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축의 시대' 돌입… 부동산 시장 파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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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10.24. 오후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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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거래 위축·가격 상승 제동 불가피/ 돈줄 봉쇄… 침체국면 접어들 듯 / 韓銀 기준금리 인상 땐 설상가상 / 연말까지 매물 쏟아져 나올 수도
정부가 24일 가계부채종합대책에서 중도금·주택담보대출 보증한도를 더욱 낮추면서 주택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자금력 없는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아 시장 교란을 막고 가계 건전성을 높인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만 집을 살 수 있게 돼 시장 양극화를 심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정부 대책에 따라 내년 이후 주택을 추가 구매하려는 다주택자가 금융권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규모는 대폭 줄어든다.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대출 보증한도는 수도권과 광역시, 세종시에서 5억원으로 1억원 내려간다. 이미 6·19부동산 대책과 8·2대책을 통해 청약조정지역과 투기과열지구의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등 대출 규제가 크게 강화된 가운데 이번 신(新)DTI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으로 내년 이후 은행에서 빚을 내 부동산을 구입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다주택자 충격 클 듯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으로 주택시장에서의 거래위축과 가격상승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분위기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10·24대책은 정부가 부동산 시장으로 유입되는 돈줄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라며 “지난 3년간 저금리와 유동자금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의 추세적 상승세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도 본격적인 침체 국면에 접어들 태세다. 이미 8·2대책의 여파가 반영되기 시작한 지난달 전국 주택매매거래량은 8만4350건으로, 전년 동월(9만1612건) 및 전월(9만6578건) 대비 각각 7.9%, 12.7% 감소했다.

추가 악재도 줄줄이 대기 중이다. 최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고 5%대까지 오른 상태에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검토 중이다. 수도권 입주물량 증가와 다음달에는 주거복지로드맵 발표도 예정돼 있다. 정부는 여기에 올해부터 공공임대주택을 대폭 늘려 내년 이후로는 연평균 13만호를 안정적으로 공급시켜 불필요한 민간주택 매매 수요를 차단할 계획이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가 이뤄지는 내년 4월 이전까지 여유가 있었던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올해 말까지 쏟아져 나올 공산도 커졌다. 내년부터는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이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올해 안에 파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전문위원은 “다주택자 매물이 쏟아지면서 시장에서 일단 숨고르기 양상이 진행될 것”이라며 “다주택자들은 앞으로 나올 주거복지로드맵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2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계부처 합동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김 부총리, 최종구 금융위원장.
이재문 기자

◆주택 시장 양극화 우려도

분양시장도 중도금대출 한도 축소로 직격탄을 맞았다. 수도권 등지의 중도금 대출 금액이 줄고, 거래 위축에 따른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미입주 물량이 급증하면 건설사가 입주자를 대신해 중도금 대출을 대위변제해야 하는 등 리스크가 커진다.

특히 주택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 건설사의 타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는 이자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제2금융권으로 몰릴 수도 있다. 한 건설사 임원은 “건설사의 대위변제 부담이 커진다면 주택사업을 공격적으로 하기 어려워져 보수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수밖에 없고, 자금여력이 없는 중소 건설사들은 부도 위험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여유 자금이 없는 수요자 역시 입지가 다소 떨어져 상대적으로 분양가가 저렴한 단지에 청약을 넣을 수밖에 없고, 높아지는 이자 부담까지 감내해야 한다. 기준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들의 이자 부담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어 자산을 팔아서 원금을 줄이지 못하면 유동성 위기가 우려된다. 이로 인한 서민들의 주택 구매력이 저하되는 악순환이 빚어질 수 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본부장은 “상대적으로 소득이 적은 서민들의 피해가 커지고, 여유 자금이 있는 사람만 집을 구입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만들어졌다”고 평가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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