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시다 쇼인, 다카스기 신사쿠, 삿초동맹⋯정부 관계자, 외신 회견서 日근대사 거론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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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7.17. 오후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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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관계자, 아베가 존경하는 요시다 쇼인·다카스기 신사쿠 언급하며 "그들도 한·일 협력에 동의할 것"

아베 총리 13년전 발언도 언급 "다카스기 신사쿠와 아베 총리는 '신(晋)'을 함께 쓴다"

"일본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예를 든다"며 삿초동맹도 거론

정부 고위 관계자는 17일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와 관련해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했다. 그런데 이 관계자는 "요시다 쇼인(吉田松陰)과 다카스기 신사쿠(高杉晋作)가 살아 있다면, 한·일 양국의 미래지향적 협력에 대한 나의 평가에 동의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메이지(明治)유신의 성공을 이끌어낸 '삿초동맹'도 꺼냈다. 앙숙이었던 사쓰마(薩摩)번과 조슈(長州)번이 손잡고 메이지유신을 이뤄낸 것처럼, 한·일도 손잡으면 함께 동북아가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 수출 규제의 부당성을 설명하면서도 일본 근대사의 주요 인물과 사건을 예로 들며 한·일 우호 관계를 복원해야 한다는 유화적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해석됐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3년 8월 13일 야마구치현의 요시다 쇼인 신사에서 참배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평소 요시다 쇼인을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밝혀 왔다. /마이니치신문 제공

요시다 쇼인과 다카스기 신사쿠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존경한다는 인물이다. 아베 총리는 도쿄에서 태어났지만, 지역구는 야마구치(山口)현이다. 그의 가문이 이곳 출신이기 때문이다. 야마구치현은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기 전에는 조슈번이라고 불렸고, 요시다 쇼인은 이곳에 1857년 쇼카손주쿠(松下村塾)를 세워 제자들을 가르쳤다. 제자 중 한 명이 이날 정부 관계자가 언급한 다카스기 신사쿠다. 다카스기 신사쿠는 메이지 유신 주역 중 한 명이다. 1905년 을사늑약에 따라 설치된 한국통감부의 초대 통감을 했던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도 요시다 쇼인의 제자다.

요시다 쇼인의 사상을 요약하면 '존왕양이(尊王攘夷)'다. 다만 서양을 배척한 것은 아니고, 서양의 기술과 문물을 배워 국력을 기르자는 입장이었다. 그는 '조선을 정벌해야 한다'는 정한론(征韓論)을 주장한 인물이기도 하다. 서양 열강에게 뺏긴 것은 조선과 만주, 중국 등에서 되찾아 오면 된다는 논리였다. 다만 그는 1859년 숨져 이후 일제의 조선 침략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았다. 다카스기 신사쿠 역시 1867년 사망했다.

요시다 쇼인 신사에 걸려 있는 요시다 쇼인의 공식 초상화.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 다카스기 신사쿠와 관련해선 "아베 총리와 존경받는 그의 아버지(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의 이름에 있는 '신'(晋·한국어 발음은 '진')을 함께 쓴다"고도 했다. 아베 총리 부자와 이름에 같은 글자를 쓴다는 점을 유독 강조한 것이다. 그런데 이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한 배경을 짐작해볼 수 있는 내력이 있다.

아베 총리는 처음 총리에 올랐을 때인 2006년 10월 26일, 총리관저가 보낸 메일 매거진에서 "내일인 10월 27일은 존경하는 요시다 쇼인의 기일이다. 쇼인은 쇼카손주쿠(松下村塾)에서 젊은 이들에게 뜻을 갖게 하는 교육을 실시했다. 여기서 성장한 학생들이 메이지유신의 원동력이 됐다"며 "그 중 한 사람 다카스기 신사쿠는, 신분을 묻지 않고 조직한 기병대를 시작으로 새로운 일본으로의 개혁 움직임을 가속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덧붙여서, 제 이름의 신조는 다카스기 신사쿠에서 유래했다"고 했다. 한자 '진'(晋·일본어 발음으로는 '신')을 다카스기 신사쿠의 이름에서 따왔다는 것이다. 이날 정부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13년 전 발언을 염두에 두고 "신(晋)을 함께 쓴다"고 한 것이다.

이날 외신기자 간담회에서는 '삿초동맹'도 등장했다. 메이지유신은 당시 앙숙 관계였던 조슈번과 사쓰마번(현재의 가고시마현)이 동맹해 일본의 정권을 장악하고 있던 도쿠가와 막부를 몰아내는 과정이었다. 근대 일본을 열겠다는 목표 아래 공동의 적에 맞서 동맹을 맺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한일 협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국민들의 이해를 돕는 차원에서 예를 든다면, 19세기 사쓰마와 조슈가 협력했던 것처럼 한국과 일본도 협력해 가야 한다"고 했다. 한국과 일본이 과거사에서 비롯된 앙숙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로 해석됐다.

[손덕호 기자 hueyduc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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