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방문 중인 하토야마 전 일본 총리는 12일 연세대 용재홀에서 ‘한반도의 신시대와 동아시아의 공생’을 주제로 강연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015년 있었던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당시 일본 정부가 10억엔을 출연했고 총리가 사죄했는데 이 문제를 다시는 꺼내지 말라는 식으로 ‘최종적’,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을 썼다”며 “이는 피해자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기에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대표 사상가인 우치다 타츠루가 말한 ‘무한책임’을 언급하며 “패전국은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준 사람들이 ‘이제는 더는 사죄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할 때까지 항상 사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위안부 피해자분들이 ‘더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할 때까지 사과해야 한다. 단순 돈 문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난 2월 문희상 국회의장이 “일왕이 사과해야 한다”고 했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아키히토 당시 일왕이 “고통받은 사람들에게 ‘통석의 념’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는 점을 예로 들면서 일왕은 이미 사과를 했다고 언급했다.
아베 신조 현 총리에 대한 비판 발언도 이어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아베 총리는 방위력·군사력·자위력을 강화하며 일본이 강력한 힘을 갖게 하고 싶다는 발상을 가지고 있다”며 “트럼프는 후하게 대접하면서 중국이나 한국에는 고자세로 대하는 아베 정부의 외교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토야마는 강의 주제이기도 한 동북아 공생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그는 “위협이란 능력에 의도를 곱해야 성립되는 것이다. 중국과 북한의 위협을 줄이려면 의도를 없애면 되는데 한국과 일본 외교 능력이 중요하다. 유럽연합(EU)에 버금가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만들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강연엔 120여명의 학생이 참석했다. 소문을 듣고 온 다른 학교 학생도 있었다. 강의가 끝나자 학생들은 서로 손을 들며 질문을 했다. 서강대 대학원 정치외교학과 1학년인 중국 유학생 종유한씨는 “중국·한국·일본 학생이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냐”는 질문을 하자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진정한 신뢰를 만들어가는 해결책은 젊은이에게 있기 때문에 다양한 문화적 교류를 활발히 해 나가면 결국 정치를 움직이는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대답했다.
박해리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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