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지난 5월 6일부터 6월 8일까지 동중국해에서 한반도로 밀려드는 괭생이모자반의 거대한 띠를 추적한 위성영상을 공개했다.
●천리안1호의 날카로운 눈이 포착한 중국발 모자반
올해는 유독 많은 괭생이모자반이 제주도로 밀려들어 어민과 지자체에 비상이 걸렸다. 제주도가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8일까지 수거한 괭생이모자반만 5106t에 이른다. 지난 2016년 2441t에서 2017년 4407t까지 올라갔다가 2018년 2150t, 2019년 860t까지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최근 5년을 통틀어 최대량이다.
전문가들은 괭생이모자반이 올해 유독 많이 유입된 원인을 찾던 중 천리안1호에 실린 해양관측장비(GOCI)가 포착한 영상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다른 해와 다르게 유입 패턴이 바뀐 것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괭생이모자반은 2월부터 6월까지 제주도와 남해안에 흘러들어왔다가 7월 수온이 올라가면서 사라지는 패턴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는 괭생이모자반 띠가 2~4월 사이 제주도를 스쳐 지나간 후 제주 서쪽 바다에서 증식하며 양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월부터 서풍이 불자 해류를 타고 다시 제주 해안으로 밀려든 것이다.
손영백 해양과기원 제주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올해는 처음에는 예년처럼 2월 제주도에 나타났다가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처럼 보는데 중국 쪽으로 향했던 괭생이모자반이 갑자기 바람이 바뀌며 제주도로 밀려왔다"며 “바다에서 3개월간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양이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중국발 괭생이모자반 더 늘어나는데 공동연구 요원
괭생이모자반은 지난달 13일 제주도에 유입된 이후 20일간 폭발적으로 개체수가 늘었다가 최근 수그러들었다. 이기우 제주도 해양산업과장은 "이달 8일 이후 해안가에서는 괭생이모자반 띠가 관찰되지 않고 있다"고 했다. 6월 말까지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김광석 해양과기원 해양위성센터 연구원은 “현재는 괭생이모자반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지만 구름이 걷히고 성장에 유리한 조건인 볕이 나면 다시 번성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괭생이모자반은 앞으로 더 많이 유입될 여지가 있다. 손 연구원은 “최근 중국 산둥성에 해조류를 심고 전복을 키우는 양식장이 대거 들어섰다”며 “이곳에 있던 괭생이모자반이 올해처럼 서풍을 타고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겨울철이 따뜻해지며 개체 수가 더욱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국과 공동연구가 필요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여파로 지난 3~4월 예정했던 현지 실태조사마저 취소됐다. 윤석현 국립수산과학원 기후변화연구과 연구사는 “중국에서도 내부적으로 해조류 양식장에 일부 피해가 있다는 비공식적인 이야기만 오갈 뿐 정확한 피해량을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수거된 모자반 제주 옛 농부 지혜 살려 퇴비로 활용
윤석현 연구사는 “괭생이모자반이 해안에 쌓이면 곧바로 쓰레기가 된다”며 “현재까지는 해상 수거가 가장 효율적인 해결방법”이라고 말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따르면 괭생이모자반을 바다에서 수거하면 피해액을 30~50%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수산부는 2018년부터 5년간 37억 원을 투입해 괭생이모자반 수거와 자원화 기술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수거 장비는 이르면 내년 첫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훈 전남대 해양생산관리학과 교수는 “청항선(항만 쓰레기 제거선박)외에도 어떤 선박이든 괭생이모자반 수거가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올해 수거 기술을 시험해 개선점을 확인했고 내년 2월에는 시제품을 제작해 수거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다에서 수거한 괭생이모자반을 처리하는 기술도 개발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과거 농부들이 모자반을 밭에 뿌리는 퇴비로 활용한 점에 착안해 수거한 모자반을 퇴비로 돌리고 있다. 이달 8일까지 수거한 괭생이모자반 중 비료 첨가제로 쓰인 100t을 제외한 전량이 이미 농가 50곳에 무상 제공됐다. 괭생이모자반 비료를 연구중인 한영석 네오엔비즈 연구소장은 “괭생이모자반에는 질소와 인산, 칼륨 등 비료의 3대 주성분이 모두 들어있다”며 “작물 40종을 대상으로 작황 차이를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식품소재나 화장품, 사료로 활용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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