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학비리 폭로 뒤 성추행 고발된 교수…검경 모두 “혐의 없음” 최종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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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9.02. 오후 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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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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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대 비리 폭로한 장경욱 교수
학교 쪽 성추행 등 고발 뒤 해임
“내부고발 재갈 물리려 무고 조작”
무혐의 났지만 해임무효소송 남아
수원대학교에서 해직되어 재판을 하고 있는 장경욱(왼쪽, 문화예술학부) 교수와 손병돈(오른쪽, 컴퓨터학부) 교수가 지난 2월,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와우리 수원대학교 정문 앞에서 사진 취재에 응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사학비리 폭로 뒤 성추행 혐의 등으로 학교로부터 고발된 수원대학교 교수가 2년6개월여 만에 검찰로부터 최종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고발 당시부터 무고 논란이 불거진 사건이라는 점에서,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비리를 폭로한 해당 교수에게 재갈을 물리려 학교쪽이 사건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다시 제기될 전망이다.

지난달 19일, 대검찰청이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과 모욕죄 혐의 등으로 고발된 수원대 장경욱 교수에게 최종 ‘혐의없음’ 결정을 내린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장 교수는 수업 중 여학생을 성추행하거나 모욕한 혐의로 2018년 5월 수원대에 의해 경찰에 고발됐다. 해당 사건수사는 경찰, 검찰, 고검, 대검을 거치며 무려 2년6월 동안 진행됐지만 결과는 모두 무혐의였다.

장 교수는 수원대 교수협의회에서 활동하며 이인수 전 총장의 비리 의혹을 고발하다 2013년 해직됐다. 이후 대학 쪽을 상대로 2번의 소청심사와 4번의 행정소송에서 모두 승소해 2년7개월 만인 2016년 복직했다. 그러나 수원대는 그를 원래 소속인 연극영화학부가 아니라 교양학부로 인사를 냈다. 연기 실기를 가르치는 게 본업인 그에게 이론 수업만 하게 하고 연극영화학부 학생들은 접촉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장 교수는 또다시 가처분 소송을 내 인용되고 나서야 연극영화학부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는 복직 이후인 2018년에는 수원대 교수협의회 공동대표를 맡으며 다시 사학비리와의 전면전에 나섰다. 그런 그가 눈엣가시였을까. 교육부 사학혁신추진단에 수원대 비리를 제보한 장 교수의 신원을 교육부 직원이 수원대에 알려줬다는 의혹을 <한겨레>가 단독보도(교육부 간부가 비리사학에 ‘내부고발자’ 넘겼다)한 직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익명으로 장 교수에 대한 성추행이 제기됐다. 대학 쪽은 기다렸다는듯이 장 교수를 경찰에 고발한 뒤 또다시 해임했다.

지난 2015년 장경욱 교수(왼쪽에서 두번째)를 비롯한 수원대 교수협의회 교수들이 수원대 정문 앞에서 사학비리를 규탄하는 집회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그 과정에서 당사자인 장 교수에 대한 기본적인 사실확인 절차조차 없었다고 한다. 장 교수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학내 조사에서 내게 한 번도 사실 확인도 없이 고발이 이뤄졌다”며 “그 뒤 경찰과 검찰에서 무혐의가 나오자 학교는 항고, 재항고를 거치며 사건을 무려 2년6개월씩 끌고 갔다”고 했다.

그 고통의 시간 동안 장 교수의 삶은 나락으로 떨어졌다. 그는 “학교 정상화를 위해 나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돌아온 것은 반복된(5년간의) 해직이었다. 수원대학교는 내 인생을 파멸로 몰았고, 성추행 혐의까지 뒤집어씌워 내 명예마저 짓밟았다”고 했다.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던 그는 “지금도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며 “정신과 치료를 받아가며 버티고 있다”고 했다.

사학비리를 앞장서 폭로한 교수에 대해 학교쪽이 성추행 혐의 등을 내세워 고발한 일은, 비단 수원대만이 아니었다. 지난 2019년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덕성여대 한상권 명예교수 사건도 수사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한 교수는 1980년대부터 재단의 전횡과 맞서 싸우다 수차례 징계를 받고 해직되기도 한 덕성여대 사학민주화의 상징적 인물이다.

전필건 전 교육부 사학혁신위원은 “기존 사립학교법인 쪽에서 학교법인의 내부 문제를 제기했던 교수들을 무력화 하기 위한 수단으로 확실하지 않은 성추문을 이용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있다”며 “성추문의 특성 때문에 당사자는 제대로 된 항변을 할 수 없는데다 교원이라는 신분상 추문의 사실여부와 무관하게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고 했다.

성추행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지만, 그 혐의로 해임된 장 교수는 현재 수원대와 해임무효확인소송을 진행중이다. 아직도 그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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