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괭생이모자반에 위태로운 제주도' 천리안1호 포착 영상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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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바다에서 잔뜩 힘 키워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1호'가 지난달 13일 오후 4시 촬영한 한반도 주변의 괭생이모자반 분포도다. 동중국해에서 제주도로 유입되는 괭생이모자반이 색깔로 표시돼 있다. 해안선을 제외한 빨간색의 경우 해역의 10%가 괭생이모자반으로 뒤덮였다는 뜻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
지난달 13일 구름에 가려있던 제주도 하늘이 모처럼 활짝 걷히자 한반도 상공에서 바다를 지켜보던 통신해양기상위성 ‘천리안1호’의 눈에 불길한 징조가 포착됐다. 서해 남부에서 동중국해까지 수백 km에 이르는 '띠'가 서풍을 타고 제주도로 유입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띠의 정체는 동중국해에 떠다니다가 해류를 타고 한반도 서해와 제주도로 밀려든 황갈색 해조류인 괭생이모자반이다. 괭생이모자반은 해안가에 밀려들어 경관을 해치고 악취를 풍기는 것은 물론 어선과 양식장, 그물에 달라붙어 어업활동을 방해하는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 5월 6일부터 6월 8일까지 동중국해에서 한반도로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의 거대한 띠를 추적한 위성영상을 공개했다.

●천리안1호의 날카로운 눈이 포착한 중국발 모자반

국립수산과학원이 지난달 동중국해 조사 과정에서 건져 올린 괭생이모자반의 모습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괭생이모자반은 한해살이 조류로 바닷가 암반에서 자라다가 1~2월 중 떨어져 나가 바다 위를 떠다니며 자란 뒤 수온이 높아지는 7월 사라지는 특성을 보인다. 길게는 10m까지 자라나는데 억센 줄기가 서로 얽히는 특성이 있어 1km 이상 길이의 띠를 이뤄 이동한다. 주로 제주도 남서쪽 중국 저장성 동중국 해안에서 대량 발견된다.

올해는 유독 많은 괭생이모자반이 제주도로 밀려들어 어민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수거한 괭생이모자반만 5106t에 이른다. 지난 2016년 2441t에서 2017년 4407t까지 올라갔다가 2018년 2150t, 2019년 860t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최근 5년을 통틀어 최대량이다.

전문가들은 괭생이모자반이 올해 유독 많이 유입된 원인을 찾던 중 천리안1호에 실린 해양관측장비(GOCI)가 포착한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해와 다르게 유입 패턴이 바뀐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괭생이모자반은 2월부터 6월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에 흘러들어왔다가 7월 수온이 올라가면서 사라지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괭생이모자반 띠가 2~4월 사이 제주도를 스쳐 지나간 후 제주 서쪽 바다에서 증식하며 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월부터 서풍이 불자 해류를 타고 다시 제주 해안으로 밀려든 것이다.

손영백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처음에는 예년처럼 2월 제주도에 나타났다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는데 중국 쪽으로 향했던 괭생이모자반이 갑자기 바람이 바뀌며 제주도로 밀려왔다"며 “바다에서 3개월간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양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더 늘어나는데 공동연구 요원

국립수산과학원이 동중국해 조사 중 발견한 괭생이모자반 띠의 모습이다. 조사 과정에서 최대 50m 지름의 넓은 괭생이모자반 띠가 발견되기도 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제공
중국발 괭생이모자반은 2015년부터 남해와 제주 앞바다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제주도를 강타한 괭생이모자반을 중국이 양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011년부터 저장성 저우산군도 인근해역에 바다숲을 조성하고 치어(어린물고기) 서식에 유리한 괭생이모자반을 대량양식하고 있다. 저장성 연안에서 자라던 모자반이 쿠로시오 난류를 만나 북상하다가 지류인 대마난류에 실려 그 일부가 제주도 주변 바다에 유입된 것이다. 해마다 바람과 해류에 따라 유입량이 달라지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지난달 13일 제주도에 유입된 이후 20일간 폭발적으로 개체수가 늘었다가 최근 수그러들었다. 이기우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이달 8일 이후 해안가에서는 괭생이모자반 띠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6월 말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석 해양과기원 해양위성센터 연구원은 “현재는 괭생이모자반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구름이 걷히고 성장에 유리한 조건인 볕이 나면 다시 번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괭생이모자반은 앞으로 더 많이 유입될 여지가 있다. 손 연구원은 “최근 중국 산둥성에 해조류를 심고 전복을 키우는 양식장이 대거 들어섰다”며 “이곳에 있던 괭생이모자반이 올해처럼 서풍을 타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철이 따뜻해지며 개체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공동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지난 3~4월 예정했던 현지 실태조사마저 취소됐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는 “중국에서도 내부적으로 해조류 양식장에 일부 피해가 있다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만 오갈 뿐 정확한 피해량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거된 모자반 제주 옛 농부 지혜 살려 퇴비로 활용

제주도에서 자원봉사자들이 해안가로 떠밀려온 괭생이모자반 수거에 나서고 있다. 해안가에 밀려올 경우 기계로 청소가 불가능해 사람의 손으로만 이를 치울 수 있다. 제주도 제공
전문가들은 당장 괭생이모자반의 유입을 막지 못한다면 이동 경로를 미리 알아내 먼 바다에서 건져올리는 게 최선이라고 보고 있다. 괭생이모자반은 해안에 가까워질수록 피해 규모가 커지는 특성을 보인다. 줄기가 선박 스크루에 감겨 운항을 멈추게 하고 양식장 그물을 찢기도 한다. 이달 4일에는 제주 조천포구 앞바다에서 어선 한 척이 괭생이모자반을 피해 항해하다 좌초하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바닷가로 밀려오면 바다보다 더 수거하기도 어렵다. 제주 해안가는 구멍이 많은 현무암 바위가 많은데 괭생이모자반이 달라붙으면 장비도 못쓰고 일일이 사람이 뜯어내야 한다. 바닷가에 방치되면 경관을 해치고 썩으면서 악취가 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석현 연구사는 “괭생이모자반이 해안에 쌓이면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며 “현재까지는 해상 수거가 가장 효율적인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괭생이모자반을 바다에서 수거하면 피해액을 30~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부터 5년간 37억 원을 투입해 괭생이모자반 수거와 자원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거 장비는 이르면 내년 첫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훈 전남대 해양생산관리학과 교수는 “청항선(항만 쓰레기 제거선박)외에도 어떤 선박이든 괭생이모자반 수거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수거 기술을 시험해 개선점을 확인했고 내년 2월에는 시제품을 제작해 수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을 처리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과거 농부들이 모자반을 밭에 뿌리는 퇴비로 활용한 점에 착안해 수거한 모자반을 퇴비로 돌리고 있다. 이달 8일까지 수거한 괭생이모자반 중 비료 첨가제로 쓰인 100t을 제외한 전량이 이미 농가 50곳에 무상 제공됐다. 괭생이모자반 비료를 연구중인 한영석 네오엔비즈 연구소장은 “괭생이모자반에는 질소와 인산, 칼륨 등 비료의 3대 주성분이 모두 들어있다”며 “작물 40종을 대상으로 작황 차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식품소재나 화장품, 사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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