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e스포츠 어른들의 사정

e스포츠 어른들의 사정 (1) - e스포츠 대회가 만들어지는 구조 형성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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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9. 11:011,241 읽음

반갑습니다. Periodista 입니다. 과거 방송사 (제작사) 에서 주최하는 e스포츠 대회와는 달리 최근 게임사가 직접 주최를 하는 e스포츠 리그가 많아지면서 모두 "어른들의 사정" 에 의해 생기는 이슈로 e스포츠 팬들은 괴리감이 느껴지고 있습니다. '제작사가 잘 못 했다', '의지가 없어서 그렇다' 등등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는데 솔직히 딱히 이유가 안 됩니다. e스포츠 대회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된 것인지 이해가 될 것입니다.

2018 오버워치 컨텐더스 코리아 시즌1

이러한 배경을 설명하기 위해 Periodista 네이버 포스트에서는 e스포츠에서 자주 나오는 '어른들의 사정' 에 대해서 e스포츠 팬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기획 포스트" 를 준비했습니다. 단순히 한국 지역이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는 상징성이란 의미를 제외하고 드라이하게 그리고 사업적인 시선에서 e스포츠 팬들이 언급하는 '어른들의 사정' 이란 무엇인지 한 번 제대로 털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용어 설명 및 기획 포스트 시작을 앞두면서..

보통 e스포츠 대회를 개최하는데 기획하여 여는 '주최사', e스포츠 대회를 책임지고 맡아 관리하는 '주관사' 가 있습니다. 최근에는 주관사 같은 경우 e스포츠 대회를 제작하는 방송사나 제작사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보다 쉽게 설명하기 위해서 그냥 e스포츠 리그를 제작하는 '제작사' 혹은 '방송사' 라고 혼용해서 표현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형적인 상황에서 탄생한 초기 e스포츠 대회

현재 e스포츠 리그가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서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게임사가 주최하고 방송사 혹은 제작사가 주관을 하는 형태로 가고 있습니다. 게임사가 주도를 하는 상황이고 미국에서 열리는 오버워치 리그와 2019년부터 확 바뀐 LCK처럼 라이엇 게임즈가 리그 주최/주관 뿐만 아니라 제작까지 직접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과거 e스포츠 리그는 게임사가 주도를 하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최근 e스포츠를 접한 팬들에게 설명을 하기 위해 시간을 20년 전으로 돌려보겠습니다.

1999년에 열린 "99 프로게이머 코리아 오픈" 부터 시작한 e스포츠의 초창기 게임 대회는 저작권에 대한 개념이 미숙한 상태에서 시작했습니다. 오랜 e스포츠 팬이라면 기억하는 온게임넷 스타리그, MSL, iTV에서 열리는 스타리그 등등 모두 방송사에서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열었고 게임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죠. 명색이 스타크래프트는 블리자드가 지적 재산권을 가지고 있고 상업적 가치를 가지고 판매를 하는 "상품" 인데 이것을 이용해서 대회를 열기 위한 블리자드의 허가와 로열티 지급과 관련된 합의 내용 없이 대회를 진행하게 됩니다. 즉, 저작권 문제를 정립하지 않고 대회를 진행한 것이 주된 요인이었습니다.

블리자드는 이러한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이 소요가 되었습니다.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가 엄청 흥행을 했고 프로리그의 출범과 프로게임단의 탄생 그리고 대기업 후원과 e스포츠 상무팀이라고 불렸던 공군 프로게임단이 생길 정도로 e스포츠 시장이 커졌고 블리자드에도 도움이 많이 될 정도로 잘 풀리는 상황에서 한 동안 블리자드는 암묵적인 동의 하에 넘어가는 문제가 되었습니다. 한 마디로 '좋은게 좋은거다' 면서 한 동안 넘어간 셈이죠.

그렇다면, 블리자드는 왜 암묵적으로 동의를 했을까요? 만약에, 스타크래프트 e스포츠 리그가 흥행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저작권 문제를 거론하게 된다면 대중의 눈에는 블리자드의 이미지가 안 좋아질 수도 있어서 상당히 조심스러웠을겁니다. 일종의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방송사가 피해자로 보일 수도 있기 때문이죠. 특히, 해외 기업 같은 경우 엄청난 자본력을 비롯해 강력한 힘과 노하우를 가진 법률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송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블리자드 (게임사) 의 개입 과정 - 2007년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

2007년 "프로리그 중계권 사태" 가 터지면서 블리자드가 개입을 하게 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다면 위 기사를 통해 참고하세요. 그 당시 엄숙했던 현장 분위기에 대해 설명하자면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프로리그의 중계권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온게임넷/MBC게임과 마찰이 있었고 협회를 지지하는 프로게임단은 비슷한 시기에 열렸던 MSL 예선을 대거 기권을 하는 사태가 발생했습니다. 이 때 방송사 게임단인 온게임넷 스파키즈와 MBC게임 히어로 그리고 IEG에서 운영하는 게임단 이스트로를 제외하고 말이죠.

2007년 2월에 열렸던 신한은행 마스터즈 현장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e스포츠 팬. 제가 직접 촬영한 사진입니다.

이러한 상황과 함께 협회 자체적으로 진행한 케스파컵에서는 방송사보다 못 한 제작 능력과 졸속 운영으로 팬들의 불만이 있었고 MSL 예선 보이콧 사태까지 합쳐져서 팬들의 불만은 커지면서 집단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e스포츠 팬들이 이렇게 오프라인으로 조직적인 저항 운동을 하는 것은 처음입니다. 거의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볼 수 있죠. 결국, 협회와 방송국은 중계권이 협회에 있음을 인정하는 대신 방송국들이 우선권을 가진다는 형식으로 합의를 보면서 일단락을 지었고 프로리그 위주로 강화가 되었고 개인리그도 정상화가 되었습니다.

신한은행 마스터즈 당시 관람객에게 나눠줬던 전단지 내용

이 사태를 계기로 블리자드는 암묵적인 동의라는 태도에서 대회 개최에 대한 개입이라는 태도로 돌아섭니다. 이 당시에만 해도 블리자드는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고 상의 없이 권한을 양도했고 이득 배분에 대해서 권리 주장을 하지 않은 상황이라 억울한 입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생긴 것이 '블리자드 라이선스' 로 대회 개최 전에 블리자드로부터 공인 (승인) 을 받아야 대회를 열 수 있게 됩니다. 2007년 곰tv에서 열렸던 스타1 대회인 곰tv 클래식이 "블리자드 최초 공인 리그" 라는 타이틀을 달기도 했죠. 이 시기부터 본격적으로 게임회사가 e스포츠에도 지적 재산권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리게 된 계기가 됩니다.

블리자드 (게임사) 의 대회 제작 주도 과정 - 스타크래프트 지적 재산권 분쟁

2007년 프로리그 중계권 논쟁을 계기로 블리자드가 슬슬 개입을 하기 시작하면서 많은 갈등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e스포츠협회가 프로리그를 송출하면서 프로리그로 인한 수익이 발생하자 블리자드는 이것을 "영리적 활동" 으로 규정하고 블리자드는 한국e스포츠협회와 3년 간의 기나긴 협상을 벌였습니다. 문제는 협상 중에도 그 동안 프로리그는 열리고 있었다는거죠. 이 후, 블리자드는 협상이 결렬이 되었다면서 새로운 파트너를 구했고 온게임넷 그리고 MBC게임에 소송을 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2010년에 그 유명한 공공재 드립이 나오게 된 '스타크래프트 지적 재산권 분쟁' 이 일어났습니다. 1년 동안 진행했던 지적 재산권 분쟁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에 블리자드와 협회가 합의를 하면서 일단락이 되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지재권 분쟁은 제가 군입대를 해서 자세한 정황을 몰라서 분위기 전달은 못 하겠고 내용도 워낙 길어서 위 기사를 참고하세요.)

2013 WCS 코리아 시즌2 옥션 올킬 스타리그

그러나, 제작사 입장에서 블리자드의 라이선스를 받는 이 과정에서 의사 결정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걸리면서 갈등이 생기면서 개발사가 원하는대로 개입을 하고 싶어도 힘이 떨어지게 됩니다. 과정이 하나 추가가 되면서 게임사와 같이 하게 되면서 방송사와의 이해 관계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다양한 갈등이 생깁니다. 결국, 블리자드는 제작을 주도하겠다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기존 e스포츠 대회의 권위를 포인트로 공증하는 방식을 도입하면서 포인트의 최종 목적지를 블리즈컨으로 설정하면서 기존 e스포츠 대회를 지역 대회로 만들고 그 포인트를 기반으로 블리즈컨에서 열리는 세계 대회로 진출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기는데 한국은 꽤 인프라가 잘 갖췄고 선수들의 실력도 높은 반면에 해외는 인프라와 선수의 실력 모두 월등히 못 따라오는 상황이 나옵니다. 그래서, 블리자드는 주최하는 입장에서 공평한 대회 운영을 위해 대회를 직접 제작하는 방향으로 바뀝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2013년에 출범한 스타2 WCS 입니다. (여기까지는 가장 최근에 e스포츠를 접한 팬들에겐 머나먼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2018 스타2 WCS 개요 (출처 : 스타크래프트 ll)

이 때부터 게임사에서 대회 개최를 위한 기준이 정해지면서 정해진 규모 안에서 제작해야 하고 정해진 규모 안에서 상금을 지원하고 포인트를 주는 대회에는 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열렸습니다. 스타2 WCS를 계기로 블리자드가 e스포츠를 주도하게 된 계기가 됩니다. 이 후에 진행하는 하스스톤은 하스스톤 마스터즈 코리아처럼 방송사와 같이 대회를 주최하다가 나중에는 블리자드가 직접 주최를 하는 방향으로 갔고 히어로즈 슈퍼리그와 오버워치 APEX는 히어로즈 e스포츠는 HGC로 개편과 오버워치 e스포츠 개편으로 인해 HGC 코리아와 컨텐더스 코리아로 재편을 하면서 기존 슈퍼리그와 APEX가 운영 중단이 되었고 이것도 주최사인 블리자드의 영향력이 컸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까지 이어져 온 e스포츠 리그 구조, 하지만..

그렇게 해서 현재의 e스포츠 대회가 만들어지는 구조가 탄생했습니다. 게임사에서 대회 개요를 결정하고 주관사 (방송사/제작사) 에 의뢰를 한 후 대회 제작비를 지원하면서 주어진 예산 안에서 대회 제작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게 됩니다. 기존 방송사에서 주도적으로 열었던 대회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게 됩니다. 사실, 업계 선두주자인 블리자드가 이렇게 하면서 다른 게임사들도 저절로 위와 같은 방식으로 따라갔고 이제는 e스포츠 리그를 방송사가 아닌 게임사가 주도를 하게 됩니다. 물론, 여유가 있다면 오버워치 리그와 LCK처럼 방송사에게 중계권만 판매하고 게임사가 직접 제작을 하는 사례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 속에서 e스포츠 팬들의 반응은 엇갈립니다. 다음 시간에는 이러한 구조의 장점과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 본 리뷰는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e스포츠 종사자로부터 자문을 구해서 작성한 리뷰입니다.

OGN 신한은행 마스터즈 종료 후 e스포츠 팬들의 플래카드
사족 - 신한은행 마스터즈 현장 분위기

제가 2007년 3월에 열린 '신한은행 마스터즈' 현장 관람을 했을 때 당시 장소였던 코엑스 컨벤션홀에서는 팬들이 협회를 향한 시위를 했었고 OGN은 이와 관련해서 관람객에게 인터뷰를 즉석에서 담아서 방송 중에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신한은행 마스터즈 중간에 즉석 인터뷰 영상을 보여줬고 당시 경기장에 협회 심판이 없었고 당시 우승자인 이윤열 선수도 인터뷰에서 문제가 원만하게 해결하길 바란다는 언급도 했습니다. 무려 12년 전 대회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마스터즈 현장 분위기는 그렇게 엄숙하지 않은 걸로 기억하는데 아마 당분간 스타크래프트 개인 리그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라서 그런지 열기는 엄청 뜨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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