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집요한 ‘개 도축장 압박’…최후의 3곳 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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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환 기자 TAL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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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돌이표 단속과 압박, 회유에 업주들 백기투항
박원순 서울시장(오른쪽)이 지난 2월 9일 서울 한 영화관에서 유기관 만화 '언더독'을 본 뒤 "서울 시내서 개 도축장을 완전히 없애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원순 서울시장의 끈질긴 ‘개 도축장 퇴출압력’에 서울 최후의 도축장 3곳이 폐업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의 도돌이표 단속과 압박, 회유가 시작된 지 1년2개월여 만이다.

서울시는 시내 마지막 도축장 3곳이 이달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24일 밝혔다. 이들 업체는 성동구·강서구 내 외곽지역, 인적이 드문 곳에 숨어 개를 잡아 왔다. 도축 과정에서 나온 오물을 가까운 하천에 그대로 흘려보냈다.

시 민생사법경찰이 이들을 처음 발견했다. 민생사법경찰은 지난해 8월 수 배출시설설치 신고도 하지 않고 개 도축폐수를 무단 방류하는 도축장이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단속에 나섰다. 적발된 도축장들은 물환경보전법 및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을 위반으로 입건됐다.

이때 공터에도 도축장이 있다는 걸 서울시도 알게 됐다. 이전까진 도축 업체가 전통시장에만 몰려 있다고 여겼다. 유일하게 영업을 이어오고 있던 동대문구 ‘경동시장’ 내 도축장 2곳만 없애면 ‘도축 제로 도시’의 완성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3곳이 더 있었던 것이다.

네 달여 뒤 박 시장이 가세했다. 지난 2월 서울 한 영화관에서 유기견 만화 ‘언더독’을 보고선 돌연 “서울 시내 개 도축 업소를 완전히 없애겠다“고 공언했다. 최후의 도축장들을 향해 “강제로 없앨 수는 없으니, 여러 방식의 압력을 가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엄포 8개월 만에 도축장들이 백기투항했다. 도축을 포기한다는 확약서를 쓰고 10월부터 이행했다. 서울시 공무원들은 자주 단속을 나가서 귀찮게 했다고 한다. “물환경보전법 위반 벌금을 내다보면 손해다” “서울 한복판에서 너무 잔인하지 않으냐”고 설득했다.

현행법상 개 도축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 개 도축·유통·판매를 규제할 법적 근거 자체가 없다. 다만 도축 과정에서 흔히 나타나는 동물학대·폐수 처리·식품 위생 문제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간접적으로 규제할 방법이 생긴다.

학대행위로 단속하는 건 비교적 쉬운 편이다. 도축할 때 목을 매달거나 몽둥이로 때리면 학대다. 다른 개들이 보는 앞에서 도축해도 마찬가지다. 불쑥 단속하다보면 이런 도축장은 금방 도축을 관둔다. 다만 분리된 공간에서 전기도살하는 업장은 학대 명목으로 단속이 힘들다. 대부분 도축장은 우리에 개를 가둬놨다 손님이 요청하면 가게 한쪽에서 개에 전기 충격을 줘 도축한다.

개를 통째로 달이는 ‘개소주’는 식품위생법에 따라 단속한다. 개소주 생산 자체는 특정 기준만 맞추면 합법이지만 공무원들이 식품위생법에 따라 위생검사를 촘촘히 하기 시작하면 사실상 생산이 어려워진다.

서울시의 ‘개 도축 제로’ 작업은 2016년부터 속도가 붙었다. 경동시장(동대문구), 중앙시장(중구)내 개도축업소 총 8개소(경동6, 중앙2)를 집중 단속해 기를 꺾었다. 일주일마다 찾아가 고기는 판매해도 좋으니 도축만이라도 중단해달라고 재촉했다. 버티던 업주들도 공무원들의 찰거머리 전략에 질려 올 초까지 차례로 두 손을 들었다.

도축 업주들도 언젠가는 도축을 그만두겠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다. 보신탕이 사양산업이라는 걸 알지만 먹고살 게 이것밖에 없다는 것이다. 재촉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사라지도록 해달라고 한다. 하지만 공무원들은 서울이 한국의 상징적 공간인 데다 사람이 많다는 점을 들어 조기 중단을 독려했다.

도축을 중단한 업주들은 현재 각자 살길을 찾았다. 가게를 접은 곳도 있고 직접 도축 대신 지방에서 도축한 고기를 사 오는 곳도 있다.

박원순 시장은 오는 26일 동물보호단체 회원들과 함께 ‘개 도축 제로 도시’를 선언한다. 박 시장은 “‘동물공존도시’ 품격에 맞게 개 도축 제로 도시를 유지하겠다”며 “서울시는 앞으로도 개 도축행위가 발생하면 모든 수단을 활용해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초복을 앞둔 7월 16일 부산 북부 구포개시장에서 우리에 갇힌 식용개들의 모습. 연합뉴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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