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콜센터發 집단감염, 지하철 타고 확산하나... 2600만 수도권 방역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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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0.03.11. 오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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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구 콜센터서 95명 확진…집단감염 확산 ‘변곡점'

사통팔달 서울 교통망… 수도권은 ‘대중교통 감염 비상’

이미 수도권 곳곳서 2·3차 감염…"방역대책 수정해야"


서울시장 "광범위한 지역 감염 3차 파도의 시작일 수도"

방역당국 "대중교통 접촉자 현실적으로 파악 어려워"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콜센터에서 발생한 우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자가 11일 90명을 넘었다. 대규모 집단 감염이 발생함에 따라 인구 2600만명 수도권 방역망에 비상이 걸렸다.

확진 판정을 받은 콜센터 직원들이 서울·경기·인천의 최소 26개 시·구에 걸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돼 수도권 전 지역에서 2, 3차 감염을 통한 지역 사회 전파가 현실화하는 조짐이다. 특히 확진자들이 주로 지하철과 버스 등을 이용해 출·퇴근을 한 만큼,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대중교통을 통한 집단 감염에 대한 대비책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구로 콜센터 집단 감염 발생은 광범위한 지역감염으로 이어지는 3차 파도의 시작일 수 있다"고 했다.

11일 오전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지하철 신도림역을 이용하고 있다./연합뉴스

◇하루 45만명 이용 신도림역… "밀폐된 지하철 수도권 집단감염 핵심"

집단 감염이 발생한 구로 콜센터에서는 직원과 교육생 등 207명이 근무했다. 또한 같은 건물 7~9층에서는 550여명이 근무하는 등 모두 750여 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었다.

콜센터 직원들은 직장이 있는 구로구뿐 아니라 서울 관악·노원·동작·송파·은평 등 각 자치구는 물론, 수도권 광역전철을 통해 비교적 이동이 쉬운 인천과 경기 안양·광명·김포, 의정부 등 수도권 지역에 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청도 대남병원(경북) 등 지금까지 발생한 시설 집단 감염이 특정 시설이나 지역 내에서 발생했던 것과는 양상이 다를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콜센터가 있는 신도림동 코리아빌딩은 수도권 지하철 1호선과 순환선인 서울 지하철 2호선이 지나는 구로·신도림역 사이에 있다. 두 역은 서울과 인천, 경기를 잇는 사통팔달(四通八達) 교통 요충지에 해당한다. 코레일에 따르면 구로역은 하루 평균 2만 명 이상 내리고 탄다. 신도림역도 하루 평균 45만명이 이용한다.

전문가들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집단 감염지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 지하철의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700만명 수준이다. 전 질병관리본부장인 정기석 한림대의대 호흡기내과 교수는 "통상적으로 확진자와 2m 이내 거리에서 15분 이상 같이 있을 경우 전염 가능성이 있다"며 "출퇴근길에 이용하는 지하철, 버스처럼 사람들이 모여있는 밀폐된 공간이 아무래도 감염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교수는 "지하철은 수도권 내 집단 감염의 핵심"이라며 "방역 당국이 나서서 대중교통 밀집도를 떨어뜨려야 한다. 출근시간대를 분산시키고 지하철 편수를 늘려 최대한 좁은 공간에 불특정다수의 사람이 모이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실제 이번 구로구 콜센터 확진자 중 상당수는 출퇴근길 서울 지하철, 버스 등을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일 콜센터 직원 중 첫 확진 판정을 받은 노원구 거주 50대 여성은 5~6일 모두 월계역과 구로역을 이용했다. 전날 확진 판정을 받은 양천구 거주 40대 여성을 비롯해 인천 부평구에 거주하는 20대 여성 직원도 구로역을 거쳐 버스 등을 타고 출퇴근을 했다.

방역 당국은 대중 교통을 통한 감염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아직 뾰족한 대안은 없는 상황이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부분에 대한 감염 관리는 강화될 필요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에서 접촉자를 가려내기는 현실적으로 거의 어렵다"고 했다. 방역당국은 일단 출·퇴근 시간 조정 등을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

코레일 관계자들이 11일 오후 신도림 코리아빌딩 관련 우한 코로나 확진자 동선으로 확인된 서울 지하철 1호선 구로역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인 아들·식당 옆자리도 확진….이미 시작된 2,3차 감염

구로 콜센터를 통한 수도권 2·3차 감염은 이미 시작된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기준 구로 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90명인데 이중 콜센터 직원이 77명이고, 직원의 가족 등 접촉자가 13명이다. 하지만 직원 확진자가 늘면서 가족 간 감염과 접촉자를 통한 2·3차 감염 사례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이날 서울의 한 부대에 근무하는 상근 예비역 A일병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일병 어머니는 구로구 콜센터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당국은 A일병과 접촉한 상근 예비역 병사들을 자가 격리한 상태다.

인천에선 콜센터 근무자와 같은 식당에서 식사를 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송도국제도시에 사는 B(남·54)씨는 지난 6일 인천 미추홀구의 한 식당에서 콜센터 직원 C(여·43)씨 옆 자리에서 식사를 한 뒤, 지난 9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두 사람은 서로 아는 사이도 아니었다고 한다. 밀접 접촉자로 분류된 B씨의 아내(52)와 자녀 2명은 검체 채취 검사를 받고 현재 연수구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다.

서울 양천구에서도 콜센터 직원의 가족들로 우한 코로나가 전파됐다. 신월 4동에 사는 D(남·34)씨의 부모가 전날 확진 판정을 받았고, 신정 4동에 살고 있는 콜센터 직원 49세 여성의 언니도 확진자로 확인됐다. 서울 관악구에서는 콜센터 직원들의 딸과 아들, 남편이 잇따라 확진 판정을 받는 가족간 감염사례가 나왔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한 방송에서 "구로 콜센터는 이미 지난 3~4일부터 증상이 나타난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미 일주일 넘게 주거지나 이동 동선을 통해 확산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로 콜센터를 통한 감염이 수도권 전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대구·경북 중심으로 확산해온 우한 코로나 사태가 새로운 변곡점을 맞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대구 신천지 집단 감염 사례를 참고해, 기존 방역 대책을 넘어선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창훈 일산병원 교수는 "이미 대규모 방역 경험이 있는 대구로부터 역학조사 및 의료 데이터를 공유받아 방역 활동에 활용해야 한다"며 "적재적소에 역학조사 인원을 배치하면 확진자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수도권에서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면 사실상 방역이란 게 의미가 없다"며 "최대한 시민들끼리 서로 접촉하는 것을 줄여 급한 불부터 꺼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영 기자 young@chosunbiz.com] [권유정 기자 yoo@chosunbiz.com] [이소연 기자 soso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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