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통화서 나온 외교관 성추행···한국 초유의 국제망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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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7.29. 오전 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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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 사건 직후 뉴질랜드서 귀국
1개월 감봉 받고 다른 공관 발령
올 2월 체포영장 나와 수면 위로
뉴질랜드 총리, 협조 요청 가능성
청와대는 28일 저녁 문재인 대통령이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정상 통화를 했다며 1800자 분량의 서면 브리핑 자료를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와 전화 통화하고 있다. 2020.07.28. 청와대제공
1700여 자는 덕담이었다. 아던 총리가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이 차기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후보로 뛰는 걸 언급하며 “유력한 후보로 안다. 매우 훌륭한 자질을 갖췄다고 들어 관심을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맨 끝 문장의 마지막 20자는 역대 정상 간 대화록에선 볼 수 없는 초유의 문구였다. ‘우리 외교관 성추행 의혹 건’이었다. 뉴질랜드 한국대사관에서 고위 외교관이 뉴질랜드 국적의 현지 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이다. 청와대에 따르면 이번 통화는 아던 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과 아던 총리가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외교 관례상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개 브리핑 자료에 해당 문구가 담길 정도라면 아던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먼저 해당 사건을 언급하며 강하게 협조 요청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사실 뉴질랜드 현지 언론들은 2017년 말께 한국 외교관 A씨가 대사관 직원에게 세 차례에 걸쳐 의사에 반한 신체 접촉을 했다는 의혹을 집중 제기하고 있다. 외교부에 따르면 A씨는 자체 조사에서 “억울하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있고 나서 얼마 안 가 A씨는 한국에 귀국해 감봉 1개월 징계 처분을 받았고, 이후 아시아의 한 공관 총영사로 발령받았다.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건 2년여 뒤인 올해 2월 28일 뉴질랜드 웰링턴지구 법원이 A씨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하면서다. 외교부는 당초 현지 언론들이 이 사건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하자, “외교관의 특권 및 면제 등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고 해명했다. 또 “아직 사안에 대한 결론이 나지 않은 점과 개인정보 보호 필요성을 감안해 현 단계에서 답변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도 설명했다.

그런데 이후 뉴질랜드 언론은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며 A씨 얼굴과 이름, 현 근무지까지 공개했다. “한국 정부가 성범죄 외교관을 비호하고 있다”는 논조다. ‘면책특권 및 무죄추정 원칙’을 강조한 이상진 뉴질랜드 대사의 언급까지 문제삼고 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28일 “보도에 되어 있듯 (외교관) 특권 면제 등을 거론하며 특정인을 보호하고 있거나 그렇지는 전혀 않다”고 했다. 수사 협조와 관련해서는 “뉴질랜드 정부 측에서 ‘한국 정부와 소통을 계속 해나가겠다’는 취지로 답변했다”며 “(한국 정부도) 뉴질랜드 측하고 소통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만 언급했다.

이유정·윤성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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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제외교안보 이슈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사회부와 중앙SUNDAY 탐사팀을 거쳤습니다.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오늘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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