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값 선입금했더니 먹튀"…전국서 사기 피해자 속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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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2.02. 오후 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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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에 마스크값 급등
제조사서 저가 구매해 되팔아
주부·학생들까지 사재기 동참

마스크 품귀 편승한 사기 기승
화물운송업체 위장 사기행각
대금 수천만원 건네받고 잠적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마스크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마스크를 싼값에 대량으로 판매하겠다며 돈을 받은 뒤 물건을 주지 않고 잠적하는 방식이다. 인터넷에서는 소량 주문을 한 시민들을 상대로 한 먹튀 사례도 심심하지 않게 발견된다. 관련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2일 인터넷 커뮤니티와 소셜네트워스서비스(SNS) 등에는 "신종 코로나 관련 마스크 사기를 당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마스크 사기 피해자가 경찰이 출동한 가운데 업체 사무실에서 거세게 항의하는 동영상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수천만 원대 마스크 사기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A씨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KF94 마스크를 사기 위해 지인에게 대출까지 받아서 돈을 입금했는데 정작 물품은 안 주고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결국 돈을 보내지 않으니 잠적해버렸다"며 "4000만원을 사기당한 다른 피해자는 경찰 태도가 시큰둥해 신고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기범들은 마스크를 취급하는 화물운송업체로 위장한 후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위조된 명함과 사업자등록증, 세금계산서를 먼저 건네 신뢰를 얻은 이들은 지방에 위치한 사업장으로 피해자들을 불러 물품을 직접 전달하겠다고 속였다. 이후 사업장이 국가산업단지 안에 있다며 외부인은 출입이 불가하다는 핑계로 돈을 받은 후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 일당은 올해 초에도 태양광 신품 모듈을 싼값에 판매한다고 홍보한 뒤 돈을 받고 잠적하거나 보이스피싱 대출 사기를 벌인 혐의로도 경찰에 고소됐다.

피해자들은 돈을 받은 후 잠적한 일당에 대한 고소장을 대전경찰서, 전주 덕진경찰서 등에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마스크 사기에 사용된 은행 계좌 개설지가 서울 강남 지역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스크 사기범에 대한 경찰의 초기 대응이 신속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29일 마스크 사기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후 계좌 지급 정지를 요청을 했지만 처리가 신속히 이뤄지지 않아 다음날 A씨를 포함한 또 다른 피해자가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다.

마스크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자 '마스크 사재기'로 한몫 챙기려는 얌체족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도매가로 마스크를 싸게 대량 구매한 뒤 가격이 오르면 이를 비싸게 팔아 수익을 챙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평소 중국 무역 업무를 담당하는 직장인 B씨(30)는 매일경제와 통화하면서 "이번 '마스크 대란'에 참가해 이틀 만에 1000만원을 벌었다"고 밝혔다. 중국 사정에 밝은 B씨는 중국 춘제 기간 마스크 공장이 가동을 멈춘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가 확산돼 마스크 부족 현상이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B씨가 마스크 대량 구매를 결정한 것은 지난달 29일이었다. 지인에게서 구매처를 확보한 B씨는 개당 800원에 1만5000장을 구매했다고 한다. 이미 제조업체에서 두 차례 중간 판매상을 거친 물건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스크 가격은 치솟았다. 이틀 뒤인 지난달 31일 B씨는 개당 1500원에 마스크 전량을 네 번째 중간 판매상에게 팔아 1000만원가량을 남겼다.

B씨는 "얼마나 빨리 '이 판'에 들어오느냐가 관건"이라며 "일명 '마스크 코인'으로 불리는 이 시장에서 거금을 챙기기 위해 학생, 주부 등 너 나 할 것 없이 달려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가 단속에 나선 이후에는 세금계산서 없이 직거래로 마스크를 사고팔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난달 30일 관계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마스크 매점매석 행위 금지 고시를 조만간 마련하는 등 시장 질서 교란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생산·유통 단계 현장점검도 강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인터넷 쇼핑몰 등에서는 방역 마스크를 구하기 어렵고, 일부 유통업자들은 평소보다 2배 이상 비싼 값에 마스크를 판매하고 있어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김유신 기자 /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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