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 악수' 뒤 반도체 겨눈 일본 "3대 핵심소재, 한국 수출 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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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이 세계시장 70~90% 장악… 산케이 등 日언론들 "곧 발동"
日, 한국을 '화이트 국가'서 제외 추진… 수출 규제땐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치명타



대법원의 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인정하지 않는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겨냥한 사실상의 경제 제재를 발동한다고 산케이신문과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이 30일 보도했다. 오사카 G20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8초 악수'를 나눈 직후에 나온 것이다.

산케이신문은 "한국 반도체와 TV·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4일부터 강화한다"고 전했다. 수출 규제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리지스트 등 세 가지로, 일본이 세계 시장의 70~90%를 점유하고 있는 필수 소재다. 산케이는 "징용 배상 소송을 둘러싼 보복 조치"라고 썼다. 이렇게 되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해당 품목을 수입할 때마다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업계 관계자들과 긴급 대책 회의를 열고 해당 품목의 공급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

30일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 소식이 전해지자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는 "화웨이 제재보다 더 큰 태풍이 몰려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는 하루 전인 29일 트럼프 미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일부 제재 완화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그래도 완화된 것"이라며 반겼다. 하지만 바로 다음 날 일본 언론들이 일본 정부의 소재 수출 규제 소식을 전하자, 이들은 "산을 하나 넘었더니 더 큰 산이 닥쳤다"며 한숨을 내쉬고 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곧 수출 규제를 시행하는 품목은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고순도 불화수소(에칭 가스), 리지스트 등 세 가지다.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TV와 스마트폰용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의 핵심 재료다. 에칭 가스는 반도체 제조 공정 중 회로 모양대로 깎아내는 데 필요한 소재다. 리지스트는 반도체 원판 위에 회로를 인쇄할 때 쓰이는 감광재다. 세 가지 모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제작에 필수적인 소재다.

또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이 군사 안보와 직결된 첨단 기술이나 전자부품의 한국 수출을 엄격하게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은 미국·독일·영국 등 27개 우방국을 '화이트 국가'로 선정해 수출 과정에서 허가 신청을 면제해줬다. 한국도 2004년 이 명단에 올랐다. 하지만 이번 규제는 한국을 명단에서 제외해 수출을 통제하겠다는 의도다. 수출 허가권은 일본 경제산업성이 쥐고 있다. 허가에 걸리는 기간은 90일 정도다.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확보한 소재 재고량은 대략 한 달치로 추정된다. 일본 정부가 허가를 차일피일 미룰 경우 최악의 경우엔 당장 8월부터 반도체와 OLED 디스플레이 생산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본의 소재 수출 규제는 일본 소재 업체에도 타격을 입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한국의 거대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일본 기업들도 타격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번 조치가 자유무역주의에 반하는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국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일요일임에도 비상을 걸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아베 내각이 강경 제재 카드를 꺼내 든 배경에 이달 21일 예정된 일본 참의원 선거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이하원 특파원] [강동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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