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으면 바보”… 주식·코인 ‘빚투 손실금’ 탕감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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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7.05. 오후 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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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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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주식·코인 투자 손실금 빚으로 인정X
영끌·빚투 규모 막대한 투자실패자 구제책
“안갚으면 그만” 모럴해저드 유발 지적도

서울회생법원이 이달부터 개인회생 변제금 총액에 주식·코인 투자 손실금을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최근 증시와 암호화폐 시장이 하락기를 맞으며 경제적으로 어려워진 이들을 돕겠다는 취지지만 성실상환자들이 ‘묻지마 투자자’들의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공정 논란이 예상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개인회생이 승인된 채무자의 변제금 산정 시 주식·코인투자 손실금이 제외된다.

개인회생제도는 일정 소득이 있는 채무자가 3년간 일정 금액의 변제금을 갚아나가면 남은 채무를 줄이거나 탕감해주는 제도다. 감당할 수 없는 규모의 빚을 진 이들의 사회 복귀를 도와준다는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여기서 변제금을 결정하는 핵심 기준은 월 소득 및 ‘청산가치’다. 청산가치는 현재 채무자가 처분할 수 있는 모든 재산을 고려해 산출된다. 기존에는 청산가치를 정할 때 코인·주식의 원금을 따졌는데 이제는 잔존가치만 따지겠다는 것이다.

가령 A씨가 1억원을 투자한 비트코인이 시세 급락으로 현재 2000만원어치밖에 남지 않았다면, 개인회생을 신청한 A씨의 변제금은 2000만원을 기준으로 잡히는 것이다. 청산가치가 대폭 줄어드는 만큼 갚아야 할 돈도 줄어든다. A씨의 잘못된 베팅으로 인한 손실이지만 법원이 나서서 ‘없는 셈’으로 쳐준다는 얘기다.

주식·코인 손실금을 회생 과정에서 고려하지 않는 것은 최근 자산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며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은 이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금력이 부족한 MZ세대(20·30세대)는 성장주나 중소규모 암호화폐에 ‘영끌’했다 실패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법원에서 파산 판정을 받은 개인 중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율은 45%에 달했다.

법원의 이 같은 결정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지난해와 비교해 대폭 바뀐 것이다. 앞서 지난해 법원은 코인 빚투 실패자의 개인 회생을 기각하며 “채무자가 반복해 주식과 비트코인에 고액을 투자하고 이에 따른 손실이 발생했다는 이유로 개인회생 신청을 한 상황에서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게 된다면 그 투기성 행위와 무관한 채권자에게 손실을 오롯이 귀속시키게 된다”고 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빚투를 통해 이익이 발생하면 채무자가 가져가고 손실이 발생하면 사회가 떠안는 것이 불공정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이런 사례가 반복될 경우 빚투 실패자 구제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성실 상환자들이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변동성이 극심한 주식·코인 특성상 레버리지 투자를 통한 ‘빚투’ 경각심을 잃을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최악의 경우 투자금을 모두 잃더라도 ‘개인회생 신청하고 안 갚으면 그만’이라는 식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이 확산할 수 있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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