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중국 영사관에서 총격 테러… "중국이 우리 착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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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11.23. 오후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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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에 있는 중국 영사관에서 총격 테러가 벌어져 경찰관 2명이 사망했다고 현지매체 돈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파키스탄에서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을 벌이는 중국에 반발한 무장단체의 소행으로 보인다.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 중국 영사관 인근에서 23일(현지시간) 총격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영사관 주변으로 경비 병력이 배치돼있다. AFP연합뉴스



돈과 AFP통신 보도를 종합하면, 테러범 3명은 이날 오전 9시30분쯤 총과 수류탄을 사용하며 중국 영사관 진입을 시도했지만 영사관 경비원들에게 제지당했다. 이 과정에서 괴한과 경찰·경비원들 간의 총격전이 벌어졌다. 파키스탄 경찰 2명이 사망하고, 중국인 경비병 1명이 중상을 입었다. 테러범들은 사건 현장에서 사살됐다고 경찰 당국은 밝혔다.

발루치스탄 해방군(BLA)이 이번 사건의 배후를 자처했다. BLA는 파키스탄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인 발루치스탄 남부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분리주의 무장단체 중 한 곳이다. BLA 측은 공격 직후 AFP통신 등에 전화를 걸어 “우리가 공격을 수행했고, 우리의 행동도 계속될 것”이라며 “중국은 우리의 자원을 착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발루치스탄은 중국·파키스탄 경제회랑(CPEC) 사업의 핵심 구역이다. CPEC은 중국 서부 신장지구와 아라비아해 인근의 파키스탄 과다르항을 잇는 대규모 인프라 건설 사업으로, 중국은 이 사업 추진에 460억 달러(약 52조원)를 쏟아부었다. 65개국의 육로와 해로를 연결하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 중에서도 규모가 큰 편에 속한다.

그러나 파키스탄의 상환 능력을 초과하는 대규모 투자금이 부채 위기를 촉발했다. CPEC 사업의 배당금 배분을 놓고, 지역 내부의 갈등도 격화됐다. AFP통신은 “자원이 풍부한 편인 발루치스탄 지역에서 CPEC의 배당금 문제는 극도로 첨예한 사안이었다”며 “사업 초기부터 중국인 노동자나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한 공격도 반복적으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샤 마무드 무레시 외무장관은 사건 직후 기자회견에서 “21명의 중국 영사관 관계자는 모두 무사하다”며 “파키스탄과 중국의 우정을 방해할 수는 없다. 양국의 협력을 방해하려는 시도를 막기 위해 공동 경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 참여를 재고해야 한다는 여론은 꾸준히 나오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는 부채 급증과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앞서 임란 칸 총리는 CPEC 사업을 비롯해 620억 달러(약 70조원)에 달하는 중국과의 인프라 사업을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테러 행위에 반대한다며 CPEC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사건과 관련해 “중국은 외교기관에 대한 어떤 폭력행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면서 “파키스탄 측에 중국 국민과 외교기관을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 조치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겅 대변인은 이번 일이 중국의 파키스탄 투자에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전략적 동반자인 두 나라는 각 영역에서 협력하고 있다. 특히 중국-파키스탄 경제 회랑 건설은 양국 평화와 번영에 중요한 사업으로 양국 국민의 폭넓은 지지 속에 질서 있게 추진되고 있다”면서 “중국은 경제회랑 건설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윤지·박용필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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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에서 건설·부동산 분야를 취재합니다. 숫자 뒤의 사람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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