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동 아파트도 받던 보금자리론 이젠 꿈도 못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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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2.24. 오전 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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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집값 무섭게 뛰었는데
'시세 6억' 예전 기준 그대로
현실에 맞게 금액 조정해야
목동 아파트 단지 전경./서울경제DB

[서울경제]

‘보금자리론’은 소득 등 요건을 충족한 수요자가 시세 6억 원 이하 주택을 매입할 때 최고 3억 원을 대출해주는 대표적인 정책 대출 상품 중 하나다. 하지만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이 올라 대부분 6억 원을 넘기는데다 한도가 3억 원으로 제한돼 있다보니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 기준인 시세 6억 원 이하는 지난 2004년에 책정된 기준이다.

서울경제가 조사한 결과 과거 보금자리론 기준으로는 양천구 목동 아파트를 비롯한 서울 대다수 아파트를 매입할 수 있었다. 잠깐 한도가 9억 원으로 늘어났을 때는 압구정 아파트까지도 가능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관련 지표와 연동해 대출 기준을 완화해 상품의 도입 취지를 살려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보금자리론 과거에는 이랬다=과거 자료를 살펴보면 ‘보금자리론’의 전신인 한국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론’은 주택 매입 자금은 낮은 고정 금리에 빌려주고 10년 이상 장기간에 걸쳐 원리금을 나눠 갚도록 하는 제도다. 당시 2억 원 한도 내에서 집값의 최고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도록 했다. 단 가격이 6억 원을 넘는 주택은 제외됐다. 지금과 같은 기준이다.

모기지론이 첫 도입된 2004년 3월 KB 시세를 보면 양천구 목동 ‘신시가지 4단지’의 경우 전용 65.34㎡가 3억 8,500만~4억 3,250만 원 수준이었다. 보금자리론 대상인 셈이다. 노원구 상계동 ‘주공12단지’ 전용 66.56㎡의 경우 시세가 1억 6,250만~1억 8,000만 원으로 가격이 대출 한도보다도 낮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 전용 76.79㎡가 6억 1,000만~6억 6,000만 원 수준이었다. 압구정동 ‘현대1차’ 전용 131.4㎡ 시세는 8억 1,000만~8억 9,000만 원이던 시절이다.

즉 해당 상품을 도입할 당시만 하더라도 극히 일부의 고가 주택을 제외한 대부분의 서울 아파트가 대상이었던 것이다. 당시 한국주택금융공사 역시 “모기지론은 국민주택기금이 지원하는 ‘근로자와 서민을 위한 주택구입자금대출’과는 다르다”고 강조한 바 있다.



◇한때 9억 원으로 기준 상향=보금자리론 시세 6억 원 기준은 일시적으로 9억 원 이하로 상향된 바 있다. 2009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다. 당시 2013년 1월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3차’ 전용 82.5㎡ 매매가가 8억 5,000만~9억 1,000만 원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해당 주택형의 최근 실거래가는 27억 원(2021년 1월)이다. 초고가 아파트의 표준인 압구정 현대아파트 또한 한때나마 보금자리론 대출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이후 2017년 1월부터 6억 원 이하로 다시 하향 조정됐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이제 서울 내 6억 원 이하 아파트는 ‘서민 아파트’가 됐다. KB국민은행의 통계를 보면 2021년 1월 기준 서울 내 하위 20%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4억 8,589만 원이다. 하위 20~40%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 5,969만 원으로 보금자리론 대출 가능 금액인 6억 원을 훌쩍 넘긴다.

이런 가운데 연 소득 7,000만 원 이하(신혼 8,500만 원 이하) 기준도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모기지론’ 도입 당시에는 연 소득 기준이 없어 고소득자도 충분히 해당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금융 당국은 이르면 올 하반기 40년 만기 초장기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하지만 세부 사항은 보금자리론 기준을 준용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실제 혜택을 받는 수요층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물가 인상률이나 부동산 가격 상승 폭 등을 보면 보금자리론의 대출 기준은 현실과 괴리된 상태”라며 “상승률 등과 연동하는 제도를 도입하거나 현실을 반영해 금액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대출 제도가 주택 수요를 억제하기보다는 내 집 마련의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권혁준 기자 awlkwo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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