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욱 국방부 장관이 직접 사과에 나설 만큼 논란거리를 연일 생산해내다 보니 군 간부들은 말 그대로 노심초사다. 문제점이 불거질 때마다 군 당국과 해당 부대는 뒷수습하기에 바쁘다.
이런 디지털 ‘소원수리’를 냈던 병사가 징계 등 불이익을 받으면 또다시 2차 제보로 이어진다. ‘#육대전’이란 줄임말 해시태그(SNS 게시물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단어)를 두고 ‘이대남’(20대 남성) 병사와 ‘아재’ 간부들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다.
이튿날인 3일 육군은 이런 제보 내용에 사실 관계를 따지면서도 “더 세밀하고 정성 어린 관심을 기울이겠다” “지침 위반 여부를 철저히 확인해 관련 규정에 따라 조치하겠다”는 등 ‘답정너’식 판박이 입장을 내놨다.
육대전 페북 팔로워는 3일 기준 14만6000여명에 이른다. 새 게시물이 올라올 때마다 현역병과 예비역, ‘곰신’(고무신의 줄임말)으로 불리는 여자친구, 자식을 군에 보낸 부모 등 수많은 이들이 득달같이 상황을 공유하고 격정을 쏟아낸다.
특히 육군훈련소에서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훈련병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화장실조차 마음대로 이용하지 못한다는 제보가 올라오자 부모 세대가 울컥했다.
훈련병 아들을 둔 한 어머니는 “자타 성격 좋은 내 아들이 (훈련) 3주차 지나면서 화장실도 편해졌고 지낼만하다고 말하던데, 내 아들이 훈련소에 있어서 딱히 말도 못하고…”라며 댓글로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육대전 운영자 김주원씨는 3일 중앙일보에 “지난해 2월에도 격리 병사들의 부실 배식을 전해 이슈가 됐지만, 이번만큼 반향이 크지는 않았다”며 “휴대폰 사용이 전면 허용되면서 사진 제보가 많아진 게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연예뉴스 등 흥미 위주의 게시물이 많은 군대나무숲(대학 익명 게시판인 ‘대나무숲’에서 따온 이름, 팔로어 10만여명) 페북과 달리 육대전 페북은 병사들의 ‘소원수리’ 창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렇다고 병사들의 고충만 올라오는 건 아니다. 올해 나온 새 육군 군가(육군, We 육군)처럼 군 생활 관련 각종 정보를 전파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김주원씨는 지난해 6월 서울시에 인터넷신문 사업 등록까지 했다. 사업 등록증에는 발행 목적을 “군인 인권을 보호하고 증진하며, 군대에 관한 정보 등을 전파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김씨는 “부실 배식을 처음 이슈화한 지난해 2월 국방부 조사본부 수사관이 집을 찾아와 제보자에 대해 묻고 갔다”며 “살짝 무서운 생각도 들었고, 개인 활동이 아닌 공익 차원의 활동이라는 것을 알리기 위해 인터넷신문으로 등록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목소리를 낸다. 양욱 한남대 경영ㆍ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는 “안에서 해결되지 않고 곪아 있는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낼 수 있는 건 이런 휴대폰 덕분”이라며 “군이 매번 국방개혁을 외치면서도 정작 가장 기본적인 배식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걸 공론화시킨 주역”이라고 짚었다.
박재민 국방차관도 지난 1일 연합뉴스TV에 출연해 “이런 문제가 과거처럼 은폐되거나 숨겨져 곪아가는 것보다 조속히 문제가 해결되도록 하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군 당국이 늘 쇄신을 말해도 고질적인 병폐는 잘 고쳐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비근한 예로 국방부가 부실 배식 엄단을 얘기하고 육군참모총장이 부대 방문 때마다 간곡히 사정해도 또 다른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2일 육군은 장병 및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육군이 소통합니다’라는 페북 채널까지 새로 개설했다.
하지만 군 안팎에선 ‘땜질 처방’이란 비판이 나온다. 한 군 관계자는 “소원수리를 냈다가 관심병으로 낙인 찍히는 걸 두려워하는 병사들에게 육군이 주도하는 페북이 소통 창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난센스”라며 “사고 터지면 해명하는 창구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김상진ㆍ박용한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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