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짝사랑하는 동네 가수' _이내
주변의 자연물을 가만히 바라보고 느끼면서 쉼을 가져보세요. 은은한 물소리, 나무둥치에 떨어지는 따사한 햇살, 나뭇잎이 바람에 파도처럼 흔들립니다. 자연보다 더 시적인 공간이 있을까요. 자연은 가까이하면 할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주어진 삶에 행복을 느끼고 살 수 있게 도와주죠. 여러분들의 자연을 통한 영감의 공간은 어디신가요? 자연을 사랑하고 주어진 삶에 행복을 느끼며 살아가는 행복한 동네 가수 <이내>님의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합니다.
부산에서 활동하는 뮤지션에게 본인만의 숨겨진 '시크릿 플레이스'를 소개받는 시간.
아홉 번째 순서는 자연을 짝사랑하는 동네 가수 <이내>님입니다!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A. 안녕하세요. 동네 가수 '이내'입니다.
동네 가수다. 어디서나 막 도착한 사람의 얼굴로 두리번거리며 걷는다. 걸으며 발견한 것들을 일기나 편지에 담아 노래를 짓고 부른다. 가수나 작가보다는 생활가나 애호가를 꿈꾼다. 발매한 앨범으로 <지금, 여기의 바람> (2014), <두근두근 길 위의 노래> (2015), <되고 싶은 노래> (2017), 디지털 싱글 <감나무의 노래> (2020) 등이 있고, 지은 책으로 산문집 [모든 시도는 따뜻할 수밖에] (이후진프레스, 2018)가 있다. '그레타 툰베리'를 통해 기후 위기를 알게 된 후 비건을 지향하게 되었고, 공장식 축산을 반대하는 목소리나 숲의 아름다움을 노래에 담아 부르기 시작했다. -'이내' 소개 글 중 발췌-
Q. 안녕하세요 여긴 도대체 어딘가요? 이런 곳에 공원이 있네요. 이곳이 이내님의 시크릿 플레이스인가요?
A. 네, 저의 시크릿 플레이스 '대신공원'입니다. 도심 가까이 위치하고 있어서 접근성도 좋고요. 저희 집에서 걸어서 30분이면 와요. 2017년에 이 동네로 이사 오고 난 후로, 정말 자주 와요. 친구들 놀러 오면 항상 데리고 오는 곳이기도 해요. 일명 '이내 투어'라고, 해외나 타지 친구들이 부산에 오면 꼭 들르는 곳입니다. 여긴 계절마다 느낌이 달라요. 색깔과 향기가 달라지죠. 산책하며 사색하고 기분 전환하기에 딱 좋은 곳이에요. 특히 산책 코스가 그렇게 힘들지 않아서 살살 걷기 좋죠. 최근에 자연에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대신공원을 찾을 때마다 항상 보던 곳들도 자세히 다시 보게 돼요. 자세히 보다 보면 평소에 못 보던 것들을 보게 되고, 삶의 영감을 얻어 갑니다.
Q. 대신공원을 거닐면서 영감을 얻어 만든 노래가 있다면 추천해 주세요!
A. 딴 얘기일 수도 있지만, 이번 가을은 뭔가 너무 빨리 지나가버린 것 같아요. 계속 덥다가 갑자기 추워졌어요. 기후 위기가 정말 심각하다고 느껴져요. 보세요, 벌써 낙엽이 떨어져 있잖아요? 원래 단풍이 들고나서 낙엽이 져야 하는데 말이에요. 저희 집 앞에 '은사시 나무'라고 불리는 잎의 앞면은 녹색인데 뒷면은 흰 색인 나무가 있어요. 바람이 불어 잎이 흔들리면 햇빛이 나뭇잎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는 것이 참 예뻤는데, 올봄에는 이상하게 나뭇잎이 별로 안 났어요. 그래서 추천할 노래는요. '나무'라는 노래입니다. 예전에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친 적이 있는데, 아이들에게 나무로 시를 써달라고 했어요. 아이들이 쓴 시에 노래를 붙여서 만든 노래입니다. 이곳에서 자연에 대한 많은 영감을 얻고 있죠.
Q. 듣고 싶은데, 유튜브 등 검색으로는 찾기가 어렵네요.
A. 아? 그렇네요. 제가 워낙 아카이빙을 잘 안해서... 그럼 대신에 '감나무의 노래'를 추천할게요! 빨리 소비되는 세상에서 곧 베어질 감나무를 생각하며 만든 노래에요. 오랜 시간을 한곳에서 지켜온 감나무의 입장에서 쓴 노래입니다. 들어보세요.
Q. 가사가 너무 좋아요. 여기 대신공원이랑도 정말 잘 어울리네요. 이 공원에서 있었던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A. 하도 자주 오다 보니, 에피소드는 많답니다. (하하) 예전에 환경 관련 책 읽기 모임을 진행하는 사람들과 함께 도시락 싸서 소풍 온 적이 있어요. 한참 밥을 먹고 수다 떨고 있다가 옆을 봤더니, 어떤 아저씨가 손을 이렇게 내밀고 있는 거예요. 뭐지? 하고 봤더니, 새가 날아와서 모이를 먹고 가더라고요. 아저씨가 '버드 피딩'이라고 부른다고 알려주셨어요. 저희도 먹고 있던 빵에서 견과류만 떼어내서 손에 얹어 놓고 새를 기다렸어요. 잠시 기다리니 진짜 새가 날아오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봤더니 '곤줄박이'라는 귀여운 새였어요. 너무 낯설었지만, 기분 좋았던 그 감촉을 잊지 못해서, 그 후로 자주 '버드 피딩'하러 온답니다. 자연은 가까이하면 할수록 더 사랑하게 되는 것 같아요.
Q. 저도 담에 한 번 해봐야겠어요. 새 정말 귀여웠겠다. 오늘은 안 보이네요.
A. 버드 피딩 하려면 준비를 해왔어야죠. 담에 해보세요. 와 여기 저수지 좀 보세요. 정말 아름답지 않나요? 여기가 봄에는 다 벚꽃으로 물들어요. 정말 숨겨진 명소인데, 저만 알고 싶네요. (하하) 여기 보세요. 이 벚나무가 진짜 오래된 큰 벚나무인데, 벌써 낙엽이 다 떨어져 버렸어요. 아직 그럴 때가 아닌데... 이런 걸 볼 때마다 정말 기후 위기가 더 크게 와닿는 것 같아요.
Q. 자연에 관심이 많으신가 봐요? 거의 자연인 수준인데.
A. 원래 관심이 많긴 했는데, 딱히 뭘 하진 않았어요. 내가 해봐야 뭘 하겠나 싶었어요. 그런데 최근에 기후 위기가 정말 심각해지고 여기저기서 이슈가 되면서 뭐라도 해봐야겠다 싶어서 공부도 하고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중이에요. 채식도 시작했고요. 저부터 노력해야겠더라고요. 이런 저의 생각들을 담은 노래도 많이 쓰고 있어요. 환경과 관련된 Sea of Love라는 곡이 있는데 한번 들어보세요.
Q. 음악은 언제부터 해오신 건가요?
A. 2011년쯤 5명의 친구들과 놀면서 우연히 노래를 만들었어요. 기타는 2010년 정도에 독학으로 시작했었는데, 친구들과 함께 놀면서 만드니까 재밌더라고요. 5곡쯤 만들어서, 핸드폰으로 녹음했어요. 그리고 CD를 만들어 한 장에 1만 원에 팔아서 여행자금 마련했어요! 50장이나 팔았답니다. 손바느질로 '걱정 인형'도 만들고 직접 공책도 만들어 팔았어요. 그렇게 열심히 돈을 모아, 친구들이랑 산티아고 순례길로 3달 동안 여행을 다녀왔답니다.
Q. 그때 이후로 10년 동안 음악을 해오신 거군요.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A. 딱히 음악을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우연히 또는 누군가 하자고 해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원체 제가 가난한 삶을 지향해요. 아니지, 가난한 삶보다 미니멀 라이프로 할게요. 돈이 없어 불안하거나 뭔가 특별히 갖고 싶은 것도 없고, 주어진 삶에 행복을 느끼고 살아요. 주변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권유로 공연을 하게 되고, 곡을 쓰게 되고 앨범도 내게 된 것 같아요. 원동력이라면 제 주변의 사람들이겠군요! 아 여기가 바로 제 자리에요!
Q. 여기 대신공원은 지정석인가요?
A. 그런 게 어딨어요. (하하) 그냥 제가 좋아하는 자리를 말하는 거죠. 이쯤 올라오다 보면 땀이 약간 나고 조금 힘들거든요. 그때 제가 쉬어가는 자리입니다. 여기 앉아서 쉬다 보면, 물소리도 들리고 나무둥치에 떨어지는 햇빛도 너무 이쁘고, 하늘을 바라보면 나뭇잎이 바람에 파도처럼 흔들리기까지 해요. 너무 시적인 곳이에요!
Q. 다른 말이 필요 없네요 정말 좋네요, 힐링 됩니다.
A. 조금만 더 가면 이곳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어요. 이제 다 쉬었으니 다시 가시죠.
Q. 이런 곳에 편의점이 있네요?!
A. 여기가 바로 저의 시크릿 플레이스 탐험의 종착역, 당근 주스가 맛있는 대신공원 편의점입니다! 제가 한잔 사겠습니다. 당근 주스!
Q. 부산에서 활동하시면서 느낀 장점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A. 제가 2014년에서 2019년까지는 부산에서 활동한 경험이 거의 없었어요. 아직도 제가 부산 뮤지션인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그만큼 제 주변에 음악적 네트워크가 없었어요. 부산에 음악 씬이 있는 줄 몰랐죠. 공연장에서 공연한 적도 별로 없었어요. 부산의 작은 책방, 혹은 더 작은 지방의 커뮤니티나 책방에서 공연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보니 책도 발매하게 되었어요.
노래하고 글 쓰는 이내의 첫 에세이집. 여성주의 저널 <일다>에 연재된 글을 모아 책으로 엮었다. '길 위의 음악가', '어디서나 동네 가수'라고 소개하는 이내는 전국의 작은 책방과 카페를 여행하며 사람들과 풍경을 마음에 담고 눈에 새겼다. 그리고 잊지 않고 작지만 소중한 이야기로 풀어냈다. 그것이 낯선 곳으로의 여행이고 가만히 바라보는 일이고 놓치기 쉬운 작은 것들일지언정 불편은 상상력이 되고 재미가 되고 그 안에서 반짝이는 게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 비록 대단하지 않더라도 지금 당신이 내디딜 수 있는 한 걸음을 응원하는 글이다. -책 소개 중 발췌-
책을 낸 이후로 전국 독립 책방에서 많이 불러주더라고요. 그러다가 코로나 이후로 활동이 저조해졌어요. 오히려 그때 이후로 부산을 돌아보니 주변에 부산 음악 씬이 보이더라고요. 고향이지만 잘 몰랐던 거 같아요. 올해 봄에 영도에서 리서치 프로그램 '영감의 섬 영도 프로젝트'에 참여했어요. 그때부터 영도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걷는 섬'이라는 노래도 만들었답니다. 그만큼 부산의 자연이 좋아요. 그게 부산에서 활동하는 가장 큰 장점인 것 같아요.
Q. 멋지네요. 뮤지션이자 작가. 역시 아티스트네요. 이내님 만나서 너무 반가웠어요. 맛있는 당근주스도 잘 먹었어요.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과 홍보 부탁드려요!
A. 부산에 다양성이 더 피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저 같은 동네 가수가 더 많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다면 좋겠습니다. 욕심이 없어서 딱히 홍보하고 싶은 건 없는데, 굳이 하나 홍보하라면, 여러분! 주변의 자연물을 가만히 바라보거나 느끼거나 하는 쉼을 가지며 살아주세요! 자연을 사랑하며 제 삶에 많은 변화가 왔어요. 삶이 더 소중해졌습니다. 꼭 느껴보시길 바라고요. 그리고 내년에 <꺼내지 못한 말> 앨범이 나옵니다. 그림책과 함께 발매될 예정이니 관심 부탁드려요~
Q. 네 오늘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내님 행복하세요!
*자연과의 교감을 통해 삶에 대한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주는 공간이 있다면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러분들의 영감의 공간을 기다립니다.
이내 @inesbriz
SP. 대신공원
A. 부산 서구 보수대로320번길 59
O. 자연과 교감하고 싶을 때
글. 사진. 이광혁
* 본 글은 (재)부산문화재단의 「예술인 파견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쇼플렉스와 함께 제작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