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 리스펙트] 경북 선거구 말고 기득권 쪼개자 / 허승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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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6.14. 오후 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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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승규 ㅣ 안동청년공감네트워크 대표

2018년 3월14일, 자유한국당(현 미래통합당)이 다수인 경상북도의회에서 지방의회 선거구 쪼개기가 벌어졌다. 경북도의회는 경북 기초의회 선거구획정위 제출안을 수정하였다. 3인 선거구 10곳을 쪼개고, 2인 선거구를 15개 늘렸다. 수십년 ‘경북 여당’은 기득권이 아닌 선거구를 쪼갰다. 경북에선 자유한국당이 지역의 정치적 ‘자유’를 축소하였고,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선거구 쪼개기를 비판했지만, 서울에선 더불어민주당이 비‘민주’적으로 선거구 쪼개기를 강행했다. 언론과 소수 정당의 문제 제기가 있었지만, 정치 혐오가 심한 한국 사회에서 거대양당의 선거구 쪼개기는 보통 시민들의 관심 밖이었다. 그런데 경북의 기초의회를 싹쓸이하려 했던 자유한국당은 선거 당일 역풍을 맞는다. 2018년 경북 안동시의회 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은 지역구 16석, 2인 선거구 8곳에서 무려 16명 전원을 공천하였다. 비례 2석도 2명 전원을 공천하였다. 지방선거 결과 지역구에선 무려 7명, 비례 1명까지 총 8명이 낙선하였다. 3인 선거구였으면 2명 정도 당선을 예상할 수 있었으나, 2인 선거구 싹쓸이하려다가 반타작에 그쳤다. 옛 도심 한 선거구에선 2명 모두 낙선하였다.

요즘 경상북도가 야심 차게 추진하는 것은 대구경북 행정통합이다. 인구 500만의 대구경북특별자치도를 출범시켜, 지방소멸에 대응하고 지방분권을 강력하게 실현하겠다는 포부다. 이철우 지사뿐만 아닌 대구경북 주류 엘리트들은 통합과 분권을 강력히 이야기하고 있다. 정작 대구경북 내부의 권력 분산 문제, 정치 다양성은 관심 밖이다. 대구경북의 소수 기득권을 제외하면, 대구경북의 권력 통합보다 지역 내부의 분권이 중요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 배분만큼, 지방정부 내에서 다양한 주민들의 권리가 골고루 보장되고 있는지가 주민 개개인의 삶에 크게 영향을 준다.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넘어온 권력이, 지방의 소수 기득권만 키우는, 지방 기득권 강화 분권이 되어선 안 된다. 지방분권과 행정통합의 우선 조건은 지역 민주주의 활성화, 다양한 지역 주민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와 문화다. 지방선거제도 개혁은 이러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다. 대구경북에서 반복되는 지방선거 공천 갈등 또한, 일당독점 구조에서 소통령일 수밖에 없는 지역 국회의원의 권력 독점이 원인이다. 지역의 소통령인 국회의원의 공천권 행태만 비난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다.

최고의 권력 감시는 야당의 존재다. 권력이 스스로 겸손하려고 해도, 건강한 반대 세력의 존재가 최선이다. 지방선거제도 개혁은 지방 권력 독점을 낮추고 지방 권력 분산의 길을 넓힌다. 기초의회 3~4인 선거구를 확대하고, 현재 10%에 불과한 비례대표 비율을 높여, 민심과 의석수의 격차 및 사표를 줄여야 한다. 장기적으로 지역구에서 5인 이상을 선출하되, 정당 지지율만큼 전체 의석을 할당하는 ‘권역별 대선거구제’도 검토해보자. 지역구 선거의 장점을 살리면서 사표를 줄이고, 정치 다양성을 높일 수 있다. 정당 지지율이 높아지면 지역구 의석 할당이 높아져 같은 편의 표를 뺏는 폐해(?)도 막는다. 올해 총선 이후 미래통합당의 혁신과 지역 권력 나눔은 미래통합당의 거점인 경북 국회의원들에게 달려 있다. 공직선거법 개정을 통한 지방선거제도 개혁으로 겸손한 권력의 모습을 보여주시라. 이제는 선거구가 아닌 기득권을 쪼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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