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코로나19 치료 전담 공공병원 지난해 퇴직 급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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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1.07. 오후 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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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들을 전담해 치료하고 있는 일부 공공병원에서 지난해 병원을 그만둔 의료진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감염이 발생해 동일집단 격리된 민간 요양병원에서 의료진이 대거 퇴사해 보건소 간호사들이 긴급 투입되는 일도 있었다.

감염병 전담병원인 서울의료원에서 서울 성동구 보건소에서 이송된 코로나19 의심환자가 구급차에서 내리고 있다. 이상훈 선임기자 doolee@kyunghyang.com


7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전라남도가 설립한 순천의료원에서 지난해 의사 16명 중 7명이 병원을 그만뒀다. 순천의료원은 지난해 2월 코로나19 확진자를 치료하는 전담병원으로 지정돼 129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의사들이 병원을 그만둔 시점은 광주와 전남지역의 코로나19 감염자가 늘어나면서 입원환자가 많아지던 시점과 겹친다. 순천의료원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지역의 코로나 확진자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격리 병상을 14병상까지 축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광주와 전남에서 지난 7월부터 코로나 확진자가 늘어나면서 이후 수십명의 환자가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 지난해 7월과 9월 각각 2명의 의사가 그만뒀고, 12월에는 3명이 한꺼번에 병원을 떠났다. 2019년 병원을 그만둔 의사는 2명에 불과했다.

병원은 수차례 채용공고를 냈지만 후임 의사들을 구하지 못해 진료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외과와 신경외과, 정형외과, 내과 등은 외래 진료를 제대로 못하고 있다. 응급실은 공중보건의사들이 담당하고 있고 의료원장까지 진료에 나서고 있다.

순천의료원 간호사들의 육아휴직 신청도 늘었다. 120명의 간호사 중 15명이 지난해 육아휴직을 내고 병원에 나오지 않는다. 2019년 육아휴직을 사용한 간호사는 10명이었다.

목포시가 설립해 운영하고 있는 목포의료원도 간호사 퇴직이 급증했다. 지난해 이 병원을 그만둔 간호사는 23명으로 2019년 14명에 비해 9명이나 늘었다. 병원 간호사 정원이 114명인 점을 감안하면 퇴사율이 20%에 달한다. 목포의료원 역시 코로나19 확진자를 전담 치료하는 병원으로 109병상을 운영하고 있다. 강진의료원에서도 의사 2명이 이번달 사직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2월부터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서울의료원 역시 지난해 하반기 퇴사자가 전년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서울의료원 관계자는 “2019년 대비 2020년 전체 의료진 퇴사자 수는 오히려 감소했지만 지난해 하반기 말에 들어 의사를 중심으로 퇴직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면서 “서울의료원은 지난해 1월부터 감염병 전담병원 전환작업을 했고, 1년 가까이 비상체제로 운영되면서 의료진의 피로도가 누적된 점 등이 퇴사자 급증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민간병원에서 의료진이 대거 사직하는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환자와 의료진 1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전남의 한 요양병원에서는 방역당국이 병원을 코호트 격리하자 간호인력 5명이 그만뒀다. 50여명의 요양병원 환자가 격리된 상황에서 의료진이 퇴직하자 해당 지자체는 보건소 소속 간호가 9명을 긴급 투입해야 했다.

한 공공병원 관계자는 “지난해 병원을 그만둔 의료진이 늘어난 것은 맞지만 모두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퇴사했다고는 볼 수 없다”면서 “공공병원은 일반 병원에 비해 처우가 열악해 의료진을 채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복지국가소사이어티 공동대표)는 “공공병원의 의사 확충을 위해서는 애초부터 공공병원에서 사명감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의사들을 육성하는 ‘공공의대’가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단기적으로는 의료진의 처우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강현석·류인하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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