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샤프’ 8년만에 바뀐다...3분의 1 가격에 납품하지만 한번 선정되면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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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11. 오후 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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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연속 수능서 쓰인 샤프 바뀌자 "모델명·구매처 알려달라" 요구 쏟아져
샤프 낙찰가 350원 안팎…시중가 절반도 안 되지만 "광고·매출 기대효과 커"

오는 14일 치러질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배부되는 샤프가 8년 만에 바뀐다. 바뀌는 샤프를 미리 구매해 손에 익히려는 수험생들이 몰리면서 새 샤프에 대한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업계는 50만 수험생이 쓰는 ‘수능 샤프’ 주인이 변경되자 ‘대박 샤프’가 탄생할지 주목하고 있다.

11일 교육부에 따르면 수능 샤프가 도입된 2006년 이후 한 해를 빼고 매년 쓰인 유미상사의 ‘미래샤프’가 올해 치러지는 수능에서는 바뀐다. 수능 샤프는 매년 공개입찰에서 품질기준을 통과한 제품 가운데 최저가 제품이 선정된다. 새로 선정된 수능 샤프로는 한 대형업체의 A샤프가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이 2020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전 마지막 모의고사인 '전국연합학력평가' 진행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수험생 정보 공유 사이트에는 "A샤프를 사려고 문구점과 마트 여섯 군데를 돌아다닌 결과, 시중에 풀린 물량이 부족하다고 해서 혹시 몰라 12개들이 세트 2개를 샀다" "미래샤프를 학교, 집, 도서관, 학원에 사다 두고 ‘그립감’(손에 쥐는 느낌)을 익혔는데 A샤프는 당장 어디서 구할지 몰라 인터넷으로 급하게 주문했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지난달에는 A샤프 판매업체가 쿠팡 등 온라인 쇼핑몰에 ‘수능 샤프 공식 지정’이라는 광고를 게시하자 수험생들은 판매처 링크를 공유하며 "수능이 한 달 남았으니 빨리 구매하자"고 했다. 같은 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많은 학생이 수능 샤프로 알려진 제품을 사서 예행연습에 쓰고 있으니 제품명을 공개해 달라"는 청원까지 올라왔다.

문구업계에서는 "새로운 수능 샤프의 광고효과와 매출 기대효과가 상당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한 문구업계 관계자는 "통상 수능 샤프가 1개당 350원 안팎에 낙찰돼 마진이 없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수능 샤프’ 타이틀이 붙기 전과 후의 매출은 비교할 수 없다"고 했다.

조달청 나라장터에 따르면 2019학년도 수능 기준 유미상사의 미래샤프는 69만2300개가 약 2억6332만원에 낙찰됐다. 한 개당 380원가량으로 시중 소비자가(1000원)의 절반도 안 되는 가격이지만, 업계에서는 "낙찰을 몇 년만 연속해 유지하면 ‘대박’"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대형 문구업체 관계자는 "2006년 유미상사의 샤프가 처음으로 선정됐을 때 낙찰가는 개당 250원이었다"며 "당시 시중가의 3분의 1 이하라서 ‘남는 것도 없을 텐데 무리하는 게 아닌가’라고 생각했지만, 수능 샤프 타이틀을 꾸준히 유지하면서 저가형 샤프 품목에서는 톱으로 우뚝 섰다"고 했다.

또 다른 문구업체 관계자는 "무명 업체였는데 낮은 가격 덕에 선정된 뒤 상승곡선을 탔다"며 "수험생들이 유미상사는 몰라도 미래샤프는 대부분 알 거다. ‘수능 지정 샤프’라고 광고하면 수험생 대부분은 최소 하나 이상씩 사서 쓰기 마련"이라고 했다. 미래샤프는 여전히 각종 온라인 판매처에서 ‘수능공식지정’ ‘대학수능시험용 샤프’라는 타이틀로 광고되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에 올라온 ‘수능 샤프’ 광고. /온라인 쇼핑몰 캡처

일각에선 수능 샤프로 선정되는 것이 오히려 역풍으로 작용할 위험도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2011학년도 수능에는 한 대형업체의 샤프가 ‘반짝 낙찰’됐지만, 샤프심이 잘 부러진다는 수험생들의 항의에 이듬해부터 유미상사의 샤프가 재선정됐다. 업계 관계자는 "수험생들에게 ‘탈락점’을 받은 샤프가 시장에서 재기하긴 쉽지 않다"고 했다.

[최지희 기자 h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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