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매출 반토막"…중국산 쇼크에 악소리 나는 국내 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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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3.27. 오후 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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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김치도 돈 받고 팔아야 하나"
제조사 "우린 안전해요" 홍보나서기도


# 서울에서 해장국 전문점을 하는 김 모(43)씨는 최근 김치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 중국 '알몸 절임배추' 영상 파문으로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바꿨지만, 원가가 3~4배나 비싸기 때문이다. 김 씨는 "요즘엔 손님들이 김치에는 손도 안 대서 버리는 게 더 많다"며 "차라리 국산 김치를 쓰고, 추가로 요청하는 손님에 한해 반찬값을 받아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 알몸으로 배추를 절이는 영상이 공개되자 김치가 수난을 겪고 있다. 해당 절임배추는 국내와 연관성이 낮다는 게 식품당국의 설명이지만,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깃밥과 마찬가지로 김치도 유료화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기도 수원에서 김치찜 전문점을 하는 최 모(30)씨가 중국 현지 김치업체로부터 받은 제조 영상.
◆ 늘어나는 수입김치…99% 중국산


19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김치 수입량은 28만1186t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연간 김치 소비량(약 200만t)의 15% 규모다. 매년 김치 수입액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 김치 수입액은 1억5243만달러로 전년(1억3091만달러)대비 16.4% 증가했다. 이중 99%가 중국산이다. 이는 원재료값 부담으로 국산 김치 수요가 줄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전날 배추(1포기) 가격은 4822원으로 전년 동일(4312원)대비 11.8% 올랐다. 같은 기간 대표 김치 재료인 건고추(600g)도 1만2444원에서 2만1919원으로 76%나 뛰었다. 동대문구에서 김치찌개 전문점을 운영하는 박 모(38)씨는 "중국 알몸 절임배추 영상이 공개된 이후로 손님이 반토막은 난 것 같다"며 "국산 김치를 쓰고 싶어도 비싸서 못쓴다. 김치를 국산으로 바꾸면 현재 점심 1인분인 8000원 가격을 3배는 올려야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 "김치 안전해요" 해명나선 사장님들


영상 파문이 확산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고 진화에 나섰다. 영상에는 상의를 벗은 남성이 구덩이에서 굴착기로 절임배추를 운반하는 모습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해당 절임배추가 국내에서 소비되는 김치와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낮다는 결론을 냈다.

경기도 수원에서 김치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 모(30)씨가 배달 애플리케이션에 올린 안내문.
서혜영 세계김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해당 절임 방식은 배추의 색상이 변화하고 조직이 물러지는 등 물성이 변화한다"며 "일반적으로 먹는 배추김치 재료로 사용하기는 부적합하다"고 분석했다. 식약처는 지난 12일부터 수입 통관 단계에서 정밀검사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자체적으로 불신 해소에 나선 음식점도 있다. 경기도 수원에서 김치찜 전문점을 운영하는 최 모(30)씨는 최근 배달앱에 중국 김치 제조사로부터 받은 사진과 공문을 올려놨다. 최 씨는 "알몸 절임배추 영상이 공개된 이후 하루 80만원이었던 매출이 40만원 이하로 반토막이 났다"며 "중국산 김치는 모두 비위생적일 것이라는 인식 속에 자영업자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이라고 말했다.

◆ '노노 차이나' 불매운동 불똥


드라마 빈센조 한 장면
알몸 절임배추 파문으로 불매운동 조짐도 보이고 있다. 중국산 음식뿐 아니라 김치를 중국에 수출하는 식품업체와 콘텐츠로도 불똥이 튄 것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 베스트 글에는 CJ제일제당이 중국에서 판매하는 김치만두 사진과 함께 '김치 대신 김치의 중국식 표기인 파오차이(泡菜)로 표기'라는 글이 올라왔다. 현재 CJ제일제당과 대상, 풀무원 등은 중국에 김치 제품을 수출하면서 김치대신 '파오차이'로 표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 식품안전국가표준(GB)에 따라 파오차이를 병기할 수밖에 없다는 게 식품업체들의 설명이다.

tvN 드라마 '빈센조'도 간접광고(PPL)로 중국 식품기업 '즈하이궈'의 비빔밥 제품을 내보내 뭇매를 맞았다. 국내보다 중국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가 아니냐는 비난이다. 불똥은 즈하이궈에 김치를 납품하는 대상으로 튀었다. 급기야 대상에선 "(즈하이궈의) 국내 마케팅 활동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내놓기도 했다.

이문기 세종대 중국통상학과 교수는 "중국의 자민족 중심주의 문화는 점점 더 커지고 있고, 최근 한복과 쌈 문화 논란 등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추세"라며 "양국에서 무분별한 정보를 어떻게 막아낼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미진 매경닷컴 기자 mjsh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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