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기간제교사 외면하는 직역연금제도는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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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7.06.17. 오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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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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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위한 연금이라면서 기간제교사는 불가.. 군인·공무원은 "OK"
정부가 철저히 배제하는 비정규직교원


지난 2015년 7월 30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세월호 희생자 김초원·이지혜 기간제교사의 순직 인정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우리나라는 만 18세 이상이면 누구나 국민연금 가입이 의무다. 직업이 선생님·군인·공무원·별정우체국직원이라면 국민연금 대신 직역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직역연금(사학·군인·공무원·별정우체국연금)제도는 이런 역할을 수행하는 자의 더 나은 노후생활보장을 위해 생겼다. 그런데 현재 기간제교사는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직역연금혜택에서도 소외당하고 있다. 법령을 토대로 생긴 교사를 위한 연금제도들이 역설적이게도 기간제교사의 가입을 원천적으로 막는다. 임시교사·강사 등 교육현장에서 정규직 테두리 안에 들어오지 못하면 법에 따른 권리도 누리지 못한다.

■같은 선생님인데 기간제교사라고 가입거부, 추후납도 불가

사립학교 교사는 사학연금 대상자다. 정규직 교사는 월소득액의 3.4%를 국가가 내준다. 매해 국가부담금 비율은 늘어난다. 내년에는 3.5%, 2019년에는 3.6%. 2020년 이후에는 3.7%다. 사학연금법은 “사립학교 교원 및 사무직원의 경제적 생활안정과 복리향상을 위한다”라며 관련 법으로 목적을 분명히 한다. 그러나 정규직 교사와 똑같이 교단에 서도 기간제교사는 직역연금 혜택을 받지 못하는 국민연금 대상자다.

사학연금에 국가 재정이 투입된 만큼 혜택이 목적대로 공정해야 하나 유독 비정규직 교사에게는 무관심하다. 고용기간이 한정됐다는 이유가 제도 목적보다 중요하다고 보는 형국이다. 사학연금법 제2조에 따르면 임시로 임명된 사람, 조건부로 임명된 사람, 보수를 받지 않는 사람은 법적용에서 제외된다.

사학연금 가입자 범위는 꽤 넓다. 특례에 따르면 선생님이 아닌 일반 교직원도 대상자다. 사학의 연구기관·평생교육시설 직원도 포함한다. 국가가 법인으로 설치한 국립대학병원 일반 직원까지 모두 적용한다. 특례까지 만들어가며 신경 쓴 모양새지만 거기에는 비정규교사 이야기는 없다. 실제 역할보다 조직의 정규직이냐 아니냐가 우선이다.

기간제교사로 일하다가 정규직교사가 됐다고 해도 꼬리표는 따라다닌다. 기존 기간제교사 경력은 사학연금법이 말하는 재직기간에 포함되지 않는다. 퇴직 후 사망할 때까지 받는 퇴직연금 특성상 기간제교사를 오래 할수록 손해 보는 구조다.

추후 재직 기간만큼 소급해 납부할 수 있는 제도조차 마련되지 않았다. 연금 납부 금액이 많고 기간이 길어지면 퇴직연금 수령액도 커지는 게 당연하다. 기간제교사에게는 이 당연한 권리를 선택할 기회조차 없는 현실이다.

기간제교사도 공적연금연계제도를 이용해 기존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사학연금 재직기간을 더해 20년이면 수급권이 생긴다. 하지만 사학연금 재직기간 자체가 느는 게 아니니 수령액은 상대적으로 손해다.

국공립학교 기간제교사도 연금 사각지대에 놓였다. 정규직 교사는 공무원신분으로 공무원연금 대상자이나 기간제교사들은 아니다. 정부가 교육분야의 공공성을 이유로 사립학교 교사는 지원하면서, 오히려 국공립학교 교사를 외면하는 모순이 생겼다. 이처럼 비정규직이라는 이유 하나로 교사들이 누려야 할 혜택은 국공립·사립 할 것 없이 남 이야기가 된다.

■한국교직원공제회도 기간제교사는 "NO"

국공립·사립 모두 회원자격이 있는 한국교직원공제회도 기간제교사를 외면한다. 교육계 전반에 걸쳐서 넓게 회원자격을 인정하지만 고용기간이 한정된 이들은 예외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1971년 대한교원공제회법 제정으로 정부 보조금이 포함돼 설립됐다. 교사 등 회원을 위한 저축·보험·대출 금융상품이 다양하고 시중보다 금리가 우수하다. 사업상 결손이 나면 교육부가 보조하는 법적 장치도 마련돼 안정성도 좋다.

한국교직원공제회는 맥쿼리펀드 같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투자해 결과적으로 국민 혈세로 높은 수익을 얻었다. 이를 2012년 국정감사에서 지적받았다. 당시 유기홍 의원은 “교육부 유관기관인 한국교직원공제회가 혈세로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설립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자 SOC사업은 최소운영수입보장제도로써 예상 수익이 나지 않으면 정부나 지자체가 세금으로 메꿔줘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해당 사업에서 총 1조 6750억원을 정부 재정으로 보전했다. 박홍근 의원이 공개한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사회간접자본 사업 투자현황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 8월까지 맥쿼리 투자사업에 797억원을 투자했다. 수익은 4배에 달하는 3232억원이었다.

감사원은 2014년 2월 발표한 기관운영감사에서 “한국교직원공제회 방만경영으로 1조 4600억원의 결손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또한 “공제회 장기근속직원에게 8일 동남아 단체연수를 제공하고 참여하지 않은 자에게는 7일간 유급휴가를 준 것”도 지적했다. 결손 발생은 회원의 장기저축 이자를 시중보다 과하게 주는 게 원인이었다. 아직은 결손액을 교육부가 보조하지는 않았으나, 정부 재정 투입으로 공제회가 탄생했음에도 혈세로 얻은 이익은 정규직에만 돌아간다.

■직업군인이 정규직 교사 되면 군복무 기간을 사학연금 재직기간으로 인정

별정우체국직원연금을 제외한 직역연금들은 재직기간을 서로 인정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정교한 법의 보호를 받는다. 혹시나 군인·공무원·사학연금 대상자 간 신분이 바뀌었을 때 연금 수령에 문제없도록 했다. 예를 들어 직업군인이 퇴직 후 사립학교 정규직 교사가 됐다면, 기존 군인연금 납입기간은 사학연금 재직기간으로 인정된다. 교육계와 무관한 군인일지라도 직역연금연계제도로써 권리가 보장된다.

직역연금 대상자의 안정적인 노후 보장을 가능토록 하는 제도 취지는 옳지만 여기서도 모순이 발생한다. 실제 교육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호흡했던 기간제교사들은 사학연금 재직기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데, 교육과 무관한 공무원·군인 등은 인정받는다. 유연하고 정교한 제도의 배려가 오직 정규직에만 닿아 있는 게 현실이다. 비정규직을 처음부터 직역연금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서로 연계하는 과정에서도 웃지 못할 상황이 일어난다.

자료=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홈페이지

■교육부·인사혁신처 누가 먼저 나서야 하나?

사학연금법 주무부처인 교육부 관계자는 기간제교사의 사학연금법 적용에 대해 “사학연금법은 공무원연금법을 기준으로 준용해 만들었기 때문에 따라가는 성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공무원연금법도 기간제교사를 적용하지 않는데 사학연금법이 먼저 하기는 어렵다”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사혁신처 공무원연금법 관계자는 “준용 관계는 사실이지만 기간제교사 문제를 우리에게 떠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쪼개기계약·격무·성희롱에 시달리는 기간제교사들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2016년 기준 46,666명이 기간제교사다. 전체 교원의 9.5%다. 교육부 통계와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 교육계는 기간제교사 약 절반이 업무 부담이 큰 담임을 맡는 것으로 파악한다.

지난해 1월 비정규직교사 협의회 김민정 공동대표는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성희롱 피해 등 현실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기간제는 스페어타이어 아니시냐” “선생님 속옷 보러 학교에 온다”는 말도 들었다고 밝혔다.

각종 피해를 보더라도 학교 측에 신고하기 쉽지 않다. 재계약, 이직 등에 영향을 줄까 하는 마음에서다. 김 대표는 “오히려 아이를 다루지 못한다는 질책을 받거나 해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학교 관리자들끼리 친분이 있어서 학교를 옮기는 것도 어려울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쪼개기 계약으로 퇴직금·실업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문제도 꾸준하다.

■세월호희생 기간제교사 순직 인정은 급한 불 끄기에 불과

세월호에서 학생을 구조하다 희생된 故김초원·이지혜 교사는 곧 순직이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인사혁신처는 공무원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7일부터 입법예고한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공무원 순직 대상자에 세월호 특별법에 따른 희생자를 포함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정부는 비정규직 공무원의 순직 인정 근거를 담은 공무원 재해 보상법을 논의하고 있다. 김동극 인사혁신처장은 6일 보도자료를 통해 "국회 논의과정에서 합리적 대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재해 보상에만 한했기 때문에 비정규직 공무원 연금차별 문제의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다. 이와 관련해 15일 인사혁신처는 관계자는 “2010년 이후 공무원연금법 개정으로 국민연금과 비슷해졌다”라면서 기간제교사 공무원연금법 적용 실효성에 의문을 가졌다.

이어 “공무원연금법상 기간제교사 재직기간을 인정한다고 해도 다른 비정규직 공무원과 형평성 문제가 생기는 등 더 높은 차원에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ohcm@fnnews.com 오충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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