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사나이' 편승하려다…"北이나 잡아라" 욕먹은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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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10.07. 오전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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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혜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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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지난 1일 유튜브에 공개했다는 영상. 현재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올해 하반기 유튜브 시장에서는 군대 관련 콘텐트가 최고의 히트 상품이다. 웹 예능 ‘가짜 사나이’는 조회 수가 1000만에 달할 정도다. 군대 콘텐트의 이같은 인기를 틈타 국방부도 자체 콘텐트를 올렸지만 흥행은커녕 논란만 일으키며 비난을 사고 있다.

‘가짜 사나이’ 유튜브서 인기
지난 1일 공개된 '가짜 사나이' 시즌2. 사진 유튜브 '피지컬갤러리' 캡처

6일 유튜브에서는 ‘가짜 사나이’ 시즌2 1회의 조회 수가 1180만 회를 기록했다. 지난 7월 공개된 시즌1은 누적 조회 수가 5600만 회가 넘는다. ‘가짜 사나이’는 일반인이 특수부대 훈련을 경험하는 내용이다. ‘가짜 사나이’ 영상에는 “고된 훈련 속에 피어오르는 우정에 감동했다” “힘든 시기에 위로받는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린다. 이를 놓고 “젊은 세대가 나보다 힘겨워 보이는 사람들을 보며 자신의 힘든 상황을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는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짜 사나이' 콘텐트는 유튜브 인기 동영상 순위에서도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최근 ‘빚투’ 논란에 휩싸인 이근 대위의 사과 영상부터 ‘가짜 사나이’ 시즌2에 출연한 축구 선수 김병지씨가 ‘가짜 사나이’를 리뷰하는 영상도 인기다.

국방부는 ASMR 영상 올렸다 뭇매
국방부가 지난 1일 유튜브에 공개했다는 영상. 현재는 찾아볼 수 없는 상태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국방부도 최근 군대 콘텐트 인기를 노리고 자체 제작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렸다. 하지만 군대 콘텐트의 인기 물결에 합류하기는커녕 오히려 네티즌의 비난 속에 논란을 낳고 있다. 국방부는 지난 1일 '72주년 국군의 날 특집'이라며 72분짜리 동영상을 올렸다. 육군 훈련소의 기상나팔이나 행군 때 나는 군화 소리 같은 ASMR(청각이나 시각적 자극에 쾌감을 느끼는 경험) 동영상이다. 국방부는 “72분의 그리운 소리, 육군 훈련소 ASMR! 제식훈련, 야간 행군으로 이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그때를 회상해보자”고 광고했다.

하지만 곧장 남초(男超)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부터 반박이 제기됐다. “북한군도 제대로 못 잡는 주제에 잘도 군대 가고 싶겠다” “원해서 가는 군대가 아닌데 그리울 리 있겠느냐”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일부 예비역과 입대 대상자 중심으로 군에 대한 반감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한 네티즌은 “새벽 근무하고 와서 오전 6시에 기상나팔 소리 들으면 심장 두근거리고 스트레스받았었다. 이건 ASMR이 아니라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해야 맞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가짜 사나이’를 언급하면서 “‘가짜 사나이’ 떡상(‘급상승’을 뜻하는 은어)에 올려 타려다 실패”라는 댓글도 있다. 한편에선 “군대 기상나팔 소리를 알람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그 시절을 추억으로 볼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국방부, 영상 공개 하루 만에 삭제하고 사과
국방부는 네티즌 사이에서 논란이 일자 영상을 공개 하루 만인 2일 삭제했다. 국방부는 또 공지를 통해 영상 제작 배경을 설명하고 해명하기도 했다. “국민과 친근하게 소통하고자 ASMR 콘텐트를 게시했다. 해당 콘텐트는 밤낮으로 임무와 훈련에 매진하시는 우리 국군 장병의 노고와 각 군 훈련소의 일상을 가까이에서 느끼실 수 있도록 준비했으나 많은 구독자와 예비역분들이 영상으로 인한 불편함을 토로했다. 공감력 있는 콘텐트로 소통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는 내용이다.

군 관련 콘텐트는 제작에 신중해야
가짜 사나이 시즌1. 사진 유튜브 '피지컬 갤러리' 캡처

전문가들은 군 관련 콘텐트는 주의 깊게 제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짜 사나이’ 같은 군 관련 콘텐트는 훈련에 대한 목적성이나 동기가 확실해야 한다. 정당성이 없다면 자극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가짜 사나이’가 대중문화 콘텐트로 자리 잡은 만큼 그에 따른 책임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정 평론가는 “대중에게 다가가려는 국방부의 의도는 이해되지만 군 관련 콘텐트는 시청자의 마음을 깊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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