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젠 질본이 `코로나 차르`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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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확산세가 무섭다. 대구·경북에서 무더기 감염이 발생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환자가 수십 명씩 늘어나고 있다. 일부 지역에 국한됐던 환자가 전국으로 번지고 병원 집단 감염까지 나오면서 공포감이 더 커지고 있다. 정부가 위기 경보 단계를 '경계'로 유지하면서도 사실상 최고 수준인 '심각'에 준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것도 사태가 그만큼 심각하기 때문이다. 대만은 우리나라를 여행주의 지역으로 지정했는데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미국 등 다른 국가들도 유사한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초기 방역망이 뚫린 것은 정부가 질병관리본부와 전문가들의 권고를 제대로 수용하지 않은 탓이 크다. 의사 단체 등 전문가들과 질본은 지난달부터 중국 전역에 대한 입국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피력했지만 정부는 이달 4일이 돼서야 후베이성을 방문한 외국인에 한해서만 입국을 제한하는 조치를 내렸다. 감염 확산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친 것이다. 이렇게 된 원인에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때와 마찬가지로 컨트롤타워의 난맥상이 자리 잡고 있다. 형식적으로는 보건복지부의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본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지만 실제로는 청와대와 총리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등 여러 부처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혼선이 빚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질본이 초기부터 철저한 방역을 여러 차례 강조했음에도 정부가 외교 문제 등을 이유로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컨트롤타워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면서 사태를 악화시킨 셈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질본이 실질적 권한을 가진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은 2014년 10월 에볼라 확산 공포가 커지자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직접 나서 론 클레인 전 부대통령 비서실장을 '에볼라 차르'로 임명하고 전권을 부여했다. 이후 중구난방 대책으로 비난을 받았던 미국 정부는 클레인이 주축이 돼 기민하게 움직였고 40여 일 만에 사태를 종식시켰다. 이는 좋은 벤치마킹 사례가 될 수 있다. 우리에게도 바로 '코로나 차르' 같은 존재가 필요한데 질본이 그 역할을 맡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질본이 결정 권한을 가지고 방역을 주도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 한다. 지금 감염 확산을 막지 못하면 코로나19 사태는 '대유행'이 될 수 있다. 우왕좌왕하며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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