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법 두달… 서울 전셋값 9년 만에 최대폭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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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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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사이 0.5% 올라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84㎡ 전세 매물이 지난 18일 11억5000만원에 계약됐다. 통상 ‘전세 기간’으로 통하는 2년 전에 같은 크기·층 매물 실거래가(7억9800만원)와 비교하면 44%나 올랐다.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7월 말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전세 매물이 급격히 줄고 가격도 확 뛰었다”며 “계약갱신청구권 때문에 올해 전세금을 거의 못 올린 집주인들은 2년 뒤에는 시세대로 받겠다고 벼르고 있다"고 했다.


세입자의 전세 계약을 최대 4년까지 보장하고 임대료 인상을 2년에 최대 5%로 제한하는 내용의 임대차법 개정안이 시행된 지 약 두 달이 지났지만,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의 불안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전셋값 주간 상승률이 9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2년 전보다 전세 보증금이 ‘억대 단위’로 오르는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같은 단지 안에서도 계약 갱신을 청구한 세입자와 신규 전세 세입자의 전셋값이 극명하게 차이 나는 ‘이중 가격’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문제는 이번에 임대차법의 보호를 받아 전세금 폭등을 피한 세입자도 2년 후에는 시장 가격에 전셋집을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추세로 전셋값 상승이 지속된다면, 4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감당하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해 내놓은 정부 정책이 오히려 ‘전세 난민’을 양산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25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1주일 전보다 0.5% 올랐다. 2011년 9월 19일(0.5%) 조사 이후 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뛰었다. 임대차법 개정 관련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인 6월 첫째 주(0.07%)와 비교하면 상승 폭이 7배 이상으로 커졌다. 특히 노원(0.97%), 은평(0.94%), 구로(0.66%) 등 중저가 주택의 비율이 높은 지역 전셋값이 급등하고 있어 서민들의 주거 안정이 위협받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전셋값 급등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크게 부족한 ‘수급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전세수급지수는 이번 주 190.5를 기록, 2015년 10월 첫 주(190.6) 이후 5년 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숫자가 클수록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100이 균형값, 200이 최고값이다. 반면, 부동산 정보업체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달 23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8892건으로, 두 달 전(4만1251건)보다 78.4% 급감했다. 집을 비워줘야 할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시장에 나올 매물이 잠겨버린 영향이다. 양도세 등 세금 폭탄을 피해 세입자를 내보내고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는 집주인들이 늘어난 것도 전셋집 매물 부족을 부채질하고 있다.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추석 이후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되면 전세 대란은 더 심해지고, 의무 계약 기간이 끝나는 2년 후에는 전세 난민이 쏟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임대인 규제가 아닌, 전세 공급을 늘릴 정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snoop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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