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인권재판소 "고용주의 직원 메신저 열람 정당"… 직장 내 사생활 보호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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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6.01.14. 오후 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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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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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수지 기자 = 유럽인권재판소(ECHR)는 지난 12일 특정 조건이 충족될 경우 고용주가 채팅 소프트웨어나 웹 메일을 통한 직원들의 근무시간 중 개인적 메시지를 체크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발전된 기술로 인해 업무와 사생활 간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직장 내 사생활 보호가 뜨거운 감자가 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ECHR는 루마니아의 한 회사가 직원의 이메일과 야후 메신저 계정을 확인한 것은 사생활 보호권을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결했다.

지난 2007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의 한 개인회사가 당시 직원인 보그단 미하이 바뷸레스쿠라에게 그가 업무 중 형제와 약혼자와 주고받은 45장 분량의 메시지를 제시하며 해고했다. 그는 당시 회사 지시에 따라 고객과 대화하기 위해 야후 메신저 계정을 만들었고 회사는 그가 이 계정을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었다.

ECHR은 이날 회사는 바뷸레스쿠라의 컴퓨터에 있는 다른 문서는 열함하지 않고 업무와 직접 관련됐다고 생각한 야후 메신저 자료만 접근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이에 FT는 발전된 기술로 업무와 개인 생활의 경계를 모호해지면 직장 내 사생활 보호가 골치 아픈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ECHR의 재판관 7명 중 반대의견을 낸 파울로 세르지오 핀토 드 알부테르케 재판관은 판결문에서 "직원은 매일 아침 직장에 출근하면서 회사 문 앞에서 자신의 사생활 보호 권리와 개인정보 보호권을 버리지 는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IT회사 직원이 사이버슬래킹(근무 시간에 주식거래, 게임 등 업무 외의 용도로 인터넷을 사용함으로써 업무에 방해가 되는 행위)을 했거나 머리를 식히기 위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회사가 직원의 (온라인)대화에 개입할 권리를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회사들은 직원이 개인 스마트폰으로 업무용 이메일에 접속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업무용 휴대폰으로 개인용도의 통화와 문자를 보낼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최근 웨어러블 기술로 직원의 개인 생체 정보에 접근할 권리를 누가 가질 것인가에 대한 법적 문제도 떠오르고 있다.

로펌 '킹 앤 스팔딩'의 범률전문가 쥴스 퀸은 FT에 이 사건은 근로자에게는 일종의 '경고'라며 회사의 감시 없이 업무 시스템을 개인용과 업무용으로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던 직원에게 고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영국의 인적자원관리 전문 회사 CIPD의 벤 윌모트는 FT에 "이 판결로 회사가 직원을 염탐하는 일에 파란불이 켜진 것이 아니다"라며 "지나친 감시는 불신의 문화를 조성하고 직원의 애사심과 헌신적 업무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펌 '에버셰드'의 마크 플레처는 FT에 “루마니아 회사가 메신저의 개인용도 사용을 제한하는 규정을 둔 것이 이번 판결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적 기업들은 시간을 들여 현지 법률에 맞춰 직원의 통신 관련 규정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모든 고용주가 모든 관할권에서 직원이 회사 시스템과 기기를 개인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는 것이 허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suejeeq@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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