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아버지 살해한 모자(母子) 선처
"단독범행" 주장하다 드러난 사건 전모
“40년 가정폭력이 부른 참혹한 사건”
울산지법 형사11부(부장 박주영)는 7일 열린 국민참여재판을 통해 아버지 김모(69)씨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기소된 아들 김모(41)씨에게 징역 7년을, 어머니 송모(6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모자가 거동이 불편하고 만취 상태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행이라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면서도 “40년간의 가정폭력이 이 사건의 중요한 원인으로 보이는 점, 유족 등 주변 인물들 모두 선처를 바라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열흘 뒤 경찰은 아들 김씨를 존속살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이 두 사람을 공범으로 봤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들이 범행 당시 같이 있었던 점 등을 언급하며 어머니 송씨를 추궁했고, 수차례 단독범행을 주장했던 송씨는 결국 마지막에 아들과 함께한 범행의 전말을 털어놨다.
당시 집에는 아들 김씨가 이혼한 뒤 송씨가 키우던 손자가 있었다. 손자는 곧바로 직장에서 근무 중이던 김씨에게 전화했고, 김씨는 112에 “부모님이 심하게 다투고 있다”며 신고했다. 경찰관들이 출동했으나 송씨가 남편에 대한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사건이 종결됐다.
3시간쯤 뒤 귀가한 아들 김씨와 아버지가 낮에 있던 일로 다투기 시작했다. 어머니 송씨는 남편에게 “우리 둘이 죽어야 끝난다”며 베란다에 있던 염산 1통을 건네주었지만, 아무도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이날 밤 아버지가 아내 송씨를 또다시 주먹으로 때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들도 화가나 주먹으로 아버지의 얼굴을 때렸다. 이후 아들은 집에 있던 둔기를 가지고 나와 아버지를 내리쳤다. 아들은 경찰에서 “오랜 기간 지속된 가정폭력을 끝내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재판부는 “집행유예 결정이 사망한 피해자의 생명을 가볍게 보는 게 아니라 배심원들의 의견을 존중한 결과인 점, 가정폭력의 참혹한 결과를 돌아보고 이를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강구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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