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이 부족합니다’… 코로나에 헌혈의집 썰렁 [밀착취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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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9. 오전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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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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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대 단체헌혈 등 잇따라 취소… 지난해 대비 헌혈자 30%나 급감

27일 경북 안동시 남부동 헌혈의집 안동센터에서 간호사가 혈액백을 상자에 넣고 있다.
‘혈액이 부족합니다.’

27일 오전 11시쯤 찾은 경북 안동시 남부동 헌혈의집 안동센터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내부로 들어가기 위해선 마스크를 쓴 채 손 소독과 두 차례 체온 검사를 해야 했다. 어렵사리 들어선 헌혈의집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하기까지 했다. 6명이 동시에 헌혈할 수 있지만, 헌혈자는 한 사람뿐이었다. 대기자도 없었다. 혼자 헌혈하고 있던 최모(20)씨는 “육군 기술행정병 지원에 헌혈을 하면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있어 헌혈의집을 찾았다”고 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혈액 수급에도 큰 차질을 빚고 있다. 감염 우려에 따른 외출 기피와 기업과 군부대 등의 단체헌혈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헌혈자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28일 대한적십자사 대구경북혈액원에 따르면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2월부터 지난달까지 경북지역 헌혈자는 6만7130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9만6204명에 비해 올해는 30.2%나 감소했다.

해를 거듭할수록 헌혈자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자 혈액 보유량은 턱없이 부족해졌다. 혈액 보유량은 ‘관심’(5일분 미만), ‘주의’(3일분 미만), ‘경계’(2일분 미만), ‘심각’(1일분 미만) 4단계로 나뉜다. 이날 대구·경북의 혈액 보유량은 3.6일분으로 집계됐다. 전국 혈액 보유량인 4.4일분에도 미치지 못했다.

헌혈의집에서 26년째 근무하고 있는 권정희(48·여) 안동센터 책임간호사는 요즘처럼 혈액 수급이 어려운 건 처음이라고 했다. 과거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나 사스(중증호흡기증후군) 때도 이 정도로는 혈액 수급이 어렵진 않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진자가 초반에 무더기로 쏟아진 경북의 혈액 수급은 다른 지역에 비해 여전히 어렵다. 이 때문에 부족한 혈액 물량은 그나마 헌혈이 활발한 대전·충남에서 조달하고 있다. 권 책임간호사는 “매일 두 차례 헌혈백을 회수하는 차가 오는데 빈손으로 돌아갈 때도 있어 안타깝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월수 대구경북혈액원 대리는 “헌혈은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헌혈 운동에 그 어느 때보다 관심이 필요한 시기다”고 호소했다.

안동=글·사진 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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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배소영 기자입니다. 다신 돌아오지 않는 매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다른 시각, 새로운 관점에서 더 깊은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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