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보사 허가 취소 파동, 식약처는 책임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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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 부정적 의견 심의위원 교체한 뒤 허가 밀어붙여

[CBS노컷뉴스 이기범 기자]

인보사 논란 확산 (일러스트=연합뉴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8일 코오롱생명과학의 관절염 치료제인 인보사에 대해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내렸다. 2017년 7월 관절염 유전자 치료제로서는 세계 최초라며 허가를 내줬던 때로부터 2년도 못돼 허가를 취소한 셈이다.

인보사는 허가 당시 때부터도 의료인들로부터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에 따라 식약처의 허가 자체가 애초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식약처가 안전성과 유효성에 문제가 있음에도 ‘세계 최초’ ‘바이오제약산업 육성’이라는 강박에 사로잡혀 제대로 심의하지 않고 인보사 허가를 밀어부쳤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런 주장은 인보사 허가 당시 중앙약사심의회의 회의록을 살펴보면 더욱 설득력이 있다.

식약처는 지난 2017년 4월 인보사 허가 문제를 심의하기 위해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소집했다. 출석한 심의위원은 모두 7명.

회의가 시작되자 위원들은 ‘인보사 임상시험에서 대조군으로 식염수 대신 기존 치료제를 투약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인보사 임상시험 결과 통증 개선 효과만 있을 뿐 연골재생(구조개선) 효과는 없는데 신약 허가를 내줄 필요가 있느냐’ ‘성장인자를 도입한 세포의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데 이 정도 효능을 위해 사용하기에는 위험성이 크지 않느냐’며 문제를 집중제기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반드시 활성대조군과 직접 비교만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다”, “인보사는 구조 개선보다는 증상 개선을 목적으로 한 제품이다” “7년 이상 장기추적 결과 종양발생에 대한 보고는 없다”며 코오롱을 대변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갔다.

위원들의 부정적 기류가 강하자 식약처는 “회사(코오롱)에서 의견 진술을 신청했다. 소명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가 위원들로부터 거부당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심의위원회는 ‘유사계열 의약품과 직접 비교 임상이 필요하고 기존 치료보다 골관절염 구조개선(연골재생)에 대한 입증이 필요하다“며 ”증상 완화를 위해 유전자 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은 위해가 더 크다“고 밝힌 뒤 ”인보사가 유전자 치료제 허가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식약처는 두달 뒤인 2017년 6월 심의위원회를 재차 소집했다. 이번엔 1차 회의 때 허가를 반대했던 위원 3명이 빠지고 대신 5명이 새로 선임됐다. 식약처 직원들도 1차 때는 3명만 참석했지만 2차 회의에는 7명이 대거 참석했다.

2차 회의에서 식약처는 인보사 허가 입장을 회의 내내 강하게 내비쳤다. 회의가 시작되자 식약처는 회의 제안 사유를 설명하면서 “기존 치료제와는 치료목적이 달라 비교 임상을 실시하지 않은 것은 타당하다”며 1차 심의위원회 결론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어 “증상이 지속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인보사가 장기간 효과를 보였고 방사선 조사를 통해 위해성을 최소화했다”며 “업체가 의견 진술을 신청한만큼 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 위원이 “(유전자 치료제로 허가하기 위해서는) 현재 이용가능한 치료제가 없거나 유전자 치료제가 현재 이용가능한 치료법과 비교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명백하게 개선된 경우에 한정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고 묻자 식약처는 “관련 규정은 2000년도에 도입된 것으로, 당시는 연구개발 초기로 경험이 부족한 유전자 치료제의 무분별한 연구를 제한하려는 취지로 만든 것”이라며 규정 탓을 하기도 했다.

일부 위원들도 “100점 만점에 15점 정도가 개선되면 약의 치료적 효과가 있는 것이다” “막연히 잠재적 위험 때문에 리스크가 크다고 주장하는 것은 과학적 태도가 아니다” “임상 시작 시점에 비해 더 악화되지 않았으면 구조개선이 됐다고 생각한다” “공포에 기반을 두고 규정을 만든다면 신약을 개발할 수 없다”며 식약처의 입장을 적극 두둔했다.

결국 2차 심의위원회는 인보사에 대해 안전성과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식약처는 한달 뒤인 2017년 7월 “무릎 골관절염 치료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로서는 처음”이라며 인보사에 대해 허가를 내줬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2014년부터 바이오업체의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마중물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유전자 치료제도 ‘마중물사업’을 통해 품질관리 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상담을 받아 개발 과정 중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밀착상담’과 ‘시행착오 최소화’를 통해 허가를 내준 지 2년도 안돼 허가를 스스로 취소하면서 식약처의 인보사 허가 과정이 졸속으로 진행됐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재활의학과 의사)는 “인보사 사태가 발생했을 때 식약처는 ‘안전성 우려는 크지 않다’는 보도자료를 내는 등 근거없는 확신을 하기도 했다”며 “코오롱이 제공한 초기자료를 재검증한 뒤에는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 사무처장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니라 ‘산업처’로 전락했다”며 “강력한 제약산업의 이해당사자로 역할하면서 동시에 무능력함도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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