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公 노조의 요구 "중학생도 무임승차" "평양과 교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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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2.06. 오전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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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비리 와중에 임단협서 148가지 제시, 사측 거부에 파업 투표
지난해 적자 규모 5000억 넘는데도… "월급 7.1% 인상해달라"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지난달 '노사 간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에서 '평양 지하철과 교류 사업 추진'등을 포함한 148가지 요구 조건을 공사 측에 제시한 것으로 5일 밝혀졌다. 노조의 요구 중에는 '중학생까지 무임승차 확대' '대학원까지 학비 지원' 등도 들어있다. 지난해 적자 규모가 5253억원에 달하는 데다 최근 불거진 채용 비리로 감사원 감사까지 받고 있는 상황에서 지나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5일 본지가 입수한 교통공사 내부 문건에 따르면, 노조의 요구 사항에는 날로 악화되는 공사의 재정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조항이 다수 포함돼 있다. '지하철 사회공공성 강화와 안전사회 구축'이란 명목으로 어린이부터 중학생까지 지하철 무료 이용 확대를 요구한 것이 대표적이다. 직원들에 한해 무료로 탑승할 수 있는 '직원권'의 사용 구간을 현재 교통공사 관할 구간에서 코레일이 관할하는 수도권 구간까지 확대해 달라는 요구도 포함됐다. 2017년 교통공사는 적자 5253억원을 기록했다. 그 전해에 비해 36% 늘어난 수치다. 전체 적자에서 복지 수송(무임승차)이 차지하는 비중은 67%(3506억원)로 매우 높다. 노조의 요구가 비현실적이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교통공사 관계자는 "운송 수입마저 적자라 손실 보전이 안 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노조는 서울과 평양 지하철 교류 사업을 추진해달라는 조건도 9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교통공사의 권한 밖에 있는 일까지 협상 요구안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뿐 아니라 '대학원까지 자녀 학자금 지원을 확대해달라' '서울교통공사 위상에 맞춰 직원 전용 휴양소를 건립해달라' '노동시간을 월 165.8시간(주당 41시간)에서 150시간(주당 37시간)으로 단축해달라' '지회장의 노동조합 활동을 업무보다 우선시하게 해달라' '청년 조합원 전세자금 대출로 활용할 기금 1000억원을 출연하라'는 등 무리한 요구를 이어갔다.

노조는 상위 기관인 민노총 지침에 따라 7.1%에 달하는 임금 인상을 요구했다. 경제성장률과 소비자 물가상승률, 소득 분배 개선분을 감안해 도출한 인상치라는 것이 노조 측 설명이다. 정부가 공공기관에 권고한 임금 인상률은 2.6% 수준이다. 지난해 기준 교통공사 직원의 평균 연봉은 6538만원으로, 서울에너지공사(8227만원)에 이어 서울시 산하 공기업 중 2위다.

공사 측은 노조의 이 같은 요구안에 대해 '수용 불가' 입장을 내놨다. 노조 측은 지난달 28일 열린 3차 임단협에서 "이렇게 성의가 없으면 더 이상의 교섭은 의미가 없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노조는 파업 절차를 밟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10~13일 전체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이 같은 노조의 주장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한 조합원은 노조 게시판에 "월급 7.1% 인상은 조합원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썼다. 다른 조합원은 평양 지하철 교류 요구를 두고 "회사가 이 모양이 됐는데, 평양과의 교류가 무슨 소리냐"고 적었다. "명분도 없는 파업으로 조합원들 고생시키려 하지 마라"는 비판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노조도 교통공사에 소속된 근로자들로 결성되는 만큼 공사의 재정 상황에 적합한 수준의 요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회사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상황인데 노조가 조합원들 듣기 좋은 소리로 인기를 얻으려고만 해선 안 된다"며 "세금으로 설립·운영되는 공기업이더라도 비용을 줄이고 성과를 내야 하는 게 기업의 본분"이라고 말했다.

교통공사 측은 "노조 파업은 의례적으로 있는 일이기 때문에 협상이 완전히 파기된 것은 아니다"라며 "올해 안에 현상이 타결될 수 있도록 대화를 이어나가 겠다"고 했다.







[김선엽 기자] [구본우 기자 gugij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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