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4년9개월’ 윤 대통령이 살아남는 법…임기단축 개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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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2.08.07. 오전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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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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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S] 성한용의 정치 막전막후 440

대통령 임기 단축과 개헌

“대통령제 손질할 때” 유권자들 문자
‘분권형+4년 중임제’ 바람직하단 지적
임기 1년 줄이면 동시 대선-지선 가능
윤, 민생 몰두로 지지율도 상승할 것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주한대사 신임장 제정식에서 필립 골드버그 주한 미국대사의 신임장을 받기 위해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난주 정치 막전막후에서 개헌을 다뤘습니다. 의외로 반응이 뜨거웠습니다. 3·9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찍었다는 사람들도 “대통령제 손질할 때가 됐다”고 문자메시지나 전자우편을 보내왔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워낙 낮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누리집에서 기사를 읽은 사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갈래였습니다. 첫째, 개헌할 것이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둘째, 그래도 의원내각제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나씩 따져보겠습니다.

취임 석달 대통령에게 퇴진 요구?


첫째,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는 비현실적이고 감정적인 주장입니다. 헌법은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궐위는 사임, 헌법재판소 탄핵 결정으로 인한 파면, 판결 등으로 인한 피선거권 상실에서 비롯됩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사임이나 탄핵이 가능할까요? 저는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한 지 겨우 3개월 된 대통령입니다. 국정 지지율 떨어졌다고 대통령을 탄핵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혹시 국회에서 탄핵소추를 의결해서 직무를 정지시킨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될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선거법 위반 등 국법 문란, 측근 비리 등 부정부패, 경제와 국정 파탄을 이유로 2004년 3월 국회에서 탄핵소추됐습니다. 2004년 5월 헌법재판소는 기각했습니다. 당시 결정문 결론 부분은 이렇습니다.

“파면 결정을 통하여 헌법을 수호하고 손상된 헌법 질서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 요청될 정도로 대통령의 법 위반 행위가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또한 대통령에게 부여한 국민의 신임을 임기 중 다시 박탈해야 할 정도로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경우에 해당한다고도 볼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은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지만, 정치적으로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한 지 이제 겨우 5년 지났습니다.

둘째, 의원내각제 반대는 매우 타당한 문제 제기입니다. 반대하시는 분들은 주로 일본의 정치 실패가 의원내각제에서 기인한다는 근거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의원내각제가 일본식 의원내각제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중앙일보>의 채인택 국제전문기자가 8월3일치 신문에 영국, 독일, 스위스의 권력 구조를 소개했습니다. 내용이 재미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중앙일보> 8월3일자 칼럼.


어쨌든 우리 국민이 의원내각제를 싫어하는 것은 엄연한 현실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첫째, 반정치주의 때문인 것 같습니다. 주로 국회와 국회의원에 대한 거부감입니다.

둘째, 경로 의존성입니다. 우리는 1948년부터 채택한 대통령제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내 손으로 대통령 뽑는 그 짜릿한 ‘손맛’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은 것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분권형 대통령제’라는 대안이 있습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옆으로’ 그리고 ‘아래로’ 분산시키는 것입니다. ‘옆’은 국회입니다. ‘아래’는 지방정부입니다. 국회와 지방정부는 선출 권력입니다. 대통령의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가질 충분한 자격이 있습니다.

어차피 한꺼번에 큰 변화는 어려울 것입니다. 국민에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권력 구조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나라마다 다 제각각의 권력 구조가 있습니다. 역사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우리에게 적합한 권력 구조를 꾸준히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시행착오를 거치더라도 그렇게 해야 합니다.

개헌한다면 무엇을 고쳐야 할까요?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저는 국회, 학계, 시민단체의 개헌 관련 토론회나 회의에 꽤 많이 참여한 경험이 있습니다. 꼭 필요하면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것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국무총리 국회 선출제입니다. 현행 헌법은 국무총리에게 국무위원 제청권과 해임건의권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국무총리를 국회에서 선출하도록 하면 대통령과 국무총리, 대통령과 국회가 국정에 관한 권한과 책임을 나누어 갖게 됩니다. 선출제가 지나치다면 추천제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대통령과 국회가 합의하는 인물이 국무총리를 맡도록 하는 것입니다.

둘째, 감사원 국회 이관입니다. 감사원을 대통령 소속으로 둔 현행 헌법은 명백히 잘못된 것입니다. 감사원은 그동안 정권이 휘두르는 ‘주먹’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최근 최재해 감사원장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감사원을 ‘대통령 국정 운영을 지원하는 기관’이라고 답변해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잘못된 인식입니다. 헌법부터 바로잡아야 합니다.

셋째, 대통령 임기 조정입니다. 5년 단임 대통령제는 문제가 너무 많습니다. 4년마다 치르는 국회의원 총선거,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불규칙하게 엇갈리며 민심의 흐름을 왜곡하고 있습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더 엉망이 됐습니다. 2022년 3월9일 대통령 선거를 하고, 6월1일 지방선거를 했습니다. 이게 정상인가요?

미국처럼 4년 중임제가 적절하다고 봅니다. 4년 중임제는 우리에게도 익숙한 제도입니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이 약속을 어기는 바람에 이상하게 됐을 뿐입니다. 4년 중임제를 하면 대통령에 당선된 사람이 4년 내내 선거운동만 할 것이라는 걱정이 있습니다. 그런 부작용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5년 단임제의 폐해보다는 낫다고 생각합니다.

윤 정부도 손해 볼 일 없는 ‘개헌’


개헌은 ‘무엇을’보다 ‘어떻게’가 더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면 개헌할 수 있을까요?

윤석열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개헌안을 발의하라는 얘기가 아닙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하면 오히려 개헌은 성공할 수 없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헌안을 발의했지만 실패한 전례가 있습니다. 대통령은 개헌 의지만 밝히고 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개헌안을 발의하고 의결하도록 해야 합니다. 1987년 개헌이 그렇게 이뤄졌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에게는 개헌안 발의보다 훨씬 더 중요한 역할이 있습니다. 자신의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정치적 결단입니다.

4년 중임제를 도입하려면 21대 대통령 선거를 2024년 국회의원 총선거나 2026년 전국동시 지방선거와 같이 치르도록 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를 1년 줄여 2026년에 대통령 선거와 전국동시 지방선거를 함께 치르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임기 단축 개헌은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득일까요, 손해일까요? 저는 이득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미 ‘청와대를 탈출한 최초의 대통령’이 됐습니다. 이제 개헌까지 하면 ‘1987년 체제를 종식한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임기 1년 줄여도 결코 손해가 아닙니다.

당장 여소야대 정국을 헤쳐나갈 동력도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회에 개헌특위가 구성돼 여야가 개헌 논의에 착수하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 분위기가 조성될 것입니다.

개헌은 국회에 맡기고 윤석열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에 몰두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더불어민주당도 협력할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상승세로 돌아설 것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홍준표, 유승민, 오세훈, 원희룡, 안철수, 이재명, 이낙연 등 차기 대통령을 노리는 여야 대선주자급 정치인들은 어떨까요? 이들이 개헌에 협력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요?

있습니다. 개헌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 국민투표도 해야 합니다. 차기 대선주자들이 거의 다 동의하지 않으면 개헌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차기 대선주자들에게는 개헌이 이득일까요, 손해일까요?

저는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이 돼서 4년 동안 국정을 잘 이끌면 또다시 4년간 대통령을 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입니다. 물론 4년 중임이 말만큼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선주자들이 늘어나는 임기 때문에 개헌에 찬성한다면 너무 얄팍해 보이지요? 사실은 훨씬 더 중요한 정치적 이득이 있습니다. 개헌해야 실패하지 않는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습니다.

현행 헌법은 자세히 들여다보면 대통령에게 권력은 절반만 부여하고 책임은 혼자 뒤집어쓰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누가 당선돼도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대통령제 고질, 누구나 아는데


현행 헌법 체제에서 이재명 대통령이나 홍준표 대통령이라면 성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어렵다고 봅니다. 개헌으로 권력과 책임을 일치시키지 않으면 성공한 대통령이 나올 수 없습니다.

개헌에 반대했다가 신세 망친 차기 대선주자의 실제 사례가 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임기 말에 대통령 임기를 4년 중임제로 바꾸는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습니다. 박근혜 의원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쏘아붙여 좌절시켰습니다. 그래서 어떻게 됐지요? 대통령이 됐지만 탄핵당했고 감옥에 갔습니다.

개헌한다고 정치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제의 폐해가 더는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극심해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대통령 한 사람만 잘 뽑으면 우리나라가 잘되고 우리 국민이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사기꾼인지도 모릅니다. 조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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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겨레신문 정치부 성한용 선임기자입니다. 토요판과 디지털에 정치 막전막후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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