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세수추계와 예산편성[김유찬의 실용재정](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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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세수를 정확하게 추계하는 것은 예산편성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정부가 지출 규모를 결정할 때 세수 규모가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세수 규모가 일정한도를 넘어서는 수준의 지출을 결정할 때는 그 필요성에 대한 판단이 한결 엄밀해지게 마련이다. 국채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국세수입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왔다. 민주당은 이 초과세수를 활용해 어려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추경을 편성하기를 원했고, 국민의힘은 대선국면에서 자영업자들에 대해 더 큰 규모의 재정지원을 약속했다.

기획재정부 제공


초과세수 많아도 용도 정해져 있어

초과세수가 많다고 해도 재정법에 의거해 용도가 정해져 있다. 지방재정교부금, 공적자금상환, 그리고 국채상환에 정해진 비율대로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따라서 초과세수를 직접 추경에 전용하는 건 가능하지 않다. 다만 초과세수 일부가 국채상환에 사용되므로 이 금액만큼은 국채를 추가로 발행해도 당초의 국채발행예정규모를 초과하지 않으면서 재원을 조달하는 것이다. 또 재정법에 규정된 용도대로 사용하고도 남은 초과세수는 추경에 사용할 수 있다.

회계년도의 결산작업이 마무리된 후 제공된 자료에 의하면 2021년의 국세수입은 344조1000억원이었고 전년 대비 58조5000억원, 그리고 예산대비로는 29조8000억원 많은 액수였다. 이때 말하는 예산대비는 2021년에 이뤄진 마지막 추경인 2차 추경예산에서 정해진 세입액에 비해 그렇다는 것이다. 2차 추경에서의 세입예산액이 2021년의 본예산 대비로는 이미 31조원이 증액된 것이다. 그러므로 2021년 본예산에서 정해진 세입예산에 비해는 2021년의 실제 국세수입이 60조8000억원이 많은 것이다. 이쯤이면 예외적으로 큰 규모의 세수오차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2차에 걸친 추경에도 불구하고 그 오차의 절반 수준만 세입예산액이 조정됐기 때문에 결산 후 세계잉여금은 23조3000억원이나 발생했다. 세출예산 쪽에서 불용예산과 이월예산도 각각 8조4000억원, 그리고 4조원이 발생했다.

개별 세목별로 보면 세수오차는 주로 양도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그리고 증권거래세에서 발생했다. 전년 대비 세수증가 규모로는 양도소득세가 13조1000억원, 법인세가 14조9000억원, 상속증여세가 4조6000억원 그리고 증권거래세가 1조5000억원 늘었다. 추경예산대비로는 양도소득세가 11조2000억원, 법인세가 4조8000억원, 상속증여세가 3조1000억원 그리고 증권거래세가 2조원 더 늘어났다. 이러한 차이에 대해 기재부는 경제 회복세, 부동산 시장의 요인, 우발요인을 들고 있다. 우선 경제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해 법인의 수출과 영업이익이 늘면서 법인세수, 근로소득세수, 증권거래세수를 늘게 했다는 것이다. 세수오차가 가장 크게 발생한 양도소득세는 부동산 시장의 가격상승세가 오래 이어진 것에 기인했다고 설명한다. 상속세가 많이 늘어난 것은 자산이 많은 사람들의 사망이 겹친 우발적 요인 때문이라고 한다.

세수추계는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경제전망치를 전제로 전체의 수를 다시 추정하는 세수추계는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는 것보다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렵다. 경제전망을 전문으로 하는 예측기관들의 성장률 전망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틀리기 쉬운 전망자료를 바탕으로 해 추계하는 세수전망자료가 정확하기는 더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지금처럼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이 추가된 상황에서는.

그럼에도 다음 두가지는 심각하게 고민해 봐야 한다. 우선 왜 세수예측이 과소추계하는 방향으로만 자주 오차가 발생하느냐 하는 것이다. 최근 5년간의 세계잉여금 발생 추이를 보면 2019년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년 10조원 수준의 세계잉여금이 발생했으며 2021년에는 이것이 평년의 두 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그렇다면 세수추계에 임하는 태도의 문제가 있거나 세수추계 방법론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아닐까. 물론 경제성장률 전망치 자체가 실제 경제의 발전에 비해 자주 낮은 방향으로 쏠렸다면 세수오차의 문제라기보다는 경제전망의 문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경제성장률 등에 대한 전망이 하방으로 쏠렸다고 보기는 어렵다.

세수전망, 상황에 맞게 수정 가능

세수전망은 예산안 마련 시점에 이뤄지니 세수입이 들어오는 시기와 평균 1년 정도의 시차가 있다. 그러니 세수전망이 정확하게 이뤄질 수는 없다는 것을 일정 부분 수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실제로 세수입이 들어오고 한해의 중반이 지나가면 세수입의 추세가 거의 결정되고 더 이상의 큰 변화가 어려운 시기가 온다. 한해의 7월에서 9월, 즉 3분기 정도가 그때인데 그 시기에 추세를 보며 이뤄진 전망치는 그 전해에 예산안을 마련하면서 준비한 세수전망보다 당연히 훨씬 더 정확하다. 한달 전 날씨전망과 이틀 전 날씨전망의 정확도가 다를 수밖에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처럼 추세적인 움직임이 충분하게 보일 때 이를 반영해 세수전망을 수정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획재정부는 거의 추세를 무시하는 수치의 초과세수를 예측치로 제시했다. 2021년 8월 말 기준 국세 수입이 세입예산 대비 26.9조원을 이미 초과한 상황이었다. 추세가 이어지면 2021년 전체의 초과세수는 40조원이 될 수도 있었다. 9월 이후에 달라진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2021년의 초과세수로 30조원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기재부는 그러나 여전하게 초과세수는 19조원 수준이라는 기존의 주장을 변경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결산이 끝난 시점의 세수초과액은 29조8000억원이었다.

초과세수의 예측을 과소하게 함으로써 예산편성에서 지출 규모의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하는 것이라면 기재부의 이러한 행태는 온당치 않다. 초과세수가 얼마나 되느냐 하는 것은 2022년 예산의 국회 통과를 앞둔 시점에서 중요한 참고자료다. 그 차이가 수십조에 이르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예산증액이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어디에 사용하는 게 가장 바람직한지 논의해야 한다. 예산편성 부서인 기재부는 그 과정에서 당연히 의견을 낼 수 있다. 다만 정확한 세수전망 자료를 제시하면서. 그것이 기재부의 의무이면서 동시에 기재부만이 할 수 있는 권한이다. 세수전망을 상황에 맞도록 신속하게 수정하기를 거부한 행태는 기재부의 직무를 성실하게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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