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두 대통령' 베네수엘라… 마두로는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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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2.09. 오후 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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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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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정한결 기자] [국제압박 약화·경제 회복세…야권은 부패 스캔들 휘말리며 동력 상실]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 /사진=로이터.
'한 나라, 두 대통령'이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지 1년을 앞둔 가운데 베네수엘라에서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아직도 권력을 잡고 있다. 그는 국제적 고립에도 군경 및 석유 통제권을 바탕으로 오히려 권력 기반을 다지고 있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마두로의 몰락을 예상했지만 그는 현재 베네수엘라를 강력하게 통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1월 후안 과이도 베네수엘라 국회의장이 임시대통령을 스스로 선언할 때만 해도 마두로가 축출될 것이라 예상됐지만 국제사회의 침묵, 경기 호전, 야권 인기 하락 등의 이유로 마두로가 오히려 권력을 굳건히 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미국은 물론, 중남미와 유럽 각국이 과이도 의장을 공식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최근 에콰도르, 칠레, 볼리비아 등 중남미 각국 내에서도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면서 베네수엘라 사태에 압박을 가할 여력이 없다. 미국에서도 강경파인 존 볼턴 전 국가안보보좌관이 해임되면서 마두로 축출을 강력하게 요구하는 이가 사라진 상황이다.

미국의 경제 및 석유 제재로 베네수엘라 경제가 몰락해 마두로가 자연스레 축출될 것이라는 전망도 어긋났다. 국제통화기금(IMF)은 당초 올해 베네수엘라 경제가 35% 역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주요 수입원인 석유 수출이 오히려 늘면서 버티고 있다. 지난달 베네수엘라에서 매일 93만5000배럴이 수출되면서 전월 63만7500배럴 대비 크게 늘었다.

베네수엘라를 떠난 400만명의 난민이 본국에 남은 친지를 위해 수십억달러를 송금하면서 경제의 생명줄이 되기도 한다. 마두로 정권은 이에 물건 가격 및 화폐·수입 통제를 완화하고 달러를 실질적인 기축통화로 삼고 있다. 통신사업을 운영하는 오스만 볼리바르는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지난 2개월 간 매출이 35% 증가했다"면서 "모든 거래는 달러로 진행된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마두로를 대체할 야권이 부패 스캔들에 휘말리면서 정통성을 상실하고 있다. 현지 언론 아르만도는 이달 초 야권 국회의원 9명이 콜롬비아에서 사업가 알렉스 사압 모란에게 뇌물을 받고 그를 선처해달라는 서신을 콜롬비아 검찰청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모란은 지난 7월 베네수엘라 정권의 자금세탁을 도운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된 인물이다.

과이도 의장은 즉각 해당 의원들에 정직 처분을 내리고 조사에 착수했지만 이미 돌아선 여론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과의도 의장의 지지율은 이번 스캔들이 발생하기 전인 지난 10월에 이미 올해 초 대비 20%포인트 하락한 40%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인 이에 따라 내년에도 정권 교체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툴레인 대학의 데이비드 스밀데 베네수엘라 전문교수는 "이 모든 것은 마두로의 권력을 굳건하게 만들고 있다"면서 "지난 1월부터 시작된 야권연합은 붕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WSJ는 "이번 사태는 군경 전권을 행사해 야권을 진압하는 지도자를 쫓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준다"면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상황을 바라봤으며, 단순한 압박 전략으로 마두로와 그의 측근을 몰아내는 것이 비현실적인 일임을 드러냈다"고 평가했다.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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