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전국에서 라돈 검출…'위험 지도' 제작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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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8.06.22. 오후 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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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앵커 ▶

이제 라돈하면 침대가 떠오르실 텐데 라돈 침대보다 훨씬 더 심각한 문제가 땅속에서 올라오는 라돈입니다.

건물이 갈라진 틈을 타고 집 안으로 라돈이 침투한다는 건데 오래된 건물일수록 문제가 심각하다고 합니다.

최훈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포천의 한 농가 주택.

라돈 침대 같은 건 없지만 라돈 방사능 수치가 800 베크렐이나 검출됐습니다.

국내 기준치의 4배, 세계보건기구 권고치의 8배가 넘습니다.

[이동현/사설 라돈 연구소 박사]
"일단 기준치를 넘어선다는 것은 사선을 넘는 것과 같은 건데요. 그거의 4배를 넘는다라고 하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 암학회는 라돈 방사능 수치가 100 베크렐 올라갈 때마다 폐암 사망률이 15%나 높아진다고 보고했습니다.

이춘옥 씨 가족들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이 집에서 30년 넘게 살았습니다.

[이춘옥]
"암만해도 안 좋죠. 우리 인체에 너무 안 좋은 거 같아서 걱정했죠."

경기도 가평의 한 마을회관.

여기도 라돈 방사능 수치가 300 베크렐이 넘었습니다.

[이동현/사설 라돈 연구소 박사]
"신축 주택의 기준치가 200(베크렐)인데요. 그거의 약 1.5배 정도 수준이 되는 수치입니다."

환경부가 3만여 가구를 조사한 결과 전국 대부분 집에서 라돈이 검출됐습니다.

특히 강원도와 충청도, 전북에서 가장 높았고, 동해와 삼척, 완주는 방사능 수치가 200 베크렐이 넘었습니다.

서울에선 성북구와 종로가 높았습니다.

[서성철/부산가톨릭대학교 교수]
"실제적으로 WHO 권고 기준이 100 베크렐부터는 '액션 레벨'이라고 해서 뭔가 조치를 취하라는 수준이에요. 나름 상당히 높다고 얘기할 수 있어서 관리가 돼야 하는 수준이에요."

이들 지역의 공통점은 화강암 지대라는 것.

화강암에 포함된 우라늄이 자연 붕괴되면서 라돈이 끊임없이 방출되는 겁니다.

[이동현/사설 라돈 연구소 박사]
"거의 모든 토양에서 라돈은 다 발생하는 데 그런 위험지대, 화강암 분포가 많다거나 우라늄 함량이 높은 지역에선 라돈의 농도가 훨씬 더 높고 그 위험성이 높기 때문에 관리를 해야될 것으로 봅니다."

◀ 앵커 ▶

이 문제를 단독 취재한 최훈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최 기자, 이 정도 상황이라면 국민 상당수가 방사능에 노출됐다고 봐야 하는 건가요?

◀ 기자 ▶

전국 가정 곳곳에 라돈 침대를 깔아 놓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침대는 폐기하면 그만이지만 이렇게 암반에서 나오는 라돈은 그러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피해자들 대부분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라돈 침대보다 훨씬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앵커 ▶

듣고 보니 정말 심각한데 그렇다면 궁금한 건, 이런 사실이 왜 지금까지 알려지지가 않은 건가요?

◀ 기자 ▶

환경부가 일부러 숨긴 것 같지는 않고요.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라돈 침대 사태 이전에는 사람들이 라돈에 대해서 전혀 관심도 없었단 것도 사실이기도 하고요.

◀ 앵커 ▶

그렇다면, 땅속에서 올라오는 라돈을 막을 방법은 뭐가 있을까요?

◀ 기자 ▶

다행히 라돈 가스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요.

미국, 캐나다, 북유럽에서는 흔히 쓰고 있는 방법입니다.

라돈 저감 장치라는 시설인데 이게 생각보다 원리도 간단해서요.

주택 아래쪽에 배기관을 집어넣고 집안에 있는 가스를 밖으로 빼내는 방법도 있고, 그다음에 주택을 새로 만들 때 기초 공사를 하면서 바닥에다가 차단막을 설치하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하면 라돈 가스를 90% 이상 줄일 수 있습니다.

◀ 앵커 ▶

방법이 있다니까 다행이긴 한데 이게 우리나라에서도 설치가 좀 시급할 것 같네요.

그러면 시청자 분들이 궁금해 하실 것 같은데 내가 사는 지역의 라돈 수치 이거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 기자 ▶

그래서 최근의 환경부가 <라돈 잠재 지도>라는 걸 만들었는데요.

선진국에서는 일반적이지만 국내에선 처음입니다.

그런데 이 지도를 보면 지금 현재는 괜찮지만 앞으로 라돈 수치가 올라갈 수 있는 지역을 금방 미리 알 수 있거든요.

이것만 보면 예방을 할 수 있는 겁니다.

◀ 리포트 ▶

환경부가 제작을 의뢰해 만든 강원도 화천 지역의 라돈 잠재 지도입니다.

붉은색이 진한 곳일수록 땅속에서 라돈이 많이 방출되는 곳입니다.

이런 지역의 건물들은 지금은 라돈 수치가 낮다 하더라도 건물이 낡아 틈이 생기는 순간 언제든지 고농도 라돈이 집 안으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화천뿐 아니라 충북 괴산과 경북 의성 지역의 라돈 방출량도 조사했습니다.

세 군데 모두 라돈 방출량이 많아 주민들이 조심하지 않을 경우 라돈 방사능에 피폭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서성철/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
"공포감 조성이 아니라 이런 지역에 내가 사는 지역이 굉장히 위험할 수 있다라고 사전에 아는 것 자체가 개인 차원에서 예방의, 일종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자료거든요."

이 라돈 잠재 지도가 필요한 이유는 라돈 방출량을 알면 미리 조심하고 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서 본 포천 농가주택의 경우 실내로 들어오는 라돈을 밖으로 배출하는 배기관을 설치했더니 800 베크렐이 넘던 라돈 수치가 23 베크렐로 97% 감소했습니다.

건물 바닥에 차단막만 설치해도 라돈 침투를 90% 막을 수 있습니다.

[이춘옥/주민]
"그런 생각 들었어요. 잘했다고, 설치를. 대진침대 (얘기) 나오면서 아무래도 설치해 놓은 거 잘했다고."

하지만, 환경부는 이렇게 중요한 라돈 잠재 지도 작성을 단 세 곳만 실시한 뒤 중단했고, 조사 결과도 주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 않았습니다.

환경부는 이에 대해 라돈 잠재 지도 작성이 시범 사업이라 주민들에게 널리 알리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세 곳 외 다른 지역에 대한 조사는 언제 실시할 거냐는 질문에는 아직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라돈 침대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수거 해야 한다며 총력을 기울이는 정부가 그보다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라돈 잠재 지도 작성은 손을 놓고 있습니다.

[서성철/부산 가톨릭대학교 교수]
"노출을 과하게 줄이면 10명 발생 되는 암 환자가 5명, 4명으로 줄 수 있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전문가들은, 환경부가 전국의 라돈 잠재 지도를 서둘러 완성하고 라돈 위험지역에서는 미국과 유럽처럼 저감 시설을 적극적으로 설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MBC뉴스 최훈입니다.

최훈 기자 (iguff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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