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중동 홀린 韓영상앱 `아자르`…"해외서 4천억 수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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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07. 오전 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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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자르 운영사 `하이퍼커넥트` 모건스탠리 손잡고 펀딩 나서

무작위로 연결된 낯선 사람과
얼굴 보며 통화하는 영상앱
중동에선 카톡만큼 인기 많아

230개국서 1억명 이상 사용
해외 매출 비중이 95% 넘어


'중동의 카카오톡'으로 각광받고 있는 한국 벤처기업 하이퍼커넥트가 해외에서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선다. 하이퍼커넥트는 2014년 서울대 공대·포항공대 출신 젊은이들이 의기투합해 설립한 영상기술 기업으로, 이 회사가 만든 동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는 전 세계 230개국에서 1억명 이상이 사용하고 있다.

국내외 투자업계에선 하이퍼커넥트가 쿠팡·야놀자를 잇는 또 하나의 한국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이퍼커넥트는 상장 전 지분투자(프리IPO)를 추진하기 위해 최근 모건스탠리를 자문사로 선정했다. 앞서 이달 중순 다수 외국계 증권사에 입찰 제안을 요청하며 투자 유치 작업에 돌입했다. 목표 펀딩 금액은 3000억~400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시장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100억원 단위 투자를 유치할 땐 자문사를 따로 뽑지 않는다"며 "야놀자, 무신사처럼 1000억원 규모 이상 펀딩하는 곳들이 외국계 IB를 찾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이퍼커넥트가 투자 유치에 직접 나서는 것은 5년여 만이다. 2015년 소프트뱅크벤처스와 알토스벤처스를 대상으로 100억원 규모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했다. 알토스벤처스는 2014년에도 22억원어치 보통주와 RCPS를 인수한 바 있다. 국내 투자자 중에선 한국투자파트너스가 지분을 보유 중이다.

하이퍼커넥트는 통상의 스타트업처럼 자금 조달에 연거푸 나설 필요가 없었다. 창립 초창기인 2016년에 이미 50억원대 순이익을 남길 정도로 현금 창출력이 탄탄해서다. 지난해 매출액은 1689억원, 영업이익은 203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6배, 1.2배 증가했다. 올 상반기엔 1235억원의 매출과 177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런 특징 때문에 하이퍼커넥트가 사모펀드·벤처캐피털보다는 일반 기업을 유치하길 선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사업을 함께 확장시킬 전략적 파트너를 물색한다는 얘기다. 다른 시장 관계자는 "유럽과 중동 시장 입지를 넓히기 위한 펀딩이어서 관련 서비스를 펼치거나 관심이 많은 글로벌 기업이 우선순위"라며 "국내에선 하이퍼커넥트 사업 모델에 힘을 실어줄 만한 대기업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하이퍼커넥트는 이번 투자 유치로 유니콘 기업으로 도약하길 희망하고 있다. 올해 초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를 경영고문으로 영입한 것도 이를 위해서였다. 김 고문은 네이버에서 한게임 분할, 라인 해외 상장, 사업구조 개편 등을 진두지휘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쿠팡, 무신사, 야놀자,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등이다. 하이퍼커넥트가 조 단위 몸값을 인정받으면 국내 열한 번째 유니콘으로 합류하게 된다. 하이퍼커넥트는 2018년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며 한국투자증권을 주간사로 선정했다. 투자 유치 작업을 시작한 만큼 회사의 증시 입성 시점도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하이퍼커넥트는 '네오위즈 사단'으로 알려진 안상일 대표와 정강식 최고기술책임자(CTO), 용현택 최고연구책임자(CRO)가 2014년 공동 설립했다. 안 대표와 정 CTO는 서울대 공대, 용 CRO는 포항공대 출신이다.

핵심 서비스는 모바일 영상 메신저 앱 '아자르'다. 아자르는 무작위로 연결된 낯선 사람과 1대1 영상 대화를 하는 콘셉트다. 국내에선 인지도가 떨어지지만 해외 시장 존재감이 훨씬 크다. 특히 중동 지역에선 한국 시장의 카카오톡과 다름없는 입지를 확보했다. 문자와 통화 대신 영상통화에 익숙한 문화권을 공략해 대박을 낸 것이다.

현재 아자르는 230개국에서 19개 언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중동을 비롯해 유럽과 인도 이용자가 많은 편이다. 올 1월 전 세계 구글플레이 비게임 매출 부문 6위에 올랐으며, 올 상반기엔 누적 다운로드 5억건을 돌파하기도 했다. 하이퍼커넥트 매출액의 95%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스타트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에 가깝다는 평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하이퍼커넥트는 외관상 서비스 기업이지만 궁극적으론 기술 기업을 표방한다. 웹브라우저 용도로 개발된 웹 실시간 통신(RTC) 기술을 모바일에 최초로 적용해 상용화했다. 서버 없이 스마트폰 자체에서 작동하는 가벼운 딥러닝(심화학습) 엔진뿐 아니라 얼굴을 인식해 증강현실(AR) 그래픽을 입히는 기능도 개발했다. 한국에 비해 스마트폰 통신 환경이 열악한 나라에서 성공한 것 역시 기술력 덕분이었다.

하이퍼커넥트는 확보한 자금으로 기술 투자를 늘려나갈 계획이다. 아자르에 쏠린 비즈니스 모델을 다양화해 제2의 성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4월 론칭한 실시간 방송 앱 '하쿠나라이브'는 1년도 안돼 1000만 다운로드를 뛰어넘었다. 이는 아자르의 초기 성장 속도보다 빠른 모양새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국내에서 투자 유치를 할 만한 유인 동기가 크지 않은 기업"이라며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사업을 펼친 만큼 앞으로 행보가 더욱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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