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반지 지금 팔아야 하나… 요동치는 金값에 불안한 투자자

입력
기사원문
권유정 기자
본문 요약봇
성별
말하기 속도

이동 통신망을 이용하여 음성을 재생하면 별도의 데이터 통화료가 부과될 수 있습니다.

시중은행에 재직 중인 조모(28)씨는 최근 골드상품(금 실물 통장) 가입 상담을 받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손님에게 상담을 하는 몇 분 사이에 금값이 크게 오르내리면서다. 조씨는 "금에 1000만원을 투자하겠다고 온 손님이었는데 상담을 시작하고, 등락폭이 너무 커서 일단 매수 버튼을 눌러도 되겠냐고 양해를 구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값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일부 소비자는 변동성이 큰 금을 대신할 수 있는 대체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조선DB
최근 국제 금값 상승세는 주춤하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온스당 19.90달러(1%) 내린 1932.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7일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2000달러를 넘어선 국제 금값은 12일에는 1870달러까지 떨어졌다. 이후 다시 2000달러 선을 회복하고 지금은 1930~1940달러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국내 시장 상황도 비슷하다. 28일 한국거래소(KRX) 금시장에서 거래된 금 현물(1kg)짜리 1g당 가격은 전날보다 30원(0.04%) 오른 7만4000원이다. 금값은 지난달 28일 역대 최고가인 8만100원을 기록한 뒤 이후 8거래일 동안 7만원 후반대에서 거래됐다. 지난 20일부터는 7만원 초반대에서 오르내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본인이 갖고 있는 돌반지, 목걸이 등 금붙이를 지금이라도 팔아야 할 지 묻는 게시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이야기만 들었는데, 갑자기 가격이 급락하니 조급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다. 미리 주문해놓은 골드바를 찾으러 가는 길에 시세가 10% 가까이 떨어져서 속이 탄다는 내용도 있다.

금값이 요동치면서 골드크라운·인레이 등 이른바 금니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치과에 보철재료를 납품하는 한 합금전문업체 관계자는 "시세 탓에 매출은 올랐지만 거래량이 확실히 줄었다"며 "원래 금이 튼튼하고 생체친화성이 높다는 이유로 선호돼왔는데 가격 변동성이 커지면서 다른 수복(修復) 재료들에 관심이 쏠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요 금융사들은 금값 전망치를 계속 높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온스당 2300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BoA)증권은 2500~3000달러, RBC 캐피털마켓은 3000달러를 예상했다. 지난 10일(현지 시간) U.S 글로벌 인베스터스의 최고경영자(CEO) 프랭크 홈즈는 "금값이 4000달러까지 오르는 것은 어렵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금이 대표적인 안전자산에 속한다고 하지만 일반적인 투자자들이 생각하는 것과 달리 가격 변동성이 매우 큰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금값이 오르더라도 시간을 두고 언제든지 폭락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투자처가 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은 원래 변동성이 심한 자산이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이슈 자체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공급이 제한적인 금 특성상 수요에 따라 가격이 쉽게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와 달리 특정한 사용처가 있는 투자자산도 아니라서 상황에 따라 가격이 다시 내릴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통상적으로 금리가 낮으면 자산 가격이 오르지만, 요즘의 금값 추이는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했다. 하 교수는 "금은 이자나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화폐와 비슷하다"며 "최근 금값은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감에 좌우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관적인 스토리에 가격이 올랐다면, 비관적인 전망이 힘을 얻는 순간 가격은 꼬꾸라 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권유정 기자 yoo@chosunbiz.com]




[네이버 메인에서 조선비즈 받아보기]
[조선비즈 바로가기]

chosunbiz.com

기자 프로필

이 기사는 언론사에서 경제 섹션으로 분류했습니다.
기사 섹션 분류 안내

기사의 섹션 정보는 해당 언론사의 분류를 따르고 있습니다. 언론사는 개별 기사를 2개 이상 섹션으로 중복 분류할 수 있습니다.

닫기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