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돌변한 북한의 태도에 대해 참모들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는 뉴욕타임스(NYT) 기사에 대해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1박4일간 미국 공식실무방문을 수행하고 있는 정 실장은 21일(현지시간) 워싱턴행 기내간담회에 이 같이 밝히고 한미 공조 전선에 이상이 없음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NYT는 미 행정부 관리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핵무기 능력을 양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의 담화문 발표에 놀라고 화를 냈으며, 측근들에게 정치적 부담을 안고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강행해야 하는지 묻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19일에는 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북한의 입장이 왜 문 대통령이 전달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약속과 다르냐”고 물었다고도 전했다.
정 실장은 NYT의 이런 보도를 모두 부인했다. 그는 “저희가 감지하는 건 없다. NSC 협의 과정이나 정상 간 통화분위기에서도 그런 느낌은 못 받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왜 당초 설명과 다르냐’고 물었다는 보도에 대해서도 “제가 정상통화에 배석했는데 그런 건 없었다”고 일축했다.
정 실장은 또 이번 정상회담 성격에 대해 “짜인 각본이 전혀 없다”며 “두 정상 차원에서의 솔직한 의견 교환이 주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개 정상회담은 사전에 많은 조율이 있고 합의문도 어느 정도 99.9%까지 사전 조율이 끝나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 정상회담은 그런 게 일체 없다”며 이 같이 말했다.
정 실장의 이런 발언은 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이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의 성사와 성공을 위한 정상 간 ‘굳건한 신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리비아식 비핵화(선 핵폐기, 후 보상)’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드러낸 북한의 의중을 미국에 이해시키는 동시에 한미 공조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세부 로드맵을 조율하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해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두 정상이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6월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다시 본 궤도에 올리는 일이 시급하다는 게 청와대의 인식이다.
정 실장은 “정상회담 진행 방식도 과거 정상회담과 달리 두 정상 간 만남 위주로 하기로 했다”며 “수행원들이 배석하는 오찬 모임이 있긴 하지만 두 정상이 충분한 시간을 갖고 솔직한 의견 교환을 갖는 식의 모임을 하자고 한미 간에 양해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두 정상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성사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 도출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위해 속 깊은 대화를 나눌 것이라고 했다. 정 실장은 “수행하는 저희들도 두 분이 무슨 말씀을 어떻게 할지 예측을 전혀 못하는 상황이다. 그게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한 것 같다”며 “두 정상이 목표지점까지 어떻게 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여러 아이디어를 공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간다”고 말했다.
순항하던 북미정상회담 논의가 ‘난기류’에 빠진 만큼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하는 문 대통령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반발 배경을 이해시키는 한편 북한 비핵화를 위한 세부 로드맵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다.
영빈관 블레어하우스에서 1박을 한 문 대통령은 이튿날 오전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등 미국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들을 접견한다. 정오쯤 트럼프 대통령과 단둘이 통역만 배석시킨 채 단독회담을 통해 북한을 완전한 비핵화로 이끄는 방안을 논의한다. 단독회담 후에는 참모들이 참석하는 확대회담을 이어간다.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특히 미국이 선호하는 일괄타결 프로세스와 북한의 단계적·동시적 해법 사이의 접점을 찾는 데 시간을 할애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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