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마기, 딸기청 팔아요” 광고회사의 이유 있는 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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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광고회사들이 자체 쇼핑몰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톡톡 튀는 아이디어 상품을 직접 기획해 만들어 팔거나, 중소기업이 만든 색다른 제품을 입점시켜 판매하는 식이다. 제일기획은 설탕 함량을 줄인 딸기청을, 이노션은 뒷목이 불편한 직장인을 위한 전용 안마기를 각각 선보였다.

광고회사가 본업이 아닌 온라인 쇼핑몰 운영에 나선 이유는 TV로 대표되는 전통 광고시장이 축소되면서 사업 환경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광고주의 요청을 받아 기업·제품을 알리는 기발한 문구나 영상만 제작해서는 살아남기 어려워지자, 광고업계가 미래 먹거리 발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오지랩에서 판매 중인 목이완기 / 오지랩 홈페이지 캡처

현대자동차그룹 계열 광고회사 이노션(214320)은 ‘오지랩’이라는 자체 쇼핑몰을 이달 열었다. 오지랩(오지랖과 연구소를 혼합한 단어)은 소비자의 생활건강이 더 좋아지도록 돕는 제품을 발굴한다는 취지에서 붙인 이름이다. 쇼핑몰은 직장인의 건강, 미용, 위생을 위한다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가득하다. 거북목의 이완을 돕는 ‘목 이완기’와 구취제거를 돕는 치간치약, 눈의 피로를 풀어주는 눈 전용 핫팩 등이 가장 반응이 좋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이노션 관계자는 "광고회사의 장점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다는 점"이라면서 오지랩을 선보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앞서 제일기획(030000)도 지난해 말 ‘제삼기획’이라는 온라인 쇼핑몰을 선보였다. 제삼기획에서 판매하는 제품은 모두 제일기획 직원들이 직접 기획해 만든 이색 제품이다. 중국집 짜장면의 색상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양말부터 직장인이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책까지 품목도 다양하다. 올해 방영한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에 등장한 ‘악몽인형’의 경우 입소문을 타고 수차례 품절되기도 했다.

제삼기획에서 판매 중인 딸기청 / 제삼기획 홈페이지 캡처

제일기획은 소비자의 구매 성향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주목, 직접 온라인 쇼핑몰을 열기로 결정했다. 제일기획 직원들이 광고제작에서 쌓은 남다른 기획력과 콘텐츠 제작 능력을 이커머스(전자상거래)에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기존 쇼핑몰과 차별화하기 위해 색다른 콘텐츠를 입힌 제품의 기획·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아이디어는 제일기획 직원들이 내고, 제품 제작은 외부에 OEM을 맡기는 구조다.

SM엔터테인먼트 계열 광고회사 SM C&C는 영향력 있는 인플루언서(SNS 유명인)에 자사 광고 역량을 더한 ‘인플루언서 커머스’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SM 계열 모델·인플루언서 매니지먼트사인 에스팀과 손잡고 건강식 브랜드 ‘밀코치’를 출시했다. 모델의 건강과 체중관리를 담당해온 에스팀과 식품기업 풀무원이 식단을 구성하고 SM C&C가 브랜딩과 마케팅을 담당했다. SM C&C 관계자는 "앞으로도 SM C&C의 광고·마케팅 전문성과 SM의 엔터테인먼트 역량을 활용한 상품과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굽네몰에서 판매하는 ‘닭가슴살 세트’ / 빅밴드

굽네치킨 계열 광고회사 빅밴드도 1만명 이상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플루언서와 협업해 굽네몰의 ‘닭가슴살 세트’, 한우전문점 아우정에서 선보인 ‘무항생제 한우 사골곰탕’ 등의 식품을 기획해 판매하고 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광고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광고회사들의 이같은 신사업 개척 노력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광고 환경이 온라인 중심으로 바뀌면서 광고회사들이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제품을 기획해 판매하는 일에 뛰어들게 된 것"이라며 "커머스는 광고회사가 가장 잘하는 일인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고, 이를 포장해서 알리는 것과도 연관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콘텐츠 중심의 커머스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재은 기자 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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