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는 성폭행, 친부는 처제와 불륜… 프랑스 지성계 ‘막장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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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4.01.05.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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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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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학자 뒤아멜, 의붓아들 성폭행
의붓딸 카미유 폭로에 사실 인정
“국경없는 의사회 설립한 친부
유명 배우였던 이모 마리와 내연
어머니, 모든 걸 알았지만 묵인”

①의붓아들을 성폭행한 헌법학자 올리비에 뒤아멜. ②알고도 침묵한 어머니 에블린 피지에. ③이모와 불륜, 국경없는의사회 창립자인 친아버지 베르나르 쿠슈네르. ④유명 영화배우 이모 마리-프랑스 피지에. /AFP 연합뉴스·위키피디아·르푸앵

프랑스의 대표적인 헌법학자이자 저명한 정치 평론가인 올리비에 뒤아멜(71) 시앙스포(파리정치대학) 명예교수가 1980년대에 의붓아들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이라고 시인했다고 14일(현지 시각) 프랑스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뒤아멜은 경찰 조사에서 “용서받지 못할 실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뒤아멜은 프랑스 최고 엘리트들의 사교 모임 ‘르 시에클’의 회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방송 진행자·변호사·신문 칼럼니스트로 활약해왔다. 좌파 성향인 그는 사회당 소속으로 유럽의회 의원도 지냈다.

지식인 사회에서도 정점에서 활동하던 뒤아멜이 의붓아들을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폭로가 제기돼 프랑스가 떠들썩하기 시작했던 건 지난 1월이었다. 그가 1987년 재혼했을 때 아내가 전 남편과의 사이에서 낳아 데려온 의붓아들 빅터(가명)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주장이었다. 폭로한 사람은 뒤아멜의 의붓딸이자 빅터의 이란성 쌍둥이인 카미유 쿠슈네르(46)였다.

카미유는 1월 ‘대가족’이라는 책을 출간해 1988~1989년 사이 뒤아멜이 당시 13~14세이던 빅터의 방에 수시로 들어가 성폭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카미유는 “그때 나는 너무 어려 무슨 의미인지 잘 몰랐고, 빅터가 비밀로 해달라고 해서 받아들였다”고 했다.

카미유 쿠슈네르가 의붓 아버지 올리비에 뒤아멜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한 책 '대가족(La Familia grande)./AP 연합뉴스

카미유의 폭로로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뒤아멜은 시앙스포를 감독하는 기구인 ‘국립정치학재단(FNSP)’ 이사장직에서 물러났다. 진행자로 활동하던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하차했다. 뒤아멜이 빅터를 성폭행한 것은 공소 시효가 지났다. 하지만 경찰은 그가 다른 성범죄를 저질렀는지 여부를 조사했고, 그 과정에서 뒤아멜은 빅터를 성적으로 학대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이 사건은 뒤아멜에 그치지 않고 그의 아내 및 아내의 전 남편의 성(性) 윤리와 관련한 이중성까지 드러나는 계기가 됐다. 뒤아멜의 재혼한 아내이자, 카미유·빅터 쌍둥이의 어머니였던 에블린 피지에(1941~2017)는 소르본대 정치학 교수, 변호사, 작가로 활동한 여성 좌파 지식인이었다. 프랑스가 인도차이나반도를 식민 통치할 때 아버지가 총독이었을 정도로 유복한 집안 딸이었다. 에블린이 20대 시절 쿠바에 가서 4년간 피델 카스트로의 연인으로 지냈다는 것은 식자층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쿠바에서 연인으로 지냈던 피델 카스트로와 에블린 피지에.

카미유는 30대가 되어서야 어머니 에블린에게 뒤아멜이 어린 시절 빅터를 성폭행했다고 알렸지만, 에블린은 이를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한다. 결국 카미유는 2017년 에블린이 숨진 이후 주변에 알리기 시작했고, 올해 1월 ‘대가족’을 출간해 모든 가정사를 공개했다.

피해자 빅터는 르몽드 인터뷰에서 “카미유가 쓴 내용은 모두 진실이다. 누이가 나를 대신해 이야기해줘 고맙다”고 했다. 카미유는 파리5대학 법학과 교수이며, 빅터는 파리7대학 물리학과 교수다.

카미유는 어머니 에블린과 친부(親父), 그리고 이모를 둘러싼 성 추문도 공개했다. 에블린의 첫 남편이자 카미유·빅터의 친부인 베르나르 쿠슈네르(82)는 ‘국경없는의사회(MSF)’를 설립한 의사다. 사회당 소속 좌파 정치인으로 활동했고, 프랑스 보건장관·외무장관을 지내기도 했다.

카미유는 아버지 베르나르가 1960~70년대 영화배우로 활동한 이모 마리-프랑스 피지에(1944~2011)와 내연 관계였다고 공개했다. 이 뿐만 아니라 카미유는 어머니 에블린이 남편과 여동생이 내연 관계라는 것을 알고도 묵인했다고 주장한다. 카미유는 책에서 “엄마와 이모는 모든 것을 공유하는 사이였다. 심지어 남편까지도”라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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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부 정책팀장, 파리특파원, 위클리비즈 편집장 거쳤음. '부자 미국 가난한 유럽(공저)'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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