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5년남은 미키 마우스,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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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01.02. 오후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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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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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저작권 소멸…변형 캐릭터는 여전히 보호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2019년 개막과 함께 20년 동안 빗장이 걸려 있던 저작권소멸시효가 다시 적용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1923년 출간된 저작물들은 1월1일부터 저작권 보호 기간이 만료됐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자 사후 70년까지 저작권을 인정한다. 직무상 만들어진 저작물에 대한 보호 기간은 95년이다.

따라서 이론상으론 매년 저작권 보호 기간이 소멸되는 작품이 있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실제론 저작권소멸시효가 적용되는 건 1998년 이후 21년 만이다.

미국 대중문화의 상징인 미키 마우스 캐릭터가 2024년부터 공공 저작물로 풀린다. 사진은 아이팟 나노에 사용된 미키 마우스. (사진=애플)


이렇게 된 건 미국 의회가 1998년 통과시킨 소니보노 저작권기간 연장법(CTEA) 때문이다. 유명작사자이자 하원의원인 소니 보노가 주도한 이 법은 저작권 보호 기간을 20년 연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이 통과되면서 저자 사후 50년이던 저작권 보호 기간이 70년으로 늘어났다. 또 75년이던 직무 저작물 보호 기간은 95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논란 끝에 통과된 이 법은 ‘미키마우스 연장법’으로 불렸다. 1928년 최초 제작된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었기 때문이다.

기존 저작권법이 그대로 유지됐을 경우 2004년부터 미키 마우스은 공유 저작물로 풀리게 돼 있었다. 하지만 CTEA 덕분에 20년 더 생명을 연장하게 됐다.

■ SOPA 반대운동 이후 저작권 보호기간 연장 시도 힘들어져

CTEA 통과 직하 상당수 전문가들은 “저작권 보호 기간은 사실상 무한대로 늘어날 것”이라고 비판했다.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거대 저작권자들이 또 다시 의회를 상대로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 로비를 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만 20년이 지난 2018년에 미국 의회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음에 따라 21년 만에 처음으로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는 작품이 등장하게 됐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슈퍼맨, 배트맨, 백설공주 같은 유명 캐릭터들도 2031년에서 2035년 사이에 공유 저작물로 풀리게 된다. 사실상 미국 대중 문화의 아이콘들을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 대목에서 크게 두 가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첫째. 그 동안 엄청난 로비를 했던 거대 사업자들은 왜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까?
둘째. 5년 뒤에는 미키 마우스 캐릭터를 아무 제한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걸까?

미국 IT 전문매체 아스테크니카는 1일(현지시간) “저작권 보호 기간이 끝나더라도 미키마우스 캐릭터를 사용할 땐 각별하게 조심해야 한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그에 앞서 첫 번째 궁금증부터 살펴보자.

CTEA 통과 직후 “저작권 보호 기간은 고무줄처럼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일반적이었다. 월트 디즈니를 비롯한 미국 거대 저작권자들이 엄청난 로비력을 앞세워 저작권법을 계속 고치려 들 것이란 게 그 이유였다.

하지만 지난 해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1939년 처음 등장한 배트맨 캐릭터. 2034년이 되면 이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도 만료된다.

미국 영화산업협회(MPAA). 음반산업협회(RIAA), 작가조합 등 3대 저작권 기구들은 지난 해 이미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 입법을 위해 노력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왜 그랬을까?

이에 대해 아스테크니카는 “해봐야 이길 가능성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20년 전 저작권 보호 기간을 연장할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1998년 당시엔 공유저작물을 활용해 새로운 창작물을 만드는 건 극히 드물었다. 특히 일반인들이 그런 작업을 시도하는 건 찾아보기 힘들었다.

하지만 이젠 상황이 다르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기존 작품을 변형한 다양한 저작물을 만드는 문화가 정착됐다.

그렇게 때문에 공유저작물에 제한을 가하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대 운동도 거센 편이다. 명분 없는 저작권 보호 기간 연장 시도를 할 경우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012년 미국 의회는 온라인불법복제방지법(SOPA)을 제정하려다가 거센 반대에 부닥쳐 결국 포기한 적 있다. 이 때의 경험 때문에 저작권자들이 쉽게 저작권보호 기간 연장 로비를 하기 힘들었을 것이란 게 아스테크니카의 분석이다.

■ 디즈니 등 저작권자들, 변형 캐릭터·상표권법 등으로 공세 가능성

그 동안 월트 디즈니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 중 하나는 강력한 저작권 보호 덕분이었다. 그렇다면 2024년 미키마우스 저작권이 만료될 경우엔 더 이상 힘을 발휘하기 힘든 걸까?

이 질문에 대해 아스테크니카는 “그렇진 않다”고 분석했다. 각종 변형 캐릭터들이 있기 때문에 생각처럼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란 얘기다.

2024년에 저작권이 소멸되는 건 월트디즈니가 1928년 개봉한 ‘증기선 윌리’에 처음 등장했던 미키 마우스다.

1928년 개봉된 '증기선 윌리'에 처음 등장한 미키 마우스. 2024년부터 이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이 소멸된다. (사진=월트디즈니)

흰 장갑을 끼고 있는 또 다른 미키 마우스는 1929년 개봉된 ‘오프리 하우스’에 처음 등장했다. 따라서 저작권 역시 2025년이 되어야 만료된다.

이런 식으로 월트 디즈니는 미키 마우스를 다양하게 변형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따라서 2024년 이후 미키 마우스를 사용할 경우 이런 부분을 놓고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배트맨, 슈퍼맨, 곰돌이 푸 같은 인기 캐릭터들도 마찬가지다. 이 캐릭터들 역시 최초 등장한 디자인만 공유저작물이 된다. 이후 변형된 캐릭터에 대해선 법정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또 다른 쟁점은 상표권이다. 저작권 보호 기간은 만료되지만 상표권은 여전히 남아 있다. 따라서 월트 디즈니 같은 저작권자는 저작권법 대신 상표권법을 앞세워 공세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상표법의 핵심 쟁점은 “소비자들이 원 제품에 대해 혼동할 우려가 있느냐”는 부분이다. 다른 회사들이 미키 마우스를 활용해 만든 제품이 월트 디즈니 제품으로 오인될 우려가 있을 경우엔 상표권 침해에 해당될 수도 있단 얘기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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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IT 쪽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특히 ‘김익현의 미디어 읽기’를 통해 미디어시장의 다양한 얘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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