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세부담 늘려 투기 억제… 감독원 설치-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이낙연 “땅부자 증세는 불가피… 토지공개념 3법 대표 발의할것”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해 “비필수 부동산의 조세 부담을 늘려 투기 가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며 “부동산 안정화를 위한 보유세 부담을 국가가 일반 예산으로 쓰지 않고 온 국민에게 공평하게 나눠주면 그게 곧 기본소득”이라고 말했다. 이 지사는 △부동산감독원(가칭) 설립 △부동산 불공정 거래 행위에 대한 통합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불공정 거래와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 등을 담은 부동산시장법 제정을 촉구했다. 모두 시장 규제 강화와 연관된 것들이다.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택지소유상한법과 개발이익환수법, 종합부동산세(종부세)법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대표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택지소유 부담금, 개발이익 환수금 등을 강화해 이를 지역 균형발전과 청년 주거복지 사업 및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반반씩 사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이 전 대표는 “토지를 중심으로 한 소득 격차가 이제 묵과할 수 없는 단계”라며 “땅부자 증세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토지공개념 3법’ 가운데 택지소유상한법은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이 내려졌지만 이 전 대표 측은 “면적 제한을 구법(舊法)의 2배, 5년 이상 실거주한 경우 3배까지 상향하는 등 당시 위헌 판단을 받았던 부분들을 보완해 위헌 소지를 없앴다”고 설명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보유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연차적으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 일부 주요 주자들이 규제 강화 위주 공약을 내놓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략연구부장은 “최근의 집값 급등은 정부 정책 부작용과 무관치 않다”며 “기존 정책에 대한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시점에 여당 주자들은 오히려 기존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5일 열린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 TV토론에서 8명의 주자는 이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했다. 상호 난타전 와중에 8명의 주자 전원이 한목소리를 낸 건 이 질문이 유일했다. 그러면서도 여권 일부 주요 주자들은 정작 부동산정책으로 규제 일변도의 대책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여권 내에서도 “문제의 진단부터 잘못된 공약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토지공개념 3법은 택지 소유에 제한을 두고 부담금을 부과하고(택지소유상한법), 개발이익 환수를 늘리고(개발이익환수법), 사용하지 않는 토지에 가산세를 부과(종합부동산세법)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이 전 대표는 이렇게 걷은 부담금과 세금을 지역균형발전과 청년·저소득층을 위한 주거 복지에 쓰겠다고 밝혔다. 토지공개념 추진 이유에 대해 이 전 대표는 “상위 1%의 법인이 전체 법인 소유 토지의 75.7%를 갖고 있다”며 “이처럼 총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가 아파트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게 형성한다”고 설명했다. 이 전 대표가 제안한 택지소유상한법에 따르면 개인 보유 택지를 서울시나 광역시는 약 1322㎡(400평)까지만 허용하도록 했다.
세금을 주거복지에 쓰자고 제안한 이 전 대표에 맞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국토보유세’를 도입해 기본소득의 일부 재원으로 쓰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지사는 이날 ‘부동산시장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해 “비(非)필수 부동산은 보유가 부담이 되도록, 심하게는 손실이 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거주용이나 업무용을 제외한 부동산에는 세금을 늘리자는 것이다. 이 지사는 금융감독원과 비슷한 성격의 부동산감독원(가칭)을 국토교통부 산하에 설립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여권 주자들이 대선 공식 레이스 시작부터 부동산정책을 꺼내든 건 들끓는 부동산 민심을 수습하지 못하면 대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여권 주자 가운데 공급 주택 수 제시를 통한 구체적인 공급 대책을 약속한 건 정세균 전 국무총리, 박용진 의원 정도다. 정 전 총리는 “공공과 민간을 합해 5년 동안 280만 호를 공급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고, 박 의원은 김포공항을 인천공항에 통폐합하고, 그 부지에 20만 호의 주택을 짓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두 정책 모두 실현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이 문제다. 또 다른 주자들도 이날 TV토론에서 공급 확대의 필요성을 언급했지만, 구체적인 수치나 목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부동산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한다고 밝힌 여권 주자들이 규제 강화 정책을 꺼내든 건 결국 여권 지지층을 의식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여권 관계자는 “경선 승리를 위해서는 여권 지지층의 입맛에 맞는 정책을 내놓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