' 검찰, 경찰과 달리 '살인'으로 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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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5.09.23. 오후 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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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이 쏜 총에 의경이 맞아 결국 숨진 지난달 25일 오후 사건이 발생한 서울 은평구 진관동의 검문소에서 헌병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총은 쐈는데 죽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것은 모순…고의성 있어"

(서울=뉴스1) 박현우 기자 = 검찰이 검문소 근무중 실탄을 발사해 의경을 숨지게한 박모(54) 경위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검찰의 이런 판단은 박 경위 행위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 등만 적용한 경찰 수사결과와 완전히 다른 것이어서 경찰은 '제 식구 감싸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이기선)는 전날 살인 혐의 등을 적용해 박 경위를 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앞서 경찰은 검찰로 사건을 넘기며 박 경위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했지만 검찰이 이보다 훨씬 중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긴 건 박 경위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총기는 그 자체로 매우 위험하며 조금만 잘못돼도 사망 결과와 바로 연결되는데도 장전된 탄환이 실탄인지 여부를 전혀 확인없이 발사했다"며 "사망을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없는 위험을 인식하고 행위하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다"고 고의성 판단 배경을 밝혔다.

'총은 쐈는데 죽기는 바라지 않는다'는 것이 모순적 상황인 만큼 위험 발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위험을 차단하지 않고 실행한 행위는 고의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중증불안증 환자인 박 경위가 의경들과 친하게 지냈음에도 자신만 빼놓고 따로 간식을 먹는 것을 보고 숨진 박모(21) 수경(당시 상경) 등이 자신을 무시하고 따돌린다고 생각해 배신감을 느꼈고 그로 인한 분노가 범행 동기로 작용했다는 심리분석 결과도 박 경위 행위에 고의성이 있다고 판단한 근거로 들었다.

아울러 "박 수경의 70㎝ 앞에 있던 박 경위가 박 수경의 심장에 정조준을 한 상태에서 권총의 반동을 억압하고 정확히 발사해 일격에 방아쇠를 당긴 것은 그 자체로 총탄을 발사하겠다는 의지가 구체화 된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의 이런 발표는 박 경위의 행위에 대한 범행 동기가 없고 박 수경과 박 경위의 유대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살인의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한 경찰 판단과 완전히 다른 것이다.

검찰은 검문소 감독 관할 파출소장과 은평경찰서 경비과장, 헌병·의경 등 13명에 대한 추가 참고인 조사와 검문소 압수수색, 거짓말탐지기 조사, 미국·독일의 판례·학설 검토 등을 통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 21일 열린 검찰 시민위원회에서 8명 중 6명이 박 경위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하는 것에 대해 긍정 의견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검찰은 조사 과정에서 박 경위가 지난 5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은평구 구파발 검문소 생활실에서 3차례에 걸쳐 권총을 의경들에게 겨눴고 사건 당일인 지난달 25일 권총 인계와 관련해 문서를 허위작성한 사실도 추가로 확인해 집단·흉기협박과 허위공문서 작성·행사 혐의도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다만 검찰은 재판부 판단에 따라 살인의 고의성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중과실치사 혐의를 예비적 공소사실로 포함시켰다.

한편 박 경위는 지난달 25일 오후 은평구 진관동 구파발 군경합동검문소 생활관에서 자신을 빼고 간식을 먹었다는 이유로 소지하고 있던 38구경 권총을 꺼내 들고 박 수경 등 의경 3명을 향해 쏘는 흉내를 내며 장난치다 실탄을 발사해 박 수경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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