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데이트폭력', 결국 상해치사 기소…故 황예진 씨 부모 "참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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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10.06. 오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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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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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애지중지 키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이, 단 10분 만에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맞아 죽게 됐습니다. 단지 가해자의 주장만으로 살인죄의 혐의를 벗어도 되는지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 故 황예진 씨 부모

서울 마포구 한 오피스텔에서 여자친구 故 황예진 씨를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이 오늘(6일)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황 씨 유족 측은 살인이 아닌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해 기소한 검찰 처분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습니다.

오늘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는 지난 7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황 씨와 언쟁을 벌이다 수차례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상해치사)를 적용해 구속기소했다고 밝혔습니다.

폭행 당시 당시 황 씨는 외상성뇌저부지주막하출혈 등 상해를 입었고, 병원으로 이송돼 3주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가 지난 8월 17일 숨졌습니다.

검찰은 "유족 면담, 법의학 자문 추가 의뢰, 현장 실황 조사, 폐쇄회로(CC)TV 영상 대검 감정 의뢰 등 보완 수사해 피고인 폭행과 사망과의 인과관계 더욱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다만 해당 혐의는 재판에 의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경찰은 7월 27일 A 씨에게 상해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증거 인멸과 도주 가능성이 낮다"는 이유로 기각됐고, 황 씨 사망 이후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부검 결과와 의료진 소견을 토대로 죄명 변경을 검토했습니다.

▷ [단독] 서 있지 못할 만큼 맞았다…"살인입니다" (지난 8월 26일, SBS 8뉴스 보도)
[ 원문 링크 : https://news.sbs.co.kr/n/?id=N1006444012 ]

지난 8월, SBS 8뉴스 보도를 통해 폭행 영상이 공개되자 A 씨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은 A 씨에게 살인의 고의성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살인이 아닌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해 영장을 재신청했습니다.

법원은 지난 15일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A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고, 경찰은 이틀 뒤인 17일 A 씨를 구속송치했습니다. 검찰은 A 씨의 구속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수사하고 A씨 구속기간이 만료되는 이날(6일) 재판에 넘겼습니다.

황 씨 측은 이날 오후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A 씨는 살인에 대한 미필적 고의가 있었고,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 상해치사로 기소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습니다.


▼ 아래는 서울 마포구 데이트폭력 사망사건에 대한 피해자 유족들의 입장 전문입니다.

1. 수사기관의 적극적 관심과 수사에 대한 감사

먼저, 사건 당일인 2021. 7. 25. 새벽부터 지금까지 적극적 관심과 강력한 수사 의지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밤낮 수고하신 경찰과 검찰에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증거 인멸의 정황과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가해자의 구속수사를 거듭 요청하여 결국 가해자가 구속된 점, 추석 명절 연휴에도 가해자의 구속기간 내 수사를 마무리하고자 애써주신 점, 특히 검사님께서 담당 수사관, 경찰관들과 함께 법의학전문가의 참여 하에 현장 검증을 실시함으로써 사건 현장에서 유족들에게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게 해주신 점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당시 현장 검증을 통해 담당 검사님을 비롯한 수사기관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에 유족들은 조금이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2. 검사의 처분 결과에 대한 의견

이 사건에서 피해자는 남자친구인 가해자로부터 무참히 폭행당하여 현장에서 의식을 잃고 심정지 상태에 이르렀으며, 혼수상태로 3주 동안 병원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를 받다가 사망하였습니다. 사건 당시 CCTV 영상에 따르면, 가해자는 피해자의 머리를 날카로운 금속 모서리가 설치된 창벽 쪽으로 10여 차례 거세게 밀어붙여 창벽과 금속 모서리에 강하게 부딪치게 하여 피해자를 약 3분가량 실신케 하였고, 이후 정신이 든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거듭 폭력을 행사하였으며, 결국 격분한 상태로 피해자의 경추가 꺾일 정도의 심한 타격을 가하여 피해자가 즉시 현장에서 심정지에 이르렀습니다. 이미 가해자의 폭력으로 실신한 바 있던 피해자에게 계속하여 반복적으로 강한 물리력을 행사한 가해자에게는 피해자가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의식을 잃은 채 머리에 피를 흘리며 쓰러졌으므로, 이 경우 가해자는 곧바로 119 신고를 하면서 119요원의 안내에 따라 혹은 자신의 기존 인명구조요원 자격에 바탕하여 기도 확보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즉각적인 대응 조치를 취했어야 함에도 전혀 그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 오히려 피해자의 상태를 더 악화시킨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도 '피해자를 방치하는 정도를 넘어 약 10분 동안 계속하여 피해자를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로, 1층에서 8층으로, 다시 8층에서 L층으로 질질 끌고 다니면서 수 회 머리를 바닥에 부딪치게 하는 등' 피해자에 대한 폭력 행사를 지속하였다는 점,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범행을 축소 및 은폐하는 데 급급한 나머지 허위로 112 신고("서로 약간 불미스러운 사고가 있어서 그러는데 와주실 수 있으세요…. 왜 자는 척 하는지 모르겠는데…", 신고 도중 접수자가 재차 위치를 묻자 전화 끊고 신고 중단) 및 119 신고("피해자의 머리를 옮기려다가 찍었는데… 피해자가 술을 너무 많이 마셔 기절을 하고")를 하고, 출동한 119구급대원들("술 취한 피해자를 데리고 가다 떨어뜨려서 머리를 부딪쳤다")과 병원 의료진("미끄러져 걸려 넘어지면서 물체에 부딪쳤고, 쾅 넘어진 것은 아니고 스르륵 쓰러졌다")에게 허위사실을 고지함으로써 피해자의 치료를 방해하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해자는 이미 살인의 미필적 고의로 피해자에게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하였다고 할 것이고, 특히 피해자가 심정지 상태로 쓰러진 상황에서는 피해자가 사망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 최소한 불확정적으로 인식하면서 위와 같은 행위에 나아갔다고 할 것입니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유족들은 가해자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었고, 가해자는 살인죄(적어도,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로 처벌받아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금일 이 사건에서 검사는 가해자에게 살인의 고의가 아니라 상해의 고의만을 인정하여 '상해치사'로 의율하여 기소한 바, 이에 대해 유족들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합니다.

3. 유족들의 심정

평생 애지중지 키운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딸을 잃은 피해자의 부모와 유가족들은, 단 10분 만에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으로부터 맞아 죽게 된 딸의 피맺힌 절규를 생각하면서 식음을 전폐한 채 매일 눈물과 한숨으로 깊은 절망 가운데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의식불명 상태로 3주를 지내다 사망하였고, 그래서 피해자의 항변을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이 사건에서 단지 가해자의 주장만으로 이렇게 살인죄의 혐의를 벗어나게 해도 되는지 유족들은 참담한 심정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피해자는 가해자를 제외하고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나, 이 사건 범행으로 인하여 약 10분 만에 즉시 심정지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3주 동안 연명 치료를 받다가 결국 사망하였습니다. 억울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피해자는 이 사건에 관해 어떠한 말도 한마디 전하지 못한 채 그렇게 이 세상을 떠나고 말았지만, 가해자는 살아서 진심 어린 반성은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자신의 죄책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이런 저런 변명과 거짓된 주장을 하고 있을 뿐입니다.

피해자가 완전히 정신을 잃고 축 늘어진 상태로 쓰러진 후, 가해자가 보인 행동은 애정을 가진 연인의 태도가 아니었음은 물론, 심정지 상태에 이른 피해자의 생명과 안위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습니다. 만일 가해자의 주장대로 살인의 고의가 없었더라면, 자신의 폭력행위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든 피해자를 위해 즉시 119 신고를 하거나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였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해자는 피해자를 살릴만한 어떠한 행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전혀 미동도 없는 피해자를 약 10분 동안 계속하여 1층 현관에서 엘리베이터로, 1층에서 8층으로, 다시 8층에서 L층으로 질질 끌고 다녔던 바, 피해자의 부모로서는 자신의 범행을 숨기기에 급급하여 생사의 기로에 있는 피해자의 '골든타임'을 허비한 가해자의 행동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자신이 한 때 사랑했던 여인이 죽어가는 상황에서 어떻게 이러한 행동을 할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용서할 수도 없습니다.

가해자가 어떠한 처벌을 받든지 이미 사망한 피해자가 살아 돌아올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족들은 피해자의 죽음을 계기로 남자친구라거나 연인관계라는 점이 가해자에게 유리하게 작용되어 또다시 누군가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가지 않도록,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있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공익의 대표자이자 공소 제기와 공소 유지에 책임을 맡은 검사님께, 앞으로의 공판 과정에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낱낱이 밝혀주시고 법이 허용하는 최대한의 구형을 통해 비참하게 죽어간 피해자와 그 유가족들의 사무친 원한과 억울함을 풀어주시기를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다시는 우리 사회에 피해자와 같이 원통한 죽음을 맞이하는 이들이 더 이상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4. 데이트폭력 범죄에 대한 엄중한 대응을 바랍니다.

이 사건과 같은 이른바 '데이트폭력' 범행은 엄연한 '범죄'이며, 통상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수한 관계 때문에 범행이 장기간 지속되고, 가해자는 피해자에 대한 애정, 증오, 원망, 소유욕 등 복합적인 감정이 폭발한 상태에서 범행에 이르게 되어 결국 중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사회적 폐해가 큰 심각한 범죄입니다. 특히, 이러한 데이트폭력은 가정폭력과 마찬가지로 주로 힘이 강한 남성이 자신보다 힘이 약한 여성을 상대로 행사한다는 점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무시와 모멸을 전제한 비열한 범죄라고 할 것입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피해자가 사망한 이후 2021. 8. 25. 이 사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에 글을 올려 해당 사건의 사실관계의 규명과 가해자 처벌 및 데이트폭력처벌방지법의 제정 등을 호소하였고, 청원 마감일인 2021. 9. 24.까지 한 달 동안 530,569명의 국민이 해당 청원에 동의하였습니다. 한편, 국민청원에는 이미 2020. 7. 1. 강서구 화곡동 데이트폭력 살인미수 사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는 글이 게시된 바 있고, 해당 청원 마감일인 2021. 7. 31.까지 212,867명의 청원 동의가 있어 이에 대해 청와대의 답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트폭력 범죄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고, 그 피해는 매우 심각한 상황인 바, 데이트폭력의 근절을 외치는 국민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외면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영국과 미국의 여러 주법에서는 데이트폭력에 대해 엄중한 처벌 및 사전예방 대책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데이트 폭력으로 인한 사망사건에 대해 중하게 처벌하고 있다고 합니다. 데이트폭력 범죄는 아동학대 범죄와 마찬가지로 약자에 대한 폭력 범죄로서, 선진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관련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데이트폭력으로 사망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는 엄중한 형사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라고 판단됩니다.

과거 울산 계모 아동 학대 살해사건 및 칠곡 계모 아동 학대사건을 계기로 하여 '아동학대범죄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이 제정되었으며, 울산 계모 아동 학대 살해사건에서 최초로 아동 학대 사망사건에 대해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로 유죄를 선고한 이후 다수의 살인죄 판결이 선고되고 있는 상황인 바, 본 사건에서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가해자에게 엄중한 처벌이 있어야 함은 물론, 다수의 데이트폭력 중 하나로서 그저 1회적인 사건 해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본 사건을 통해 데이트폭력에 대한 사회적 경종을 울리고 관련 법령 제정 등 제도적 개선이 이루어지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서울 마포구 데이트폭력 사망사건」을 계기로 이제 데이트폭력에 대한 정부 당국과 언론, 시민단체 등의 많은 관심과 후속 논의가 이루어져 충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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