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달 준비했는데…” 코로나 재확산에 3일 만에 중단된 소비 쿠폰 지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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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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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부·문체부 외식비 지원, 영화 쿠폰 지급 중단연휴 초입부터 코로나 재확산에 정부도 ‘허탈’
시민도 혼란 “괜히 돈 쓴 기분”
“방역과 경제 충돌 시 방역 우선시해야”



정부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추진했던 ‘외식 활성화 캠페인’과 영화 등 할인 쿠폰 지급을 시작한 지 3일 만에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 2단계 격상에 따라 잠정 중단됐다. 두 달 전부터 내수 살리기 차원의 소비 쿠폰 지급을 준비하고, 17일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해 연휴에 효과를 극대화하려 했던 정부로서는 다소 김이 샐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과 경기도의 사회적 거리 두기 격상에 따라 외식 활성화 캠페인 등을 16일 자정을 기해 잠정 중단한다고 15일 밝혔다. 앞서 농림부는 지난 14일부터 외식 업소에서 주말에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로 2만원 이상 결제를 5번 하면 6번째에 1만원을 환급(캐시백 혹은 청구 차감)해주는 캠페인을 시작했었다. 참여 효과를 높이기 위해 금요일 오후 4시 이후부터는 주말로 간주했다. 그러나 정작 첫 주말조차 제대로 채우지 못한 채 잠정 중단됐다.

농림부는 “이전까지의 외식 이용 실적에 대해서는 추후 캠페인 재개 시 누락 없이 모두 인정해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오는 17일까지가 연휴 기간이어서 카드사별 시스템상 조치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외식 실적 통보·조회 업무에 일부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지난 14일부터 지급했던 소비할인권 6종의 시행 일정을 잠정 중단키로 했다. 국내 숙박업체에서 온라인 예약 시 3~4만원을 할인하고, 영화는 온라인으로 영화관을 예매하면 1주당 1인 2매에 한해 6000원을 할인받을 수 있었다. 전시회는 전시회가 열리는 박물관의 관람료를 최대 3000원 범위에서 40% 깎아주는 내용이다. 정부는 영화와 박물관은 현재까지 배포된 할인권은 철저한 방역 하에 사용하도록 하되, 이후 예정된 배포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

숙박과 여행 할인권은 예약 시기와 실제 사용 시기가 다른 만큼 이미 예약한 것에 대해서는 예정대로 진행하게 하되, 향후 코로나19 상황이 악화할 경우 실제 사용 기간 연기까지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야심 차게 준비한 내수 활성화 정책이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벽에 부딪히면서 허탈한 기류도 보인다. 정부는 지난 6월 초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소비 쿠폰과 외식 할인 지원 계획을 처음 발표했다. 실제 유통업체 지정 등 쿠폰 지급 준비 과정에 시간이 걸리다 보니 시행에 몇 달이 걸렸지만, 시행을 앞두고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등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범정부적 차원의 노력도 있었다.

연휴 시작 직전만 해도 정부는 내수 회복에 대해 일부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4일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최근 경제 상황과 관련해 “실물경제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으나 내수 관련 지표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수출과 생산 부진은 다소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국내에서 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잡혀가고 있다는 판단하에 하반기 내수 극대화를 노리고 쿠폰을 풀었는데, 풀자마자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니 조금 허탈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정부의 내수 활성화 캠페인에 동참했던 시민 혼란도 가중되고 있다. 서울에 사는 주부 최모(33)씨는 “외식비 지원을 노리고 이미 외식도 몇 차례 이용했는데 캠페인이 갑자기 중단된다 하니 괜히 돈만 쓴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할인 쿠폰을 받고 영화를 예매한 40대 회사원 이모씨도 “코로나19 확산세가 무섭다고 해서 영화관을 가야 할지 예매를 취소해야 할 지 고민”이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 신규 확진자는 최근 들어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4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3명으로 20일 만에 세 자릿수로 늘더니 15일에는 166명이 신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산이 한창 이뤄졌던 지난 3월 11일 242명 이후 5개월 여 만에 가장 많다. 특히 지역 감염 확진자가 155명(15일 기준)으로 전체 93.3%를 차지할 정도로 치솟은 상태다. 이재갑 한림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장마철 실내 활동이 늘면서 이미 지역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정부 입장에서 허탈할 수밖에 없겠지만 방역과 경제가 충돌할 때에는 방역을 우선시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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