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성 따르는 원칙·‘혼외자’ 구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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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21.04.27. 오후 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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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가부 ‘4차 건강가정계획’…출생신고 때도 부모 협의하면 엄마 성 사용
1인 가구·비혼 동거가구 등 권리 보장…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 추진
[경향신문]
일러스트 김상민 기자


정부가 아버지의 성(姓)을 우선 따르게 하는 원칙을 폐기하고 부모가 협의해 결정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혼외자’ 같은 차별적 용어를 각종 법령에서 쓰지 않고 혼인·혈연 테두리 밖에 있는 비혼 동거가구나 1인 가구도 법과 제도 안으로 끌어들이기로 했다.

가족 내 성역할에 대한 인식 변화와 1인 가구, 비혼 동거가구 등 다양화하는 가족 형태에 맞춰 법의 보호 범위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여성가족부는 2025년까지 가족정책 추진의 근간이 될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27일 발표했다. 이번 계획은 모든 가족이 차별 없이 존중받고 정책에서 배제되지 않는 여건을 만드는 데 초점을 뒀다. 여가부는 “전통적 개념의 가족 중심 문화에서 벗어나 가족 구성원 개인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증대되고, 가족 내 성역할에 대한 인식이 변화하고 있으나 사회적 여건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자녀 출생신고 시 부모가 협의해 아버지나 어머니의 성으로 정할 수 있도록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 현재는 혼인신고 때 협의한 경우에만 어머니의 성을 따를 수 있다. 이미 관련 법안 2건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출생신고서나 민법에서 부모의 혼인 여부에 따라 ‘혼인 외의 출생자’나 ‘혼인 중의 출생자’로 구분짓는 것도 폐지하기로 했다. 법률혼·혈연에 얽매인 민법과 건강가정기본법상 ‘가족’의 정의를 넓히고, 다양한 가족의 권리 보장에도 나선다. 현재 각종 법률에선 피부양자·유족 범위를 사실혼 관계까지로 본다. 공공 주거지원 관련 법령·정책은 법률혼 중심이다.

다만 타 부처 소관 법률 개정과 맞물려 있어 다양한 가족이 실질적인 지원을 받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여가부는 “비혼 동거 범위에 동성을 포함하는지를 비롯해 가족 구성원 정책 대상, 범위, 구체적 내용은 향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모든 아동이 빠짐없이 출생신고가 되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사실을 국가기관에 통보하는 ‘의료기관 출생통보제’ 도입도 추진한다. 장기적으로는 태어난 모든 아동의 출생정보를 의료기관이 국가에 등록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로 나아간다. 방송인 사유리씨 사례와 같은, 보조생식술을 이용한 비혼 단독 출산의 정책 방향을 설정하기 위해 관련 연구와 사회적 논의도 시작한다.

앞서 미혼부가 아이 어머니의 비협조에도 법원을 통해 출생신고를 할 수 있도록 요건을 완화한 터다.

김영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까지 어떤 가족은 정상이고, 어떤 가족은 문제라는 인식이 있었다면 이제는 차별이나 편견 없이 우리 사회 가족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들을 가족정책 대상으로 포괄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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